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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걷는사람 시인선-0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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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42g | 125*200*8mm
ISBN13 9791189128944
ISBN10 1189128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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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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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일까
생명선 어디 이순의 언저리에 나를 세워 본다
앞으로 남은 손금의 길 빤하지만 늘 그랬듯이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지나온 길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길
오늘은 더듬더듬 그 길을 되돌아가 본다 이쯤에서
딸내미가 환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지나간다
송장 같은 내가 독가獨家에 처박혀 있다 지나간다
다 죽어 가던 내가 점점 살아나고 나는 지나간다
온갖 말들의 화살을 맞고 피 흘리는 내가 있다 지나간다
딸내미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가 있다 지나간다
나는 나로 살겠다고 다짐하던 몽골초원 자작나무 지나간다
권정생 선생이 살아나고 나는 서울이다 지나간다
우울한 여인이 나타나고 환해지고 사라진다 지나간다
새벽 거리에서 울고 있던 나를 지나가면 이쯤에서
울고 있는 어린 딸내미가 다시 서럽게 혼자서 울고 있다
지나간다 뺑소니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일어나고
아버지가 술 배달을 하고 있다 나는 모른 척 지나간다
시를 접고 공사판에서 오비끼를 나르는 나를 지나가고
없는 아내가 있다가 사라진다 지나간다
차마 말하기 힘든 청년을 만났다 지나가고
청년이 알던 처녀의 소녀가 있다 지나간다
시를 쓴다 쓰지 않는 우울한 소년을 지나간다 이쯤에서
새새어머니의 빗자루가 지나가고 새엄마가 칼을 맞고 있다
지나간다 엄마 같던 새엄마가 햇감자를 쪄 주던
1974년 생일날, 지나간다
무덤에서 나온 엄마가 병원에 누워 있다 지나간다
어느새 엄마는 훈련소 길목에서 가겟방을 하고 있다
홍역을 지나가고 라면을 먹던 군인들을 지나간다
닭을 잡아 시장에 내다 팔던 아버지를 지나간다
크림빵을 훔쳐 먹던 나를 노려보는 엄마를 지나간다
가물가물 연탄가스에 중독된 나를 지나가면 이쯤에서
강원도 탄광에서 야반도주 온 외삼촌네 가족이 있다
식구 많은 밥상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지나간다
종이 제비를 접어 날려 주던 작은외삼촌을 지나간다
흙을 퍼먹던 네다섯 살 나를 지나간다
월남방망이 사탕에 까무러치던 누이를 지나간다
가물가물, 이쯤에서, 이쯤에서 길은 끝난다 손금의 길은 빤한데
더 이상 어려지지 않는 길 앞에서 길을 잃는다 이쯤에서
분명 지나왔을 과거도 미래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망연하고 자실하여 돌아선다
되짚어 나갈 길이 아득하다
저 길을 다시 어떻게 걸어가나 두 번 다시 못 걸을 길
굽어보는 그 길 오른쪽으론
떠나가는 것들, 눈물 나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 쓰러지는 것들, 절망하는 것들, 그리운 것들, 그늘 진 것들이 있고,
굽어보는 그 길 왼쪽으론
돌아오는 것들, 눈물 닦는 것들, 나타나는 것들, 일어서는 것들, 희망하는 것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것들, 햇살 바른 것들이 있다
아직도 그들은 서로 한 데 있지 못하고 따로 따로 서 있다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그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서
나는 나를 다시 이순의 언저리에 세워 본다
--- 「생명선에 서서」중에서


몸도 마음도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완전하게 죽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가고
누구도 내가 흘리는 눈물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나만 이 세상에서 나를 눕힐 방 한 칸 없는 것만 같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집이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 골목에서 바라보던 집들의 불빛은 딴 세상만 같았다
마음을 잃어버린 몸처럼 세상에서 나는 서러웠다

그때 내가 죽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았고
내가 부르는 노래는 누구도 듣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고 남들은 뭐든 다 있는 것만 같았다
옷을 벗고 미친 듯이 뛰어다닌들 누구 하나 돌아볼 것 같지 않았다
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외로웠다

몸도 마음도 완전한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무덤보다 더 깊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봄이 오는 방식이 늘 그렇듯이 봄이 봄이 아닌 봄 속에서
나는 가슴속 남모르는 꽃 한 송이만 어루만지며
내겐 꽃 피고 질 춘삼월이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살았다
몸도 마음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살았다
--- 「입춘」중에서


