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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

관통하는 마음

: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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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28g | 145*210*25mm
ISBN13 9791159099939
ISBN10 1159099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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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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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가정주부였던 정숙이 처음 하고 싶었던 것은 낙지볶음 식당이었다. 제육볶음 다음으로 자신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제육볶음은 인근 기사식당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하에 낙지볶음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근배의 반대에 부딪혔다. 음식장사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허리도 안 좋은데 음식 나르다 삐끗하기라도 해봐. 낙지볶음 하나만 해서 장사가 되겠어? 계란찜과 조개탕은 어쩔 거야? 근배의 말에 정숙은 오기가 생겼다. 하면 되지. 하면 돼. 남들 다 식당 해서 잘 먹고 잘사는데, 내가 못 할 게 뭐 있어?

낙지볶음 팔려면 술도 팔아야 되는데, 엄마는 이름처럼 정숙해서 술손님 상대 못 해.

일주일 넘는 근배의 설득에도 산 낙지처럼 떼어지지 않던 정숙의 고집은 외동딸 주영의 한 마디에 삶은 낙지처럼 떨어져 나갔다. 30년 동안 가정주부였던 정숙이 취객을 상대하는 것은 솔로바이오메디컬 인사과 책상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근배가 칠레에 가서 대왕오징어를 잡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다(…).

편의점을 해, 편의점.
--- pp.8-9


세라는 정숙의 표정을 살피더니 말을 이어갔다. 보니까 아르바이트 구한다고 써 붙여 놨던데. 그러게 진즉에 내 말대로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야지. 이제 자기나 나나 50이 훌쩍 넘어서 그렇게 오래 일 못 해. 괜히 돈 욕심 부리지 말고, 아르바이트 두고 쉬엄쉬엄 마실 다닌다 생각하고 일하면 얼마나 좋아? 나야 하선이가 아직 기술이 부족해서 내가 좀 더 해야 되지만, 자기는 다르잖아. 주영이는 서울에서 알아서 잘 살아, 편의점에서는 쉬엄쉬엄해도 솔솔이 돈 들어와, 무슨 걱정이 있겠어? 그냥 좋은 남편이랑 놀러나 다니면서….

고만 좀 해!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정숙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럼 언니가 데리고 살던가. 세라는 정숙이 화를 내자 깜짝 놀랐다.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참자 참자 하니까. 무슨 말만 나오면 꼭 결론이 남편 잘 만났다고 나와? 아니 자기는 자기 남편 칭찬을 해줘도 난리야? 칭찬할 만하니까 칭찬하지? 그럼 내가 자기네 남편 배 나오고 머리도 빠져서 볼품없고, 성격도 남자답지 못하게 미적지근한 데다 퇴직했으면 어디 택시라도 몰 생각을 해야지 늙은 마누라 밖에 나가서 일하게 만든다고 욕하면 좋겠어? 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 pp.94-95


그런데 그 친구 좀 이상해요.

새로 온 알바하는 친구 있잖아요. 허옇고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친구. 정숙은 고 대표 입에서 성재 이야기가 나오자 귀가 솔깃했다. 뭐가 이상한데. 어제 제가 음료수 사러 왔었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가 담배를 달라고 하니 그냥 내주더라고요. 그리고 분명 그 친구도 고등학생인 거 눈치챘어요. 담배를 꺼내 주는데 뭔가 머뭇거리다가 제 눈치 한 번 보고는 슬며시 꺼내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 야! 너 고등학생이 담배 사도 돼? 했더니 그놈이 후다닥 도망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바하는 친구한테, 딱 봐도 고등학생인데 신분증 검사 안 하면 어쩌냐, 그러다 걸리면 벌금 나온다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아세요? 그러면 제가 벌금 내야죠. 그러는 거예요. 참나. 벌금이 무슨 한 2, 3만 원 나오는 줄 아나. 그렇다고 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한 소리 하려다가 바쁘기도 하고, 괜히 오지랖 부리는 것 같아서 그냥 나왔어요. 그런데 점장님은 아셔야 할 거 같아서요. 제가 볼 때는 또 고등학생이 담배 사러 오면 그 친구 분명히 또 담배 팝니다. 큰일 나요.
--- pp.240-241


