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와 젤리는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부부였다.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했고 모든 것이 잘 통했다. 우정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져 갔다. 혼인한 지 5년이 흘렀을 때, 젤리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루이와 있으면 정말 행복해. 루이는 내 인생을 정말로 달콤하게 만들어. 남편은 성스러운 사람이야. 모든 여성에게 이런 성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젤리는 루이 이야기를 하거나, 루이와 대화하면서 이름을 부를 때는 이름 앞에 수식어를 넣어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 수식어는 항상 같았다. “참 좋은 우리 루이”. 짧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표현이다.
--- p.42, 「2장 사랑으로 맺어지다」 중에서
그들은 삶이 주는 기쁨에 감사하고, 삶의 십자가를 짊어지며 평범한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았다. 그리고 그분께 모든 걸 내어 맡기고 신뢰하였으며, 이웃에게도 헌신했다. 그들의 영성은 화려한 면모를 지닌 일반적 성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평범함 속에 뿌리를 내렸다.
--- p.66, 「3장 모든 것은 하느님을 위해」 중에서
몇 주 전 일요일에 (어린 데레사와) 산책을 했어. 그날 데레사는 미사에 가지 않았어. 데레사는 미사를 ‘미다’라고 발음했지. 집에 왔는데 데레사가 ‘미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 댔어. 그러더니 문을 열고는 성당 쪽으로 뛰쳐나갔어.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서, 데레사를 돌아오게 하려고 쫓아갔는데 데레사가 외치는 소리가 한참 동안 계속 들렸어. …… 데레사가 성당 안에서 나에게 큰소리로 말했어. “나, 미다에 있어, 여기! 나 착한 하느님한테 기토 많이 했어.”
미사 참례는 마르탱 가족에게 생명을 위한 필수품이자 휴식이며 축제였다. 피곤하거나 고민이 있더라도 미사에 빠지지 않았다. …… 마르탱 부부의 성덕은 성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에도 드러난다. 아이들 역시도 늘 성체를 모시는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그 예로 첫영성체를 충실히 준비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레오니를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 기숙사로 보냈다. 사소한 일상은 모두 하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매일, 매 순간 준비하는 거야.”
--- p.67~68, 「3장 모든 것은 하느님을 위해」 중에서
젤리는 가족에게든, 일에서든, 가난한 사람에게든 항상 헌신했다. 그리고 아픈 아이를 위해서나, 주문받은 일을 끝내기 위해서 한밤중에 깨어 있곤 했다. 자주 피로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자신을 찾는 이들의 요청에 부응하고 싶었다. “사랑이란 전부 주는 것이자 스스로를 주는 것입니다.” 데레사는 이렇게 썼다. 젤리도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이들, 고객들, 문을 두드리는 모든 사람들, 작업자들을 사랑했다. 늘 일이 넘쳐서 힘들어했음에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복음 속의 이 말씀처럼 자신의 의무를 다할 뿐이라고 느꼈다.
--- p.126~127, 「5장 마르탱 기업」 중에서
두 사람은 시련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깨달았다. 고통과 죽음은 이제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딸 데레사가 말한 것처럼 “사랑의 매”였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에서 은총이 나온다는 것을 아시고 끊임없이 자녀들과 동행하신다. 이것이 마르탱 부부의 고통의 신학이었다. 그들은 이 신학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구현하였다. 젤리는 또 한 번의 죽음을 겪은 후에 이렇게 정리했다. “사랑하는 내 동생, 우리 투덜대지 말자. 주인은 선하신 하느님이야. 그분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를 이보다 더한 고통 속에 두실 수 있어. 하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구원과 은총을 주실 거야.” 이 모든 고통에도 선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젤리의 믿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젤리는 이 슬픈 시기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힘을 넘어서는 그 이상은 절대 주지 않으셔. …… 나는 사업과 온갖 고민에 시달렸지만 하늘에서 나를 지탱해 주신다고 굳게 믿어.
--- p.161~162, 「7장 시련의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