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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중고도서

네 이웃의 식탁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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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98g | 128*188*20mm
ISBN13 978893747319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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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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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시간을 보내는 데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면서 체세포의 수를 착실히 불리는 거야말로 어린이의 일이었다. 그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일은, 주로 시간을 견디는 데 있었다. 시간을 견디어서 흘려보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곳에 펼쳐진 백면에 어린이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 모를 선을 긋고 예기치 못한 색을 칠하도록 독려하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존재는 날마다 조금씩 밑그림으로 위치 지어지고 끝내는 지우개로 지워지더라도.
--- p.67

산부인과의 검사대에 올라가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몸이 어떤 자극이나 모욕에도 반응하지 않는, 동요나 서글픔 따위를 제거한 무생물에 가까운 오브제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었다. 그 과정을 흔히 정상 내지는 보편이라고 간주되는 경로를 거쳐 통과한 이는, 타인과의 어지간한 신체적 접촉 정도로는 눈을 부라리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일일이 그래 봤자 성격 까다롭다는 조소를 감당하고 비참함을 곱씹는 쪽은 자신이라는, 차라리 스스로를 오브제로 간주했을 때 피로의 역치가 그나마 높아진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확인한 자로서의 체념, 그 끝에 마침내 일말의 안식처럼 찾아드는 무감각 같은 것이었다.
--- p.82~83

선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니 요진이 어느 순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싸늘하게 자르거나 거절해도 그만이었다. 요진이 불편하고 불쾌하면 곧 그것이 선을 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요진은 가능한 한 ‘누가 봐도 이상하며 그럴듯하지 않은’ 일에 반응하고 싶었다. 해석의 방식과 범위에 따라 불쾌지수가 널뛰는 일에 낱낱이 발끈함으로써 서로에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피곤한 여자로,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예민한 이웃으로 간주되기 싫었다. 좋은 게 좋은 줄 알며, 사소한 농담에 호응해 주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회인이 되는 게 바람직했다.
--- p.119

“꼭 이렇게 해야겠어? 이러는 거 너 정말 이해 안 가는 거 알아?”
그다음 나올 말은 이 상황을 두고 누가 옳은지 길 가는 사람들 다 붙들고 물어보라는 얘기겠지. 그렇게 일도양단이 되는 세계에서 요진은 지금껏 살아 본 적이 없었다. 혹은 지극히 단순 명료한 사안이어서 어쩌다 일도양단이 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양쪽이 마땅히 취득하거나 박탈당하는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요진은 대답하지 않고 트렁크를 넣은 뒤 차 시트에 몸을 실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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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가족, 이웃, 자연, 공동체 같은 따스하고 풍요로운 단어들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현실임을 나는 알고 있다.
- 조남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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