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좋지 않았다. 빌리 보이 왓킨스는 죽었고 프렌치 터커도 마찬가지였다. 겁에 질린 빌리 보이는 전장에서 죽도록 무서워하다 죽었고 프렌치 터커는 코를 관통당했다. 버니 린과 시드니 마틴 중위는 땅굴에서 죽었다. 피더슨도 죽었고 루디 채슬러도 죽었다. 버프도 죽었다. 레디 믹스도 죽었다. 그들은 모두 사망자에 속했다. 비는 대원들의 군화와 양말 속에서 자랄 곰팡이를 배양했고, 그들의 양말은 썩었고, 그들의 발은 하얗게 짓물러 손톱으로 살갗을 저밀 수 있었고, 스팅크 해리스는 어느 밤 혀에 거머리가 붙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낮은 안개가 논을 서성거리며 원소들을 회색의 단일한 원소로 뒤섞어버렸고, 그렇게 전쟁은 춥고 창백하고 부패했다.
--- p.17
그렇다, 그들은 이제 정글에 있었다. 울창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정글. 감숭감숭한 가지를 늘어뜨린 석송, 녹색의 무성한 지붕을 드리운 나무들에 매달린 진녹색 바나나, 아치 모양의 숲에 스며드는 황록색과 청록색과 올리브 녹색과 은녹색의 빛. 정글이었다. 성장과 부패와 엽록소 냄새와 정글의 소리와 정글의 심연이 있는 정글. 콧노래 나오는 다정한 정글. 사방 천지에 신록 깊이 신록을 감춘 정글. 가려운 정글, 헤매는 정글. 식물학자들 정신병원이네, 닥은 말했다.
--- p.60
아침이 되자 쉰 명의 새로운 대원은 바다를 바라보는, 나무로 된 옥외 스탠드 쪽으로 오열을 맞추어 인도되었다. 검은 교관용 철모를 쓴, 작은 몸집에 슬픈 표정의 상병이 다들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마치 잃어버린 친구를 군중 속에서 찾듯 신병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상병은 모래에 털썩 앉았다. 그는 신병들을 외면한 채 바다를 가만히 바라다보았다. 그는 말이 없었다. 10분, 20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데도 슬픈 표정의 상병은 고개를 돌리지도 끄덕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파란 바다를 바라다보았다. 모든 게 맑았다. 바다도 맑았고 모래와 바람도. 그들은 옥외 스탠드에 한 시간 내내 앉아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상병은 한숨을 쉬고 일어섰다.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오열을 맞춘 새 얼굴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좋아,”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 난장판에서 살아남는 법 제1강은 저걸로 끝이다. 너희가 집중했기를 바란다.”
--- p.70
한결같은 날들이었다. 풀은 갈색으로 변했다. 비가 온 뒤에도 바싹 말라 있는 논들은 드넓고 판판한 모습으로 지평선까지 뻗어 있었고, 지평선에는 더 많은 판판함이 기다릴 거라는, 모든 게 한결같을 거라는 단 하나의 확실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원들은 불평을 했다. 더위, 정적, 시드니 마틴. 한번은 마틴이 그들더러 소규모 참호 군집을 수색하라고 명령하자 스팅크 해리스와 보트가 처음엔 작게, 그러다 크게 돼지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다른 대원들이 거기에 가세했다. 정확히 말해 항명은 아니었지만,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항명에 가까웠다. 대원들은 자리를 떴다. 얼마 뒤 중위는 어깨를 으쓱하고 짐을 내던지더니 직접 참호로 내려갔다. 그들은 말없이 기다렸다. 딱히 시드니 마틴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너무 까탈스럽고 너무 홀쭉하고 머리카락도 너무 금발에다 고왔다. 끊임없이 닦달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임무를 섬기는 사람, 땅굴과 참호 수색을 섬기는 사람. 너무 규율 발랐다. 이런 형편없는 전쟁을 치르기에는 너무 머리가 좋았다.
--- p.161~162
쓰러질 듯한 세 층짜리 물막이 판자 건물은 바람의 방향대로 기울어 있었고 문이 잠긴 데다 어두컴컴했다. 오스카는 가죽 샌들에다 기름에 전 갈색 의복을 걸친 콧수염 난 여자가 열어줄 때까지 문을 두드렸다. 여자는 그들을 안으로 들였다. “싸요-싸,” 그녀는 말했다. “제일 싼 호텔.” 열두 명의 아이가 계단과 책상과 바닥에 헐벗고 앉아 있었다. 어리고 용감한 남자아이 하나가 오스카의 소총을 만졌다. 그러고 오스카의 손을 만졌다. 오스카가 무릎을 꿇자 남자아이는 그의 얼굴을 만졌다. “검둥이,” 오스카가 말했다. 남자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검둥이!” 남자아이가 말했다. 다른 아이들이 깔깔거렸고 여자는 쉿 조용히 시켰다. 그녀는 초를 켠 다음 중위더러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녀의 얼굴은 부스럼이 지글지글했다. “최고예요,” 그녀는 말하면서 그들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 굽이굽이 복도를 따라서 방으로 안내했다. “ 미니애폴리스 호텔, 제일 잘 자요.”
--- p.172~173
피더슨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천장은 자상이 하나 벌어져 있었고, 기장은 괴성을 질렀고, 해럴드 머피는 계속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젓고 일어서려 했고, 사수들은 계속해서 총을 갈겨댔다. 기장의 살찐 얼굴은 파랬다. 그는 대원들을 적재문 쪽으로 밀었다. 피더슨은 그냥 거기 앉아 있었다. 기장이 그에게 괴성을 질렀지만 피더슨은 거기 붙박여서 제 배를 꽉 쥐고 누르기만 했다. “공-하나-공,” 기장이 괴성을 질렀다. “저 좆같은 새끼 일으켜 세워! 누가―” 치누크가 부드럽게 바닥에 닿았다. 사수들은 계속해서 총을 갈겨댔다. 그들은 달아오른 저희 총 위로 등을 구부린 채 갈기고 또 갈겼다. 그들은 조준 않고 맹목적으로 갈겨댔다. “하선!” 기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제일선 대원들을 적재문 아래로 밀치는데도 사수들은 저희 총 뒤에서 과묵하게, 오만 데다 총을 갈겨대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런데도 기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밀쳐대고 있었다.
--- p.197
에디 라추티는 노래 부르기를 사랑했다. 그는 군가와 동요를 불렀다. 그는 급진파가 아니었고 목적 있이 만든 음악을 경멸했지만 가끔은 포크송도 불렀다. 마마 캐스가 그의 최애였다. “살아생전,” 그는 말하곤 했다. “그렇게 한번 노래해봤으면 좋겠어…… 매일 밤 새로운 마을에다 여자들은 꼬리를 물지, 지갑은 두둑하지.” 제3분대 사람들은 그의 구슬픈 노래를 최고로 좋아했다. 고향에 가는 노래, 가족에 관한 노래, 여자 친구에 관한 노래. 그는 이런 노래들을 마음으로 불렀다. 그는 고전음악을 싫어하는 체했지만 토요일 저녁 6시 정각이면―그것으로 토요일이 토요일인 줄 알았다―제이크 임스 상사의 진행으로 다낭 지역에서 방송되는 〈상사가 들려주는 대가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에디는 한동안 말을 않고 길게 펼쳐진 땅 너머를 건너다보았고, 그러다 흥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노래를 불렀고, 그러면 가끔은 밤도 괜찮을 때가 있었다.
---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