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미리보기 공유하기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걷는사람 시인선-027이동
리뷰 총점9.7 리뷰 7건 | 판매지수 762
베스트
시/희곡 top100 5주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YES포인트
구매 시 참고사항
  • 제23회 백석문학상 수상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소중한 당신에게 5월의 선물 - 산리오 3단 우산/디즈니 우산 파우치/간식 접시 머그/하트 이중 머그컵
MD의 구매리스트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5월 전사
5월 쇼핑혜택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42g | 125*200*8mm
ISBN13 9791189128944
ISBN10 11891289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걷는사람 시인선 안상학 -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출간

담담한 서정으로 풀어낸 고독의 발자취


걷는사람 시인선의 27번째 작품으로 안상학 시인의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이 출간되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이후 6년 만에 출간되는 신작 시집이다. 안상학 시인 특유의 고독과 서정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환갑을 목전에 둔 시인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며 관조한 세상에 대한 발화이다.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작위의 틈입을 허락지 않는 야생의 천진 같은 사람이요 꼭 그 사람 같은 시를 쓴다”고 말한다. 작위가 틈입하지 않은 시란 시인의 내밀함으로 쓰인 시라는 말과 같다. “지나온 길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길/오늘은 더듬더듬 그 길을 되돌아가 본다”고 말하며 이순의 언저리에서 생을 관망한 「생명선에 서서」, “갈 수만 있다면 단 몇 시간만이라도/그동안 써 왔던 시들을 하나하나 지워 가며/내 삶의 가장 먼 그 북녘 거처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만”이라 말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어느 순간을 그리워하는 「북녘 거처」가 특히 그렇다. 표제작인 「고비의 시간」에서는 “지나온 날들을 모두 어제라 부르는 곳”에서 “모든 지나간 날들과 아직 오지 않은 나날들을 어제와 내일로 셈하며” 내밀한 과거에 대해 사유한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곧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진다. 전우익 선생과의 일화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간고등어」, “가장 낮은 언덕이 그에게는 하늘이었다”고 말하는 「빌뱅이 언덕 권정생」, “뇌출혈로 오른쪽을 잃은 친구라고 쓰고 왼쪽을 얻은 친구라고 알아서 읽는다”라 말하는 「좌수左手 박창섭朴昌燮」 등에서는 주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화산도-4·3, 일흔 번째 봄날」, 「4월 16일」 같은 시편에서는 “세상 모든 슬픔의 출처는 사랑이다/사랑이 형체를 잃어 가는 꼭 그만큼 슬픔이 생겨난다”(「화산도-4·3, 일흔 번째 봄날」)고 말하며 제주 4·3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와 연대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양안다 시인은 발문을 통해 “이것은 바닥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특히 「생명선에 서서」를 언급하며 “과거를 더듬어 가며 자신이 남긴 슬픔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하며, “과거를 더듬는 이 자세야말로 죽음에 가까워진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성찰”이라 표현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바닥행
생명선에 서서
대서
북녘 거처
간고등어
안동식혜
헛제삿밥
언총言塚
빌뱅이 언덕 권정생
좌수左手 박창섭朴昌燮
입춘
간헐한 사랑

2부
푸른 물방울
몽골에서 쓰는 편지
고비의 시간
몽골 소년의 눈물
마두금에는 고비가 산다
착시
고비
상수리나무
먼 곳
정선행
범부채가 길을 가는 법
법주사

3부
비대칭 닮은꼴
기와 까치구멍집
화산도
행방불명
나는 그저 한남댁이올시다
꽃소식
언어절言語絶
리미오
고강호
중산간 지역
애기동백
4월 16일
촛불

