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건물들은 5억 6,000만 톤의 콘크리트를 근간으로 견고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각자 20벌의 의복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2만 톤의 섬유에 해당하며, 생필품이 된 휴대전화는 몸체에 500톤의 플라스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람, 건물, 전기제품은 연간 620만 톤의 식량, 320만 톤의 수돗물, 4만 7,000GW의 전력, 4,600만 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 결국 도시는 그 모습을 빗고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과 에너지를 흡입하는, 자원의 블랙홀인 셈이다.--- p.11
재활용은 크게 세 가지의 유형이 있다. 남이 사용하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재사용)과 폐기물에서 제품의 원료를 회수하는 방법(원료회수) 그리고 폐기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너지회수)이다. 대표적인 재사용방법으로는 선배의 교복이나 교과서 물려받기, 소주병과 맥주병의 재사용 등이 있다. 근래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업사이클(Upcycle)도 재사용 영역에 해당된다. 폐지에서 신문용지 추출하기, 음식물쓰레기로부터 사료와 퇴비 생산하기는 원료회수의 대표적인 예다.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발전이나 지역난방의 열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나 매립가스를 이용한 발전 등은 대표적인 에너지 회수방법이다.--- p.28
1994년 1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1995년부터 전국적으로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되었는데, 모든 쓰레기는 유료로 구입한 봉투에 담아야만 배출할 수 있었다. 단 별로도 분리한 재활용품은 무료 배출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었다. 이러한 수수료구조는 시민들의 분리배출습관을 단시간에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1993년 서울의 재활용율은 18.4%였는데 1995년 종량제 도입 다음 해인 1996년에는 재활용율이 29.5%가 되었다. 이는 쓰레기종량제 도입이 서울의 재활용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후 재활용품목의 확대와 함께 재생원료로의 수급이 부진한 품목에 대해서는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pa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를 도입하여 생산자가 재활용을 책임지게 했다. 그 결과 재활용품 수거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09년에는 67.0%까지 늘어났다.--- p.40
그렇다면 서울이 다양한 측면에서 더 균형 잡히고 더욱 완벽한 재활용도시가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현재의 재활용 내용, 재활용품 처리경로, 사회적 여건 등을 감안할 때 ① 지속적인 양적 성장, ② 질적인 내실화, ③ 사회적 고민의 해결에 기여, ④ 첨단기술 접목, ⑤ 재활용기반 구축이라는 다섯 가지의 과제가 상정된다.--- p.45
쓰레기종량제봉투에 담겨 소각시설 또는 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를 뒤져보면 20% 이상이 재활용품으로 지정된, 즉 재활용 가능한 품목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교육시설, 업무용 건물, 상가, 단독주택에서 재활용품을 쓰레기에 섞어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계절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빙과류와 음료수의 소비가 많은 여름철에 혼합배출량이 증가한다. 쓰레기로 처리하는 재활용품이 제대로 분리되면 그 효과는 재활용실적의 증가에만 그치지 않고 수도권매립지 같은 외부 시설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진다. 서울시의 현재 소각능력은 1일 2,900톤 정도이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생활폐기물의 양은 2009년 현재 약 4,000톤이기 때문이다.--- p.51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서,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폐기물의 적극적인 자원화를 위해서 등 여러 이유에서 소각재의 자원화는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각재를 전처리하거나 제품으로 만드는 자원화시설이 필요하다. 서울이 운영하는 소각재 처리시설이든 수도권에서 공동으로 활용하는 소각재 처리시설이든 소각재를 자원화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확보해야 한다.--- p.73
우리나라에서 외부에 노출된 업사이클 업체는 넉넉잡아 100개소 이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도 업체들이 영세해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급받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만 1일 1만 톤 이상의 생활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사업장폐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 폐기물량은 하루 4만 톤에 이른다. 업사이클 제품의 융통성과 다양성을 감안할 때 제품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널려 있는 셈이다. 폐기물을 새로운 제품으로 둔갑시킬 재능 있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할 공간과 경제적 입지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p.78
새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헌 제품을 선택하는 시민이 늘어나야 재사용이 확대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시민이 헌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헌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p.83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신경망처럼 여러 겹으로 자원화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발생원에서는 가능하면 양을 줄이고, 배출하더라도 거부감이 적은 형태로 만들어 배출한다(감량기, 전처리기 사용). 재사용 가능한 물건은 도시 내에서 순환이용을 통해 폐기물로 되는 시간을 연장시킨다(재사용센터). 수거된 재활용품은 쓰레기 형태가 아니라 재활용품답게 모양을 갖추어 내보낸다(재활용선별장). 음식물쓰레기 같은 자원화대상은 가능하면 서울에서 처리하고 수도권에 여유 시설이 있다면 그곳도 활용한다(자원화시설). 재활용과정에서 분리된 자원가치가 없는 부분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소각시설 또는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한다(처리시설, 처분시설).--- p.105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기업을 제외하고 소형사업장과 가정에서 얼마나 녹색제품을 구매하는지, 실제 구매의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당장 손쉽게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구매실적을 토대로 기업에는 법인세를, 개인에게는 종합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유인책도 강구해볼 만하다. 특히 서울시는 자원과 에너지(수도, 가스, 전기) 소비를 줄이고자 에코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녹색제품 구매실적도 마일리지 항목에 포함한다면 시민의 관심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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