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 :에효. 40 넘으면 불혹이라고 한 사람 아주 혼구녕을 내야 돼. 완전 개업식 인형처럼 흔들리는데 불혹은 개뿔.
지수 :(끄덕)
혜정 :이 나이쯤 되면 우아하게 안마의자에 앉아서 여행 책자나 보고 천국 같은 바닷가에서 썬탠이나 할 줄 알았는데.
지수 :(오히려 씩씩하게) 나는 뭐 천국은 자주 가. (리듬감있게) 알바헤븐, 김밥헤븐~
- 1부 -
S#82 법대 건물 앞 (낮) ― 과거
#15에서 연결
벚꽃이 눈처럼 날리고 있다.
지수,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법대 앞 벤치에 앉아 있다.
이어폰을 꽂고 워크맨을 듣고 있다.
뭘 듣는지 미소가 번지는데, 이내 손수건을 돌돌 만다.
긴 머리를 하나로 잡는 지수,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으려는데
재현(E) :그거 내꺼 같은데?
하는 순간, 놀라서 고개 드는 지수!
그 바람에 묶으려던 머리를 놓쳐 찰랑 흘러내린다.
순간 바람이 불어 지수의 머리카락이 날리고
그 위로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린다.
재현, 그런 지수의 모습에 심장이 쿵쾅! 뛰는데..
놀란 얼굴의 지수, 이어폰을 귀에서 빼면...
재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찾았다, 윤지수.
- 1부 -
재현 :(잠시 말을 않다가) 너는 괜찮니?
지수 :...!!
재현 :(굳은) 두 번씩이나 머리를 숙이고 오늘은 무릎까지 꿇었는데.
지수 :(잠시) 그런 건 백 번도 만 번도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울지 않을 수만 있다면요.
재현 :(가만히 듣는)
지수 :(꿋꿋하게) 나한테는... 그게 사랑이에요. 울지 않게 하는 거.
- 3부-
재현 :(천천히 걷다가) 나는 살아남은 사람들한텐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수 :(보면)
재현 :세상에서 너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라고. 그래서 네가 사는 게 우리한테도 축복일지 몰라.
지수 :(울컥)
재현 :(멈추고 지수를 보며) 그러니까 지수야. 다 해도 돼.
지수 :(보면)
재현 :쉬어도 되고 울어도 되고 힘들면 이 악물고 버티지 않아도 돼.
지수 :(그렁한 눈으로 보면)
재현 :내가 네 옆에 있을 거니까.
- 4부-
지수 :저번 일 있고나서 아이하고 제대로 얘기를 안 할 걸까.. 아무리 엄마 입김이 세다고 해도 아들한텐 아빠가 무섭고 어려울 텐데.. 그런 생각 하다가 또 내 머리를 쥐어박아요. 또 바보같이 선배를 원망하고 있구나..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실수를 하는 구나.
재현 :(착잡한)
지수 :(서글픈) 그래도 선배...
재현 :(보면)
지수 :당분간 만나지 말아요, 우리.
재현 :...!!
지수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다쳐서 아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쩌면 선배도 나도.
재현 :(서글픈 눈빛) 그래... 그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애써 미소)
지수 :(마음 아픈)
- 11부-
지수 :(마음을 추스르고)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요?
서경 :지수씨 신념이란 게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은 눈감아 주는 게 아니라면 재현씨 막아주세요.
지수 :...!!!
서경 :그럴 수 있는 사람, 윤지수씨밖에 없어요.
하며 가방에서 반으로 접은 종이를 꺼내 건넨다.
지수, 의아한 얼굴로 펴보면 ‘합의이혼신청서’다!
서경이 서명만 하면 끝나는 상태.
지수, 기가 막힌 얼굴로 서경을 보는데.
서경 :지수씨가 재현씨를 막아주면... 내가 떠나겠어요. 깨끗이.
지수 :(쿵)...!!!!
- 15부 -
작재(E) :찾았다, 윤지수!
큰지(지수, 40대), 소리에 일어나면 작재(재현, 20대)가 미소 짓고 서 있다.
첫 만남처럼 벤치 앞에서 마주 선 두 사람.
큰지, 환하게 미소 지으며
큰지 :이제 좀... 편해졌어?
작재 :(고개 끄덕이며) 다시.. 만났으니까.
마주보고 미소 짓는 두 사람 보이다가
작재 얼굴 보이고
작재 :(애틋하게 보며) 우리.. 잘 견뎌왔다. 그치?
하면 지수 쪽 보이는데 작지(지수, 20대)다.
작지 :(미소) 말했잖아요. 꽃같이 예쁘던 순간들로... 견딜 수 있다고.
- 16부 -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