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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언어생활탐구

딸아이의 언어생활탐구

: 반짝반짝 빛나는 딸아이의 언어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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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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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94g | 128*182*14mm
ISBN13 9791190971034
ISBN10 119097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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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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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문화 관련 강의가 있어 갔는데 아이 돌보는 당번이라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부산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있는 반찬으로 급하게 저녁 준비를 하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아빠 : 오늘 어린이집에서 별일 없었어?
지호 : 아빠 오늘 어린이집에서 나는 안 때렸는데, 내가 친구 때렸다고 이상한 소문이 났어!
아빠 : 그래서 친구들이랑 잘 풀었어?
지호 : 아니. 아직 묶여있어!
--- p.13

빵 터진 아내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리고 딸아이도 함께 웃는다. 하루 전 엄마 딸이냐 아빠 딸이냐는 물음에도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엄마 딸이라고 대답했던 터라 여파가 크다. 그녀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뒤 씁쓸하게 쟁취된 ‘박’씨라는 성씨가 아이가 그린 그림마다 남긴 ‘ㅂ’ 사인으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 p.51

아빠, 지호 아빠, 삼촌, 야.... 엉망진창 집만큼이나 어지러운 여러 호명들을 듣다 보면 빡센 하루가 저물고 나는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래러 마트에 맥주를 사러 갔다. 아. 술 미리 사놓을까. 내일 하루 또 탁아 서비스 예약됨.
--- p.66

아빠 : 엄마가 상 받을지도 모르겠는데. 상 받으면 엄마가 공주 옷 사준대
지호 : 무슨 상?
아빠 : 무슨 상 받으면 좋을까? 엄마가 받을 상 이름 한번 지어볼래?
지호 : (고민 중) 상 이름?
아빠 : 응. 지호가 엄마에게 주고 싶은 상 이름
지호 : (결정) 엄마의 모험상 어때?
여성으로 직장 다니며 딸도 씩씩하게 키워내고, 응원이 필요한 다양한 사람들을 엮어내고 지지하는 가운데 성과도 내고 인정도 받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엄마의 모험상이라니 딱 아내에게 걸맞은 상이다.
--- p.95

아이가 잠들고 육아에서 겨우 퇴근한 부부는 또 잠들기 전 서로가 직접 보지 못했던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퍼즐 조각을 맞춘다. 퇴근인 줄 알았는데 자발적 연장근무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되감기 하면서, 초점 나간 사진들과 아이 머리 귀퉁이가 날아간 사진들과 구도가 엉망인 사진들에 대해 아내의 핀잔을 또 들으면서 안고서도 정면을 보고 싶은 아빠는, 찍으면서도 아이의 모습을 굳이 눈으로 봐야 하는 아빠는 좋은 사진사가 되기는 글렀구나 싶다.
--- p.115

며칠 전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살짝 잠기는 목소리로 아빠를 부른다.
지호 : 아빠
아빠 : 왜?
지호 : 있잖아. (살짝 떨리는 목소리와 서운한 표정으로) 열매달 선생님 얼굴이
생각이 잘 안 날 것 같아.
아빠 : 지금 선생님 말고 그 전 선생님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지호 : (고개를 살짝 끄덕)
아빠 : 그래서 기분이 어때?
지호 : 기분이 퍼져.
아빠 : 퍼져?
지호 : 응. 슬픈 마음이 퍼져
아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 전 어린이집이 없어져 새 어린이집으로 옮겼을 때도 자주 서운한 낯빛으로 친구들, 선생님 이름을 대며 보고 싶다고 했다.
--- p.123

고작 두어 줄 적는데 길어 올린 말들이 다니면서 이해 가지 않거나 서운했던 것들이다. 이별 편지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가도 반년 넘게 묵혀왔던 마음이 읽혀 짠했다. 그리고 인연을 끝낼 때조차도 솔직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돌아보게 된다.
--- p.170

요상한 물건에 신기해하면서도 금방 적응한 아이도 직접 ‘클로버’를 불러보지만 아이 목소리는 아직 인식을 못하는지 반응이 없다. 아이가 씩 웃으면서 나를 부른다. 클로버는 클로버대로 나비야 노래를 틀고, 아이는 아이대로 노래를 부르면서 덩실덩실한다. 우리 집에는 AI 스피커 클로버와 경쟁하는 ‘귀여버’가 있다. 그리고 귀여버는 춤도 춘다. 유 윈!
--- p.191

‘이상한 엄마’는 딸아이의 통찰처럼 삼신할머니 같다. 조퇴해서 홀로 집에 온 아이를 서툴지만 정성껏 보살필 뿐 아니라, 아이로 인해 맘 졸이는 엄마에게도 포근한 존재다. 삼신할머니 앞에서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마음을 다해 점지했던 꼬물거리던 생명일 테다. 하지만 육아라는 미션을 사회가 아닌 가정에 대부분 맡기는 이 세계에서는 많은 책임과 죄책감이 가정으로, 특히 엄마에게로 떠넘겨진다. 요리 솜씨도 시원찮고 입고 왔던 옷도 두고 갈 정도로 칠칠맞지 못한 ‘이상한 엄마’에게 엄마들이 위로받는 이유는 아이로 인해 고군분투해온 시간을 따뜻하게 토닥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 p.207

지난주 잠투정하느라 짜증에 찬 아이가 아내에게 이거 해내라 저거 해내라 하던 상황. 보조를 맞춰주던 아내가 더는 못 봐주겠는지 싸늘한 어조로 말한다.
엄마 : (안자고 투정 부릴 거면) 그러면 나갔다 들어오던지.
지호 : (울먹이며) 엄마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엄마 : 그럼 열까지 세고 다시 와!
지호 : 하나 둘 … 열(세고 다시 아내에게 감)
엄마 : (조금 누그러트리며) 야 엄마가 여자는 아무 때나 우는 것 아니라고 했지?
지호 : (훌쩍훌쩍) 알겠어요. 근데 엄마!
엄마 : 왜?
지호 : 엄마가 언제 울어야 되는지는 말 안 해줬잖아요.
근엄하던 아내 무너지며 웃는 소리.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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