4부
어떤 장례
마음의 방향
당신 안의 길
사직 이후
한로
두메양귀비
청담晴曇
발에게 베개를
독거
흔적
봄밤
소등
봄소식

발문
바닥으로부터 온 편지
―양안다(시인)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쯤일까
생명선 어디 이순의 언저리에 나를 세워 본다
앞으로 남은 손금의 길 빤하지만 늘 그랬듯이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지나온 길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길
오늘은 더듬더듬 그 길을 되돌아가 본다 이쯤에서
딸내미가 환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지나간다
송장 같은 내가 독가獨家에 처박혀 있다 지나간다
다 죽어 가던 내가 점점 살아나고 나는 지나간다
온갖 말들의 화살을 맞고 피 흘리는 내가 있다 지나간다
딸내미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가 있다 지나간다
나는 나로 살겠다고 다짐하던 몽골초원 자작나무 지나간다
권정생 선생이 살아나고 나는 서울이다 지나간다
우울한 여인이 나타나고 환해지고 사라진다 지나간다
새벽 거리에서 울고 있던 나를 지나가면 이쯤에서
울고 있는 어린 딸내미가 다시 서럽게 혼자서 울고 있다
지나간다 뺑소니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일어나고
아버지가 술 배달을 하고 있다 나는 모른 척 지나간다
시를 접고 공사판에서 오비끼를 나르는 나를 지나가고
없는 아내가 있다가 사라진다 지나간다
차마 말하기 힘든 청년을 만났다 지나가고
청년이 알던 처녀의 소녀가 있다 지나간다
시를 쓴다 쓰지 않는 우울한 소년을 지나간다 이쯤에서
새새어머니의 빗자루가 지나가고 새엄마가 칼을 맞고 있다
지나간다 엄마 같던 새엄마가 햇감자를 쪄 주던
1974년 생일날, 지나간다
무덤에서 나온 엄마가 병원에 누워 있다 지나간다
어느새 엄마는 훈련소 길목에서 가겟방을 하고 있다
홍역을 지나가고 라면을 먹던 군인들을 지나간다
닭을 잡아 시장에 내다 팔던 아버지를 지나간다
크림빵을 훔쳐 먹던 나를 노려보는 엄마를 지나간다
가물가물 연탄가스에 중독된 나를 지나가면 이쯤에서
강원도 탄광에서 야반도주 온 외삼촌네 가족이 있다
식구 많은 밥상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지나간다
종이 제비를 접어 날려 주던 작은외삼촌을 지나간다
흙을 퍼먹던 네다섯 살 나를 지나간다
월남방망이 사탕에 까무러치던 누이를 지나간다
가물가물, 이쯤에서, 이쯤에서 길은 끝난다 손금의 길은 빤한데
더 이상 어려지지 않는 길 앞에서 길을 잃는다 이쯤에서
분명 지나왔을 과거도 미래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망연하고 자실하여 돌아선다
되짚어 나갈 길이 아득하다
저 길을 다시 어떻게 걸어가나 두 번 다시 못 걸을 길
굽어보는 그 길 오른쪽으론
떠나가는 것들, 눈물 나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 쓰러지는 것들, 절망하는 것들, 그리운 것들, 그늘 진 것들이 있고,
굽어보는 그 길 왼쪽으론
돌아오는 것들, 눈물 닦는 것들, 나타나는 것들, 일어서는 것들, 희망하는 것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것들, 햇살 바른 것들이 있다
아직도 그들은 서로 한 데 있지 못하고 따로 따로 서 있다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그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서
나는 나를 다시 이순의 언저리에 세워 본다
--- 「생명선에 서서」중에서


몸도 마음도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완전하게 죽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가고
누구도 내가 흘리는 눈물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나만 이 세상에서 나를 눕힐 방 한 칸 없는 것만 같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집이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 골목에서 바라보던 집들의 불빛은 딴 세상만 같았다
마음을 잃어버린 몸처럼 세상에서 나는 서러웠다

그때 내가 죽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았고
내가 부르는 노래는 누구도 듣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고 남들은 뭐든 다 있는 것만 같았다
옷을 벗고 미친 듯이 뛰어다닌들 누구 하나 돌아볼 것 같지 않았다
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외로웠다

몸도 마음도 완전한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무덤보다 더 깊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봄이 오는 방식이 늘 그렇듯이 봄이 봄이 아닌 봄 속에서
나는 가슴속 남모르는 꽃 한 송이만 어루만지며
내겐 꽃 피고 질 춘삼월이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살았다
몸도 마음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살았다
--- 「입춘」중에서


