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그는 그 편지가 다른 층이 아닌 하필 자기가 앉은 바로 위 이층에서, 그것도 바로 그 박스석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귀부인들이 있는 오층에서도 떨어질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애정이란 일반적인 잣대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감정이며, 그중에도 질투는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애정이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중에서
친애하는 벗, 표트르 이바니치, 설마 내가 이 모든 것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자네는 다양한 인사들을 소개하는 등 수고한 대가를 나에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도리어 교묘하게 상황을 만들어 상당한 금액의 돈을 차용증도 없이 빌려 갔지. 바로 지난주에 말야. 그러고는 돈을 가지고 행방을 감추어 버렸지. 게다가 예브게니 니콜라이치를 소개해 주면서 내가 자네에게 들인 수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자네는 내가 곧 심비르스크로 떠날 테니 문제를 처리할 시간이 없을 거라 계산하고 있는 듯한데, 내 자네에게 한 가지 엄중히 경고하고, 나아가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네. 만약 자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앞으로 꼬박 두 달을 더 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각오가 되어 있으며, 자네를 반드시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목적을 달성하고야 말겠다고 말일세.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중에서
지금 우리는 한발 앞서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네. 그런데 한번 판단해 보게. 악어를 소유한 한 외국인으로부터 유치한 자본이 이반 마트베이치를 통해 두 배로 뛰었네. 그런데 우리가 그 외국인 악어 주인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주요 자본이라 할 수 있는 악어의 배를 가르려 한다면, 과연 그게 적절한 행동이겠는가? 내 생각에 이반마트베이치는 조국의 진정한 아들로서 자기로 인해 외국에서 들어온 악어의 가치가 두 배, 아니 세 배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할 걸세.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그래야 하니까.
---「악어」중에서
하지만 나는 딱 술 한잔만 마시고 축하해 주고, 저녁 식사는 거절할 거야. 일이 있다고 말하는 거지. 일이 있다, 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완전히 정중해지겠지.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미묘하게 상기시킬 거야.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 것을. 내가 굳이 대놓고 나의 지위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필요하긴 하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덕적으로 당연히 필요하니까. 그러면 나는 일단 미소를 짓고, 심지어 호탕하게 웃어 줄 거야. 그래야 다들 긴장을 풀 수 있을 테니까. 그러고는 다시 한번 새 신부에게 슬쩍 농담을 건네고, 흠… 심지어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구 개월 후에 대부의 자격으로 다시 오겠노라 넌즈시 암시하는 거지, 헤-헤!
---「끔찍한 일화」중에서
잡지사 직원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리쳤다. “네, 당신은 그 휴머니즘을 자랑하려고 온 겁니다! 당신은 모든 사람들의 즐거움을 방해했습니다. 당신은 샴페인을 마시면서도, 그게 십 루블짜리 월급쟁이 관료에게 너무나 비싼 술이라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자신의 부하 직원의 어린 부인까지 탐내는 그런 상관들 중 한 명이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독점을 지지한다고 확신합니다…. 예, 예, 그래요!”
---「끔찍한 일화」중에서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사람들은 이젠 나를 미친놈이라 부른다. 혹시나 지금 내가 예전만큼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는다면 직급이 높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이젠 전혀 화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모두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그들이 나를 비웃을 때조차 왠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이토록 슬프지만 않다면, 자신을 비웃는 게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슬프구나. 나는 진리를 아는데 그들은 진리를 모르니 참 슬픈 일이다. 아아, 혼자만 진리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해 못하지, 못하고말고.
---「우스운 인간의 꿈」중에서
아이들은 놀란 얼굴로 저만치 구석에 숨어 돌아가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미샤는 자기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돌아가신 할머니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미샤가 죽을 때면 언젠가 그에게 이런 할머니가 있었고, 백사 년을 살다가 떠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살다가 떠났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뭣 하러 기억하겠는가, 어차피 상관없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떠난다. 아무도 모르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가는 것이다. 다만 백 살이 넘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죽는 그 순간에 뭔가 감동적이고 평온하고, 심지어 숙연하고 평화로운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00세 노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