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틀레우는 꼬마 앞으로 다가가 내려다보며 신기한 듯 그 얼굴을 살폈다. 이 어린놈의 반응이 그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당장 때릴 것처럼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렸는데도 꼬마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디틀레우는 꼬마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 그러자 꼬마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릴 듯 얼굴이 일그러졌고, 디틀레우는 웃으며 다시 꼬마를 후려쳤다. 굉장한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디틀레우는 패거리에게 그 꼬마를 때리던 순간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도.”
울릭은 충격을 먹은 아이 앞으로 씩 웃으며 발을 끌며 나왔다. 그는 패거리 중 덩치가 제일 컸고, 단단히 움켜쥔 주먹으로 꼬마의 뺨에 흉한 자국을 남겼다.
키미는 살짝 말려 보았지만, 덤불 속 새들이 모두 날아오를 정도로 크게 터져 나온 패거리의 웃음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그들은 꼬마를 학교에 데려다 놓고, 구급차가 꼬마를 데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꼬마가 고자질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꼬마는 절대 고자질하지 않았다. 사실은 아예 학교로 돌아오질 않았다. 소문을 듣자하니 아버지가 그 애를 다시 홍콩으로 데려갔다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며칠 후에 패거리는 숲 속에서 개 한 마리를 때려죽였다.
그렇게 그들은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 p.31
두 사람 모두 비아르네의 표정을 살폈다. 물론 두 사람은 어떤 호기심어린 표정을 예상했었다. 그 옛날의 열정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바라보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하지만 비아르네의 반응은 두 사람의 예상을 빗나갔다. 비아르네는 덴마크 최악의 범죄자들 사이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수감자들 사이의 서열 다툼, 동성 간의 강간, 폭행, 협박, 갈취, 비인간적인 대우 등 온갖 가증스러운 일에 둘러싸여 지낸 타락의 11년 세월이었다. 그 모든 것을 겪고도 또래보다 5년은 젊어 보일 정도로 잘 살아온 사람의 얼굴이 지금은 잿빛으로 변했다. 비아르네의 눈은 키미의 얼굴에서 벽으로, 그리고 벽에서 다시 키미의 얼굴로 계속 왔다 갔다 했다. 마치 처형 장면을 지켜보러 온 사람의 눈동자 같았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지만, 차마 그 광경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 하는 갈등의 눈동자. 저 끔찍한 내면의 갈등은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그것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칼은 간이든 쓸개든 다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p.233
“논리적으로 따져 보자면 각각의 주머니는 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야겠군요.”
아사드가 말했다.
“아니면 트리비알 퍼슈트 카드가 비닐 주머니 하나에 같이 들어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죠? 뢰르비 사건의 희생자가 두 명 아닙니까? 그래서 비닐 주머니 두 개에 들어가 있는 거죠.”
아사드가 두 손을 웃는 얼굴처럼 활짝 펼쳐보였다.
“그러니까 비닐 주머니 한 개당 한 사람씩.”
“바로 그걸세.”
--- p.294
“그들이 나를 폭행하기 시작했을 때 키미는 아주 중립적인 태도였습니다. 토르스텐, 디틀레우, 크리스티안이 제일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었죠. 그놈들이 저를 팰 만큼 팼을 때는 제 귀에서 피가 나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아마 그놈들도 겁이 좀 났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 키미가 저를 때리기 시작하더군요.”
키미가 여전히 가까이 느껴진다는 듯 바세트가 코를 벌름거렸다.
“그놈들이 계속 키미를 약 올렸어요. 특히 크리스티안이 그랬습니다. 크리스티안과 디틀레우가 약 올리며 키미의 몸을 더듬어 흥분시키더니 내 앞으로 밀쳤습니다.”
바세트가 주먹을 쥐었다.
“처음에 키미는 때리는 둥 마는 둥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강도가 심해지더군요. 제가 얼마나 아파하는지 알아차리고서는 눈동자가 점점 커졌습니다. 그리고는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지면서 때리는 강도도 점점 더 세지더군요. 제 배를 발로 찬 사람이 바로 그년입니다. 뾰족한 신발 끝으로 찼어요. 아주 세게 찼죠.”
바세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길 건너편 지붕에 있는 청동상과 똑같은 모양의 재떨이였다. 바세트의 얼굴에 주름이 졌다. 선명한 햇빛 아래서 보니 이제야 그 주름살이 보인다. 젊은 사람치고는 참 이른 나이에 생긴 주름이다.
“크리스티안이 말리고 나서지 않았으면 키미는 아마 제가 죽을 때까지 팼을 겁니다. 분명해요.”
--- p.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