지나온 날들을 모두 어제라 부르는 곳이 있다
염소처럼 족보도 지금 눈에 있는 어미나 새끼가 전부
지나간 시간들이 모두 무로 돌아간 공간을 보며 살아가는
황막한 고비에서는
그 이상의 말을 생각할 그 무엇도 까닭도 없으므로

남은 날들을 모두 내일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펌프가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사람이라곤 물을 길어 가는 만삭의 아낙과
뒤따라가며 가끔 돌아보는 소녀뿐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 황황막막한 고비에서는
굳이 그 이상의 말을 만들 어떤 필요도 없으므로

시간과 거리를 물으면 금방이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운전기사와 길을 잃어도 쥬게르 쥬게르(괜찮아 괜찮아)만 연발하는 가이드를 보면서 나는 모든 지나간 날들을 아래라 부르던 내 할머니의 시간에도 새겨진 게 분명한 몽고반점과, 싸울 때면 쥐게라 쥐게라(죽여라 죽여라) 악다구니를 쓰던 할머니의 지워지고 없는 몽고반점을 떠올리며, 고비에다 주막을 차리겠다는 사내와 쏘다닌 열흘 동안을 나는 모든 지나간 날들과 아직 오지 않은 나날들을 어제와 내일로 셈하며 동업할 생각을 해 보았다
--- 「고비의 시간」중에서


동고비의 어느 들판에서 한 마리 양을 보았네

(중략)

다가서자 귀찮다는 듯이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비척비척 일어나서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천천히 사라져갔네
길을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은
길도 없는 길을 길인 양 천천히 사라졌네

(세상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과 아흔 아홉 마리 양을 지키는 목동들의 전쟁터)

(중략)

고비에서는
길을 모르는 양은 길을 잃지도 잃을 길도 없었네
오직 길을 아는 인간만이 길을 잃고 헤매던 날이 있었네
--- 「착시」중에서

온수역 북부버스정류장 가로수의 등이 반질반질하다
사람들이 등을 기대고 서서 무언가 기다렸다는 말이다
어느 날 내가 그러고 있었듯이
몇몇은 등을 기대고 서서 떠나가는 버스를 배웅했을 것이다
더러는 담배를 물고 더러는 구두코나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만에 하나 반질반질한 것이 등이 아니고 품이라면
가끔은 가로수도 누군가 기대었다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을 치거나 움켜쥔 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흔적」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시인의 말]

시를 쓰면서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세상은 사랑보다 슬픔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고 또 빈다.

자꾸만 늘어나는 슬픔으로
자꾸만 줄어드는 사랑을 차갑게 안는다.
자꾸만 녹아내리는 빙산을 안는 심정으로.

