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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맞닿는 거리에서, 우리

손이 맞닿는 거리에서, 우리

서희 글그림 | 지구불시착 | 2020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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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0쪽 | 166g | 120*185*8mm
ISBN13 9791197115943
ISBN10 119711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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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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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타인들을 좋아하지만 오래도록 함께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 나 자신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관계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도, 그 편안한 공기를 기다리는 일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서둘러 나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서둘러 당신과 나의 영역을 구분짓지 않아도, 각자의 별들이 각자의 궤도를 돌면서 만드는 공간은 큰 우주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그렇게 조금씩 모이게 되면, 어딘가의 커다란 우주로 꽤 괜찮지 않을까. --- p.8

매일의 저녁, 너와 나의 부족함, 미숙함 그런 것들도. 같이 있으면 꽤 그럴듯하게 되는 일상. 수많은 것들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일. --- p.32

시장 모퉁이를 지나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있잖아, 우리도 할머니가 되면 저렇게 꽃이 많고 화려한 옷을 입을까?” “글세, 왜?” “그냥.” “아마 지금 우리가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 입지 않을까?” 아, 무릎을 탁 쳤다. 우리는 아마 후드를 입는 할머니가 될 것 같다. --- p.46

시간이 지나도, 네가 해 준 말들은 자꾸만 어딘가에 남아있다. 모서리진 마음에 쌓여서 자꾸만 반짝이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했다. 네가 나에게 준 말은, 아마 너의 마음 그 안에서 네가 직접 고르고 골라 나에게 온 것이구나. 그래서 그렇게 반짝이나 보다- 하고. --- p.61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한 시절은 어떻게 기억될까. 반짝이는 스파클링 폭죽으로 너의 이름을 쓰던 여름바다와 귀뚜라미 울던 저수지를 지나 주저없이 서로의 마음을 두드리고 모든 말의 의미를 나누던 밤들. 그 시절의 너와 나는 길게 누운 저녁 그림자를 따라 아직도, 길게 길게 걷고 있을까. --- p.106

나는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세상이 같아서 오랜시간 함께했지만, 싫어하는 것들은 참 다른 사람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함께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카페의 문을 열고 나가서는 서로가 없을 내일을 약속할 것이다. 끝나지 않는 사랑처럼 구는 내 감정을 달래 고마웠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언젠가는 조엘과 클렘의 마지막 장면을 운명처럼 믿었다. 이터널 선샤인. 너와 나의 이야기에도 어떤 낭만적인 제목이 붙어 있을 거라고 믿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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