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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방랑

경성 방랑

: 근대 지식인들의 경성 탐닉기

구선아 | 알비 | 202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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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38g | 128*188*15mm
ISBN13 9791186173985
ISBN10 11861739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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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은 물새가 없이 너무 너르고 그 건너 포플러 나무의 행렬은 이 개포의 돛대들보다 더 위엄이 있다. 오래 머물지 못하는 돛대들이 쫓겨 달아나듯이 하구를 미끄러져 도망해 버린다. 나무 없는 건넛산들은 키가 돛대보다 낮다. 피부 빛은 사공들의 잔등보다 붉다. 물속에 들어간 닻이 얼마나 오래 있나 보자고 산들은 물 위를 바라보고들 있는 듯하다.
--- 「백석 - 마포」 중에서

하루 동안 서점에서 발견하는 놀라운 사실은 고객의 종류인데 대부분은 루바슈카(rubashka) 입은 장발 청년(이렇게 유달리 차린 청년이 서울 안에 몇 사람이나 있으랴마는)이나 첨단적 지식분자연(智識分子然)한 양복 계급이리라고 예상한 기대를 벗어나 고객 대부분이 중등학교 정도의 생도들이라는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 서점을 찾는 수백 명의 고객의 구십구 퍼센트가 두발 단삭 한 목을 둘러 여민 교복의 중학생들이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아닌가.
--- 「이효석 - 도시의 일면」 중에서

서울이 무엇으로 시골보다 나은가 하는 것은 예전부터 가 진 생각이지마는 나도 이번 우연히 내가 무엇으로 날짐승 보다 나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나, 강아지나, 제 비와 비겨서는 나는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식 과 색의 본능으로 말하면 그들과 나와 다른 것이 없고, 부 처 될 성품도 그들이나 내나 마찬가지다.
--- 「이광수 - 서울 열흘」 중에서

경원선과 경인선이, 삼방(三防)과 석왕사(釋王寺)의 밥장 수가, 워싱턴의 동상과 모기와 빈대와 벼룩이 모두 제각기 한몫을 톡톡히 보는 7월이다.
조선 사람은 음악을 대단 애호한다. 사람들은 레코드집 앞에서 나누어주는 삐라를 손에 들고 마침 울려나오는 유행가를 따라 배우기에 열 명 스무 명 씩 몰려 서 있다. 음악학교의 가두 진출이다.
--- 「채만식 - 상경 후 서울」 중에서

넓고 큰 만주에서 살다가 경성에 들어서면 마치 반 칸 방 속에다가 잡아놓고 사방 창을 잠그는 것 같은 기분이 생긴다. 경성 시가에는 쏙쏙 빼입은 청년 양복쟁이가 전보다 많아 진 것 같고 또 대모테 안경 안 쓴 사람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여학생의 치마 길이는 작년보다 조금 길어진 것 같 고, 여교사 같은 숙녀는 왜사 적삼 생수 겹저고리 아니 입 은 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점점 사치스러워 가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나 청년마다 놀란다.
--- 「나혜석 - 하이칼라가 늘어나는 경성」 중에서

봄 아지랑이 서울 장안에 가득한 어느 날 오후 나는 요사이 서울 인텔리층에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미모사 서점의 여주인 이준숙 씨를 찾을 생각으로 종로 오정목서 다시 동소문 가는 뻐-스를 잡아탔다. 뻐-스는 고공(高工) 제대병원 앞을 지나 동소문 종점 동성상업학교 앞에 멈추니 나의 발길은 자연 고상 가는 길옆에 나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미모사 서점으로 옮기어졌다.
--- 「경성의 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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