2020년 가을 드는 무렵
안동 우거에서 안상학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국작가회의 일로 2016년 1월 인사동 나주곰탕에서 강형철 시인의 소개로 만난 게 첫 인연이다. 겪으매 똑 ‘달나라의 장난’이다. 시인이란 직분이 없었다면 안상학은 하릴없다. 작위의 틈입을 허락지 않는 야생의 천진은 사람이요 꼭 그 사람 같은 시를 쓴다.
안상학의 시적 거점은 안동이다. 그런데 영남학파의 근거지로 자자한 육사陸史의 안동이 아니다. 가난한 성자 권정생 봉헌된 「빌뱅이 언덕 권정생」이 가리키듯, 안상학의 안동은 민중의 피와 땀이 임리淋?한 소수자 안동이다. 그럼에도 80년대식 민중시는 또 아니다. 가령 자동차 사고 직후, 간난한 가족사가 마음속으로 뒤죽박죽 짓쳐 오는 단속斷續의 순간들을 자동기술로 받아 적은 「생명선에 서서」는 개인사가 그대로 민중사로 전환하는 마술을 보인 바, 이 시는 주관과 객관의 분리를 초극한다. 바로 그 틈에서 다른 경지가 열리매, 자퇴하고 가출해 상계동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던 열일곱 때를 회상하는 「북녘 거처」는 최고다. 특히 “그동안 써 왔던 시들을 하나하나 지워 가며/내 삶의 가장 먼 그 북녘 거처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목에서 나는 정지한다. 고통의 연대年代 깊숙이 빛나는 언어도단의 살아 있음에 문득 접촉한 자만이 지닐 충충??한 정신에서 기원했을 이 까다로운 향수야말로 안상학 시의 묘처妙處일까.
안상학은 돈오頓悟의 시인이다. 점수漸修가 부족하다. 고통을 먹이로 시를 생산하는 악마의 발생학을 여의고 이젠 정혜쌍수定慧雙修로 정진할 일이다. 안동 음식에서 취재한 「간고등어」, 「안동식혜」, 그리고 「헛제삿밥」이 먼저 온 미래다. 사계斯界의 고수인 백석과 비겨도 손색이 없는데, 어매와 아배의 부재不在에 헌정된 점이 더욱 기룹다. 그는 누구보다 안동의 문기文氣를 품부한 시인이다. 바라건대 육사와 권정생을 통합할 자 누구인가.
- 최원식(문학평론가)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로즈마리 화분과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합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헌*가 | 2021.03.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로     그대가 꺾꽃이해 준 로즈마리 곁에 앉아 오래전 떠난 내 누이와 얼마 전 멀리 간 그대 여동생 그려 봅니다 그대 집에 남은 로즈마리 물병에 담겨 내 집으로 온 로즈마리 내 누이 그대 여동생 누군가 세상 밖으로 꺾꽃이해 간 거라 생각합니다 그대나 나나 가지 몇 개 내어주고;
리뷰제목

             한로

 

 

그대가 꺾꽃이해 준 로즈마리 곁에 앉아

오래전 떠난 내 누이와

얼마 전 멀리 간 그대 여동생 그려 봅니다

그대 집에 남은 로즈마리

물병에 담겨 내 집으로 온 로즈마리

내 누이 그대 여동생

누군가 세상 밖으로 꺾꽃이해 간 거라 생각합니다

그대나 나나 가지 몇 개 내어주고 남은 거라 생각합니다

 

찬 이슬 내려와 땅속으로 스며드는 날

햇살 바른 계단에 나가 로즈마리 화분과 나란히

옹송그리고 앉아 해바라기합니다

하면서 그대 집에 남은 로즈마리 아문 상처와

여기 로즈마리 상처에서 새로 내린 뿌리를 생각합니다

우리도 저기 간다면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또 여기 남는다면 이럴 거라 생각합니다

 

 

안상학 시인을 생각하면 ‘안동소주’가 떠오르고, ‘간고등어’와 ‘안동식혜’가 따라온다. 안동의 먹을거리를 줄줄이 떠오르게 하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어김없이 그것들을 노래하고 있다. ‘헛제사밥’도 있다. 그러나 생각이 다다르는 지점은 늘 권정생 선생님이다. “세상 가장 낮은 빌뱅이 언덕에서도 내려다봐야 하는 / 앵두나무와 키 재며 선 오막살이 집 한 칸” 에 살던 권정생 선생님. “그보다 더 높은 집은 상여를 넣어두는 곳집 / 그보다 더 낮은 집은 강아지들이 거쳐 갔던 집”에서 빌뱅이 “언덕이 세상 가장 높은 하늘”(빌뱅이 언덕 권정생」)이었던 분. 시인은 권정생 선생님이 살았을 때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오랜 동안 선생님 곁을 지켰다. 그런 까닭에 여러 번 만난 인연 때문이리라.

 

시인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드러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나온 날들을 모두 어제라 부르”고 “남은 날들을 모두 내일이라 부르는” 몽골에 가서 “모든 지나간 날들과 아직 오지 않은 나날들을 어제와 내일로 셈”(「고비의 시간」)하기도 하고, “세상 모든 슬픔의 출처는 사랑이다 / 사랑이 형체를 잃어 가는 꼭 그만큼 슬픔이 생겨난다”(화산도 - 4·3, 일흔 번째 봄날」)고 제주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오롯이 자신을 바라보고 드러낸다. “지나온 길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길 / 오늘은 더듬더듬 그 길을 되돌아가 본다”(「생면선에 서서」)며 나열하는 시간 여행은 시인의 생애 전체를 압축하고 있다. 번다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안동으로 돌아갔기 때문일까. 이순에 다다른 나이 탓일까.