지나온 날들을 모두 어제라 부르는 곳이 있다
염소처럼 족보도 지금 눈에 있는 어미나 새끼가 전부
지나간 시간들이 모두 무로 돌아간 공간을 보며 살아가는
황막한 고비에서는
그 이상의 말을 생각할 그 무엇도 까닭도 없으므로

남은 날들을 모두 내일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펌프가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사람이라곤 물을 길어 가는 만삭의 아낙과
뒤따라가며 가끔 돌아보는 소녀뿐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 황황막막한 고비에서는
굳이 그 이상의 말을 만들 어떤 필요도 없으므로

시간과 거리를 물으면 금방이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운전기사와 길을 잃어도 쥬게르 쥬게르(괜찮아 괜찮아)만 연발하는 가이드를 보면서 나는 모든 지나간 날들을 아래라 부르던 내 할머니의 시간에도 새겨진 게 분명한 몽고반점과, 싸울 때면 쥐게라 쥐게라(죽여라 죽여라) 악다구니를 쓰던 할머니의 지워지고 없는 몽고반점을 떠올리며, 고비에다 주막을 차리겠다는 사내와 쏘다닌 열흘 동안을 나는 모든 지나간 날들과 아직 오지 않은 나날들을 어제와 내일로 셈하며 동업할 생각을 해 보았다
--- 「고비의 시간」중에서


동고비의 어느 들판에서 한 마리 양을 보았네

(중략)

다가서자 귀찮다는 듯이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비척비척 일어나서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천천히 사라져갔네
길을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은
길도 없는 길을 길인 양 천천히 사라졌네

(세상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과 아흔 아홉 마리 양을 지키는 목동들의 전쟁터)

(중략)

고비에서는
길을 모르는 양은 길을 잃지도 잃을 길도 없었네
오직 길을 아는 인간만이 길을 잃고 헤매던 날이 있었네
--- 「착시」중에서

온수역 북부버스정류장 가로수의 등이 반질반질하다
사람들이 등을 기대고 서서 무언가 기다렸다는 말이다
어느 날 내가 그러고 있었듯이
몇몇은 등을 기대고 서서 떠나가는 버스를 배웅했을 것이다
더러는 담배를 물고 더러는 구두코나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만에 하나 반질반질한 것이 등이 아니고 품이라면
가끔은 가로수도 누군가 기대었다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을 치거나 움켜쥔 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흔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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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일로 2016년 1월 인사동 나주곰탕에서 강형철 시인의 소개로 만난 게 첫 인연이다. 겪으매 똑 ‘달나라의 장난’이다. 시인이란 직분이 없었다면 안상학은 하릴없다. 작위의 틈입을 허락지 않는 야생의 천진은 사람이요 꼭 그 사람 같은 시를 쓴다.
안상학의 시적 거점은 안동이다. 그런데 영남학파의 근거지로 자자한 육사陸史의 안동이 아니다. 가난한 성자 권정생 봉헌된 「빌뱅이 언덕 권정생」이 가리키듯, 안상학의 안동은 민중의 피와 땀이 임리淋?한 소수자 안동이다. 그럼에도 80년대식 민중시는 또 아니다. 가령 자동차 사고 직후, 간난한 가족사가 마음속으로 뒤죽박죽 짓쳐 오는 단속斷續의 순간들을 자동기술로 받아 적은 「생명선에 서서」는 개인사가 그대로 민중사로 전환하는 마술을 보인 바, 이 시는 주관과 객관의 분리를 초극한다. 바로 그 틈에서 다른 경지가 열리매, 자퇴하고 가출해 상계동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던 열일곱 때를 회상하는 「북녘 거처」는 최고다. 특히 “그동안 써 왔던 시들을 하나하나 지워 가며/내 삶의 가장 먼 그 북녘 거처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목에서 나는 정지한다. 고통의 연대年代 깊숙이 빛나는 언어도단의 살아 있음에 문득 접촉한 자만이 지닐 충충??한 정신에서 기원했을 이 까다로운 향수야말로 안상학 시의 묘처妙處일까.
안상학은 돈오頓悟의 시인이다. 점수漸修가 부족하다. 고통을 먹이로 시를 생산하는 악마의 발생학을 여의고 이젠 정혜쌍수定慧雙修로 정진할 일이다. 안동 음식에서 취재한 「간고등어」, 「안동식혜」, 그리고 「헛제삿밥」이 먼저 온 미래다. 사계斯界의 고수인 백석과 비겨도 손색이 없는데, 어매와 아배의 부재不在에 헌정된 점이 더욱 기룹다. 그는 누구보다 안동의 문기文氣를 품부한 시인이다. 바라건대 육사와 권정생을 통합할 자 누구인가.
- 최원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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