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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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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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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92g | 128*188*20mm
ISBN13 9791190758154
ISBN10 119075815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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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교사의 의견에 동의했고 마침 잘되었다고, 동생들이 에르네스토의 부재에 익숙해져야 하며, 언젠가는 그들이 에르네스토 없이 지내야 할 것이고 게다가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그리고 영원히 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들 사이에 머지않아 이별이 하나씩 생겨날 거라고. 그다음엔,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면 사라져갈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란다. --- p.18

에르네스토와 잔은 어머니 안에 그런 욕망, 버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버리고 싶은. 사랑했던 남자들을 떠나고 싶은. 살고 있던 나라를 떠나고 싶은. 버리고 싶은. 도망가고 싶은. 사라져버리고 싶은. 그리고 그들은 어머니가 그걸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아이들은 그렇게 믿었다. 특히 에르네스토와 잔은 그들이 어머니 자신보다, 어머니의 기질에 대해서 더 잘 안다고 믿었다. --- p.54

어머니의 인생에는 잊지 못할 두 가지가 있었는데,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실어 나르던 야간열차, 그리고 이 아이, 에르네스토였다. --- p.57

신은, 에르네스토에게 있어, 그가 동생들이며 어머니와 아버지, 봄〔春〕 혹은 잔을 바라볼 때, 또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을 때 언제나 그의 곁에 있는 절망 같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에르네스토를 바라보다가 자기를 쳐다보는 에르네스토의 예의 비통한 눈빛, 때로는 텅 빈 듯한 그의 눈빛에서 에르네스토 안의 절망을 발견했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에르네스토의 침묵이 신이며 동시에 신이 아닌 것, 삶에 대한 열정이자 동시에 죽음에 대한 갈망임을 알았다. --- p.58

어머니가 그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비트리의 술집에서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몇 달 동안 어쩌면 그보다 더, 몇 해 동안, 어머니는 기차의 그 남자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 기다림을, 그 남자와의 만남에서 얻은 행복의 일부처럼 생각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그것은 다른 어느 날과도 비교할 수 없는, 눈부신 밤이었다. 그 사랑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어머니는 그날 밤 비트리에서도 그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전히 몸을 떨었다. --- p.61

아이들에게는, 죽음이란 부모님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두려움은 부모님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마찬가지였다. --- p.63

에르네스토는 바람이라는 건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지식은 바람이라고, 고속도로를 휩쓸고 지나가는 무엇이면서 정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무엇이라고.
큰 남동생 하나가 그 지식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어떻게 그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에르네스토가 대답한다. 그림으로 그릴 수는 없어. 왜냐하면 그것은 바람처럼 멈추지 않기 때문이지. 우리가 붙잡을 수 없는 바람, 멈추지 않는 바람, 말로 이루어진, 먼지로 이루어진 바람. 어떤 그림이나, 글로도 그걸 표현할 수는 없단다. --- p.70

잔은 어머니의 이름을 처음으로 발음해보았고, 인생을 경애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울었다. --- p.115

밤은 그곳에 다가와 있다, 아주 청명한 밤. 여름이다. 여름밤들이 시작되는 중이다. --- p.171

너와 내가 헤어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는 거야. 그건 똑같은 거야. --- p.171

자신의 숨결에 섞인 잔의 숨결 속에서, 그들의 눈물 속에서 에르네스토는 말한다. 오래전부터 나는 너를 사랑했네, 에르네스토가 말한다. --- p.173

사랑을, 에르네스토는 말한다, 그는 애석해했노라.
사랑을, 에르네스토는 되풀이한다, 그는 삶 이상으로, 자신의 활력 그 이상으로 애석해했노라.
그녀에 대한 사랑을.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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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누보로망과 시적인 문체, 고백과 객관성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관점들을 결합해낸다. 이 문장들은 인간 본성이라는 역설을 형이상학적 고찰로 바라보면서, 독자들의 머릿속에 천천히 머무르다가 감정과 생각이 응축된 힘으로 폭발한다.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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