 

햇살 바른 계단에 나가 로즈마리 화분과 나란히 옹송그리고 앉아 해바라기하는 시인의 모습이 낯설다. 세상 밖으로 꺾꽃이해 간 시인의 누이와 그대의 여동생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안동에서 시인은 자신의 가장 바닥을 바라보기도 하며 자신과 정면 대결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당신에게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 당신도 자꾸만 마음이 좋아지는 나에게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생면선에 서서」) 고백하는 회한도, “꽃 그림 한 점 보냅니다 / 나비는 그리지 않았습니다 / 이 그림을 보고 계실 당신이 있으니까요 / 벌써 향기를 맡고 계시는군요 / 한 폭의 그림입니다 / 다만 그 봄날 함께 할 수 없어서 서러울 따름입니다”(「봄소식」) 서러워하는 마음도, 아주 깊이 다가온다.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구매 포토리뷰 생명선에 서서 부르는 생의 찬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비*리 | 2021.01.31 | 추천1 | 댓글2 리뷰제목
  1. 지난 가을 손에 들어왔지만 흙 묻은 손으로 두어번 뒤적이다 밀쳐두었던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을 그리는 시인 안상학의 6번째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을 읽는다. 농부에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 안식의 시간 겨울이 다 지나가고 “남아 있는 날”들이 얼마 없는, 봄이 오는 낌새가 은밀히 번지는 입춘 언저리에 절박한 마음으로 시인의 말귀에 귀를;
리뷰제목


 

1. 지난 가을 손에 들어왔지만 흙 묻은 손으로 두어번 뒤적이다 밀쳐두었던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을 그리는 시인 안상학의 6번째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을 읽는다. 농부에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 안식의 시간 겨울이 다 지나가고 남아 있는 날들이 얼마 없는, 봄이 오는 낌새가 은밀히 번지는 입춘 언저리에 절박한 마음으로 시인의 말귀에 귀를 기울이고 시인의 글귀에 눈을 연다.

 

2. 시집 남아있는 날들바닥에 내 몰린 혹은 생과 사의 갈림길 생명선을 딛고 선 시인의 목소리다. 전적으로 개인적 느낌에 불과하겠지만 나는 페이지를 넘기다 지나온 삶을 회상하는 유서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다시 슬픔을 사랑으로 이기려 사력을 다하는 의지를 느끼기도 했다. 시집의 제목은 위중한 병중에 주어진 오늘 하루의 절박함으로 어제를 뒤돌아 보고 다시 남아있는 남들을 세며 내일을 점치는 처연함을 담아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이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3. 안상학 시인은 늘 사랑보다 슬픔이 많은 곳, 그래서 넘치는 슬픔을 시로 달랠 수 밖에 없는 곳, 천상 시인이 아니면 견딜 수 없는 세상에 거처한다. 그래서 그의 싯귀를 따라가는 길은 어쩌면 구도의 길이고, 조금은 고행의 길이고, 그래서 정화의 길인지 모른다. 그의 손길에 이끌려 그가 사는 세계를 한바퀴 주유하고 나서면 코맹맹이가 되도록 싣컷 울고 난 다음 큰 슬픔 조차 눈물에 다 씻겨 가고 다시 맑은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순간을 맞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다뜻해진다. 그래서 [남아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은 내게 슬픔을 통한 정화의식으로 나가왔다.

 

4. 나에게 지금까지 안상학의 시는 냉정할 정도로 절제된 목소리로 세상을 담담하게 노래한 것으로 느겨졌다. 어떤 때는 무미건조할 정도로... 이번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은 지금까지의 시와는 달리 조금은 더 절박하고 높은 톤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술한잔에 들뜬 가벼운 목소리는 아니다. 죽음에 직면하고 극복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절실함을, 온기에 대한 절절함을 담고 있다.

