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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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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54g | 145*225*9mm
ISBN13 9791160947168
ISBN10 1160947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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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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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도 해리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아무도 다연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다연의 얼굴이 점점 뜨거워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지하기 전의 전조 증상일까. 다연은 그대로 손을 무릎에 올리고는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셌다.
--- p.20 「일시 정지」 중에서

엄마가 내 말을 듣지 않아 서운했다. 하지만 늘 있는 일이었다. 엄마는 중개인이 보내 준 문자를 확인했다. 나는 엄마 휴대폰에 찍힌 비밀번호를 보았다. ‘1770017’ 분명 숫자의 나열인데 글자처럼 보였다. 이유를 생각하다 엄마가 비밀번호를 누르기 직전 떠올렸다.
“엄마 moon이야. 달이라고.”
--- p.49 「달의 방」 중에서

혼자서라도 그림을 그려 보려고 연필을 잡고 드로잉북 앞에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놀리다 정신을 차려 보면 드로잉북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산부인과에서 보았던 초음파 장면처럼. 태양도 별도 달도 없는 우주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 p.74 「달 없는 우주」 중에서

얼마 전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그녀는 기회비용에 대해 말했다. 한 가지를 얻으면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운 것을 피하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 그 대사를 듣자마자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랐다. 혼자 남는 것이다. 할머니는 나를 잃는 것이 무서워 좋아하는 것보다는 두려운 것을 피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 p.103 「붉은 조끼」 중에서

엄마 아빠가 마트에서 장을 보는 동안 나는 차 안에 있기로 했다. 창문을 열어 둔 채 책을 펼쳤다. 창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 속에는 야릇한 비린내와 쌉싸름한 나무 향이 배어 있었다.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빨아들이자 책을 쥐고 있던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의 세상에 뿌연 안개가 깔려 있었다. 제주도의 첫인상이었다.
--- p.109 「바람에 닿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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