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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끌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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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630g | 128*188*35mm
ISBN13 9788932920726
ISBN10 893292072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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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두 눈을 감으면 그곳이 생생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벽 높은 곳에는 작은 창이 나 있었다. 노란 유리를 끼운 창에는 철망을 쳤다. 물론 이 창은 내가 실리토 씨와 함께 핵스비 양의 탑에서 내려다보던 그 유리창 가운데 하나였다. 문 옆에는 〈수인(囚人)이 주의할 점〉과 〈수인의 기도〉라 적힌 에나멜 판이 있었다. 아무런 칠도 하지 않은 나무 선반에는 머그 하나, 나무 접시 하나, 소금통 하나, 성경책과 『죄수의 벗』이라는 종교 서적이 있었다.

의자와 탁자, 개켜진 해먹이 하나씩 있고, 해먹 옆에는 자루들과 진홍색 실이 담긴 쟁반, 그리고 이가 나간 에나멜 뚜껑이 덮인 〈오물통〉이 있었다. 좁은 창턱에는 빗이 하나 놓였는데, 빗살이 갈라지거나 닳았고, 곱슬거리는 머리털과 비듬이 엉켜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빗이 이 감방과 다른 감방을 구별해 주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이곳에 갇힌 여자들은 자기 물건을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배급받은 물건, 즉 머그, 접시, 성경을 아주 깨끗이 써야 하며, 정해진 순서대로 정렬해 놓아야 했다.
--- p.35~36

나는 도스의 손가락이 전기라도 띤 듯 움찔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으며, 이윽고 도스는 싱긋 웃었다. 내 드레스 안의 로켓을 찾아낸 것이다. 우연도 그런 우연이 없으며, 참으로 신기한 우연이었다. 그리고 도스는 손가락 끝으로 로켓이 달린 사슬을 더듬기 시작했다. 사슬이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동작이 너무나 가깝고 은근했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녀가 내 목에 걸린 사슬을 손으로 만지며 따라가, 마침내 손가락을 구부려 옷깃 아래 로켓을 꺼내는 느낌이…….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내 가슴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눌렀을 뿐이다. 도스는 황금 로켓 안쪽으로 맥동하는 내 심장 소리를 듣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 p.138~139

「그건 사랑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에요. 당신 동생이 남편을 사랑하는 그런 사랑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수염을 기른 남자가 여기 있고, 저쪽에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있는 그런 광경만 생각하나요? 영혼들이 사는 곳에는 수염이나 드레스란 게 없다고 제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당신 동생의 남편이 죽고, 동생이 다른 남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동생은 어떻게 될까요? 동생이 천구들을 가로질러 갈 때 누구에게 날아갈까요?

천상에서 동생은 누군가에게 날아가야 하거든요. 천상에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날아가야 해요. 우리 모두는 우리 영혼이 분리되어 나왔던 곳으로, 우리의 빛나는 반쪽을 찾아 날아가야만 해요. 당신 동생 남편이 바로 그 반쪽일 수도 있죠. 그러길 저도 바라고요. 하지만 어쩌면 동생이 만나는 다음 남자일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고요. 또한 지상에서는 절대로 생각도 못 한, 그릇된 경계 너머에 있기 때문에 만나지 못한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요…….」
--- p.314~315

이윽고 나는 이 일기장을 꺼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아서가 〈여자의 책은 마음을 담은 일기장이 전부〉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밀뱅크를 다녀온 내용을 이 일기에 적으면서 그러한 아서의 의견에 반대하고 짜증을 낸 기억이 난다. 나는 내 삶을 옮겨 적는 책을, 삶이나 사랑이 전혀 배어 있지 않은, 그냥 카탈로그처럼, 일종의 목록처럼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결국 내 마음이 일기장의 모든 페이지에 스며든 걸 볼 수 있다. 일기장의 굴곡진 길이 보였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것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리고 계속해 견고해지더니 마침내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셀리나.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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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강렬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 세라 워터스는 페미니스트 디킨스라 할 만하다.
- [텔레그래프]
관능적이고, 으스스하며, 스타일리시하다. 어느 면에서 보아도 완벽하게 훌륭한 소설이다.
- [가디언]
세련되고 절제된 동시에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다.
-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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