 

5. 이제 제주에 가면 涯月을 지나며 어느 돌담밑 제주수선이 꽃을 피우는지 다시 한번 살피게 되었고, 화산도 중산간을 걸으며 죽다 남은 사람들을 기리고, 윗세오름을 넘어 날아가는 새가 입산했다 돌아오지 못한 산사람들임을 느끼게 되었다. 임하를 지날 때면 물아래 마령리 이식골 문상길 중위의 고향마을을 기억하고 그가 꿈꾸었던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그 꿈이 살아있음을 몰래 들려주고 올 것 같다. 시인 안상학의 눈길은 참 넓고도 깊다.

 

6. 시집을 덮으며 나는 시인 안상학이 더 가난하고 더 외롭게 살아 더 높은시를 남겨도 좋겠지만, 사과꽃 피는 봄밤 친구들과 왁작직껄 술판을 벌이고 외로움도 가난도 잊고 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래도 저래도 다 좋으니 시인이 다시는 몸도 마음도 잃어 버린 사람처럼 세상을 떠돌지 않기만을 빌었다.

 

7. 참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댓글 2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포토리뷰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e******4 | 2020.10.2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집어 든 시집, 걷는 사람 시인선의 27번째 작품으로 안상학 시인이 제목을 이리 지은 이유는 <고비의 시간>이라는 구절을 읽을 때 알 수 있었다.지나온 날들을 모두 어제라 부르는 곳이 있다염소처럼 족보도 지금 눈에 있는 어미나 새끼가 전부지나간 시간들이 모두 무로 돌아간 공간을 보며 살아가는황막한 고비에서는그 이상의 말;
리뷰제목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집어 든 시집, 걷는 사람 시인선의 27번째 작품으로 안상학 시인이 제목을 이리 지은 이유는 <고비의 시간>이라는 구절을 읽을 때 알 수 있었다.

지나온 날들을 모두 어제라 부르는 곳이 있다

염소처럼 족보도 지금 눈에 있는 어미나 새끼가 전부

지나간 시간들이 모두 무로 돌아간 공간을 보며 살아가는

황막한 고비에서는

그 이상의 말을 생각할 그 무엇도 까닭도 없으므로

남은 날들을 모두 내일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펌프가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사람이라곤 물을 길어 가는 만삭의 아낙과

뒤따라가며 가끔 돌아보는 소녀뿐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 황황막막한 고비에서는

굳이 그 이상의 말을 만들 어떤 필요도 없으므로

--- 「고비의 시간」중에서

여기서

나오는 고비라는 단어는 굽이의 제주 방언으로 보이는 데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다. 막다른 절정, 위험한 시기라는 뜻으로, 말을 생각하거나 말을 만들 까닭과 필요가 없다는 문장으로 유추해보았다. 지나간 시간이 무로 돌아간 현재를 살고 있는 이에게 거칠고 아득하게 넓은 굽이는 위기의 순간인 고비를 맞이한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 안상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인 내일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구절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고비의 시간’을 느끼게 만든다.

비어 있는 곳으로 몸이 옮겨갈 수 있듯이 비어 있는 곳으로 마음이 옮겨가는 여기, 비어 있는 곳을 확실하게 채워가며 바람이 불어간다, 불어온다.

그의 시에서는 마음에서 비롯한 과거의 나로부터 스스로 돌이켜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한 지독하게 외로운듯하면서 제주 4.3 사건,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 시, 슬픔을 기반한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다 보면 특정한 대상을 주제로 애정으로 관찰한 듯한 느낌을 주는 시 몇 편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애착 어린 물건을 주제로 시를 쓰기도 한다. 그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세상 모든 슬픔의 출처는 사랑이다 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연 사랑이 형체를 잃어 가는 꼭 그만큼 슬픔이 생겨난다.는 그의 시구절에 깊은 공감의 순간을 느낀다. 그의 시구절은 다시 되새겨 곱씹을수록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가을이 깊어가는 지금 이 계절에 이토록 잘 어울리는 시집이라니. 안상학 시인 특유의 슬픔과 마치 지구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함이 담긴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