내가 본론만 말할게. 새벽 1시에 CCTV 꺼놓은 다음 문 잠그지 말고 밖에 나가 있어. 성재는 놀란 눈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뭘 꼬나봐? 나 월급 받을 때까지 생활비는 있어야 할 거 아냐. 네가 생활비 대줄래? 내가 보니까 여기 촌 동네라 편의점 근처 골목에 CCTV도 없더라. 주차한 차도 별로 없어서 블랙박스 신경도 안 써도 되고. 너는 그냥 CCTV만 슬쩍 끄고 화장실 들어가서 30분만 있다가 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사장이나 경찰이 뭐 지랄하면 넌 그냥 모른다고 그래. 화장실 갔다 와보니까 어떤 씹새가 털어갔다고. 이따 새벽에 올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핸드폰으로 1시 딱 되면, 아니다, 너무 딱 맞으면 수상하지. 1시 17분 되면 CCTV 끄고 나가. 알았냐? 성재는 태수의 말에 우물쭈물하다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나 12시 퇴근인데? 성재의 말이 끝나자 태수는 손바닥으로 성재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빡! 소리가 나는 동시에 성재가 앞으로 휘청거렸다. 성재는 뒤통수를 부여잡고 쪼그려 앉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 pp.275-27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중소기업을 다니던 남편이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하고, 대학을 졸업한 딸이 취직해서 독립한 뒤, 정숙 씨는 편의점을 차렸다. 가끔 편의점 문을 걸어 잠그고 꽃구경을 나가고, 인터넷뱅킹을 못 해서 은행 일을 보느라 교대 시간에 늦는 바람에 아르바이트생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하며, 이혼한 미용실 원장 세라가 “남편 잘 만나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히 짜증이 나는 평범한 아줌마다.

그런 정숙 씨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날카롭고 뾰족한 것으로 손을 관통시키면 15분 전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다. 하지만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 초능력을 사용해본 적은 손에 꼽는다. 4번을 찌르면 로또 1등에 당첨될 수도 있지만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찔러서 과거로 돌아가면 상처는 사라지지만 통증은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임신했을 때 발현된 능력이라 딸에게도 통증과 기억이 공유된다.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고서야 누가 4번이나 찌를 수 있을까? 수능을 망치고 울며불며 시간을 돌려달라는 딸의 부탁에 두 번까지 찔러봤지만 세 번은 무리였다.

사실 15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평범한 그녀가 바꿀 수 있는 일이 많지도 않다. 그래서 그녀는 그 능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는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정숙 씨는 은행 업무로 지각을 했다. 그날따라 본사에서 직원이 아침 일찍 나와 있어서 아들뻘 되는 본사 직원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한 명 더 고용하세요.”
결국 주간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겠다고 생각한 정숙 씨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붙였다. 그날 오후에 찾아온 성실하고 꼼꼼해 보이는 혜림을 고용한 직후 찾아온 20대 청년 성재. 그를 본 순간 정숙 씨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마치 손을 뾰족한 것으로 찔렀을 때와 똑같은 소름이 오로지 심장에서만 느껴졌다. 손이 아닌 심장을 관통당한 것이다. 정숙 씨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손바닥을 송곳으로 찌른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희한한 이야기가 내 마음을 관통해 소설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본다면 내 손을 주무르며 주변 사람을 둘러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 장영환 (영화 [기생충] 프로듀서)
경쾌한 리듬 속 빛나는 심리묘사, ‘보통 사람들’의 특별함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빼어난 통찰력. 15분 전으로 돌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나요?
- 강설 (스튜디오에스 프로듀서)
[심사평]

어느 곳에서나 있을 것 같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의 섬세한 일상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시작하다 곧 자신의 손바닥을 찔러 15분 전의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의 활약으로 바뀐다. 마을 사람들과 주인공의 설정이 현실감과 함께 재미를 선사한다.
- 서미애
지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예심 과정에서 ‘한국판 코니 윌리스’라는 평을 들을 만큼 수다스러운 입담으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냈다.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뚜껑을 열면 마음의 결핍이 만들어낸 특별한 힘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아픈 초인의 이야기다.
- 진산
가독력과 전개력 면에서 페이지 터너의 위력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콘텍스트 조성 능력,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의 배치, 평범한 듯 보이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 설정이 작가를 신뢰하게 만든다. ‘고통에 기반한 신비한 능력’을 일상에서 구현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통해 소시민의 욕망과 가족애를 드러낸 점도 특징적이다.
- 해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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