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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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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44g | 153*215*15mm
ISBN13 9791155551493
ISBN10 115555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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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아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미리 아프지 않기, 미리 힘들어하지 않기,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아파도 사랑한다고, 힘들어도 사랑한다고, 걱정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 p.6

“이 아이는 여기까집니다. 그냥 깨끗한 모습으로 보내 주세요.”
나는 더 이상 두 다리로 버티고 있지 못하고 쓰러졌다. 응급실 바닥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사가 아이의 상태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던 것 같은데 ‘여기까지’라는 말에 더 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온 세상이 캄캄했다. 이렇게 아무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아이를 보내야 한다니, 말도 안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미 가정은 금이 간 상태였고 세상엔 아이와 나, 둘뿐이었다.
--- p.34

피를 너무 많이 토한 아이는 깨어나지 못했다.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걸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아, 내 아이를 더 이상 이 땅에 붙잡아 둘 수 없는 것일까. 오히려 사는 게 고통스러운 아이를 붙잡고 있는 내가 이기적인 엄마인 건 아닐까.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아가, 여기까지인가 봐. 이제 그만 너를 놓아 줘야겠다. 더 이상 고통 받지 말고 가라. 고통 없는 곳에 가서 편하게 지내렴.’
자기 별로 떠나려는 아들을 보기 위해 가족들이 왔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애타게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붙잡고 연장시켜 10년을 함께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다니,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자식을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p.75

중환자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바닥에 누워 있으면 온몸이 시리다. 아무리 두툼한 박스를 깔아도 밑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가뜩이나 작은 몸을 웅크리고 자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 함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직 숨이 남아 있는 아들이 생명을 붙들고 있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 p.(79

몸은 열한 살, 현실은 한 살짜리 아이였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혼자 앉아 있는 것도 다시 가르쳐야 했고, 숟가락질은 물론 글씨도 못 읽는 아기, 그 아기를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고되었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 p.117

19년째 아들의 심장병과 싸우다 못해 함묵증과도 싸우는 우리는 외로운 투사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짙어질수록 그 속에서 배우게 되는 삶의 지혜와 사랑이 깊어지고 있음을 이제는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드디어 자물쇠를 열었다.
--- p.135

내가 웃으니까 속으로 울고 있는 걸 모른다. 그저 대놓고 울 수가 없어 참고 있을 뿐이다. 나를 안쓰럽게 보는 시선도, 나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너무 싫고 무섭다.
‘왜 이런 시련을 주었을까.’
성장 속도도 느렸다. 체력도 약하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나갈 뿐이다. 나는 오늘도 운동장을 걷는다. 노래를 들으며 걷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이 순간들이 모이면 인생의 차이는 좁혀질 거라 믿으며 나는 웃는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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