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게 한국 기독교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어렵지 않게 한국기독교를 온갖 편견으로 가득 찬 권위주의적 종교라고 여겨지지 않을까? 기독교의 사상과 사고체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주제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 가장 빨리 떠오르는 한 가지 예를 꼽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술과 담배에 대한 강한 거부감 아닐까한다. 과연 처음부터 기독교는 술과 담배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을까? 술과 담배가 기독교와는 전혀 무관한 존재들이었을까? 본서는 그러한 흔한 의문점, 흔한 거부감의 대상들, 즉 기독교역사 속에 나타난 술(음주)과의 관계를 다룬다.
현대 기독교에서 음주가 아직도 상반된 척도로 작용한다. 한쪽에서는 음주가 절대로 행하지 말아야 할 흉악한 죄의 한 항목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음주의 여부가 신자의 자유함을 증명하는 척도로 이해된다. 본서는 그와 같은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의 한편의 손을 들어주려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 본서는 기독교의 역사 속에 나타난 음주의 문제를 심도 깊게 조사함으로서, 일반적으로 기독교 문화 속에 등장하는 음주와 관련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역사적 발전과 사건들을 통하여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신자들에게도 술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입장들을 발생시킨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제시하려고 한다. 필자는 본서를 통해 술이 기독교역사에 있어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 즉 단지 저속하고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는 점을 밝히려고 노력하였다.
술은 단순히 사람의 갈증을 채우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성경이 말하듯이 술은 신자들에게 기쁨과 감사를 주는 음료일 뿐만 아니라, 고통과 비난과 정죄를 받는 음료이기도 하다. 그렇듯이 술은 유대교와 기독교 역사 속에서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미움을 받는 음료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한 점에서 기독교와 음주 문화에 대한 관계(혹은 태도)속에는 내적으로 거룩한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외적으로 세속적인 이유가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결국 한국기독교가 갖게 되었던 음주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의 유래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기독교인들에게는 음주 문화에 대한 진실을 말해줌으로서 술을 마시는 신자들에게 술로 인하여 방종하지 않게 하며 술을 마시지 않는 신자들에게는 술 마시는 사람들을 정죄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본서는 총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어서, 현대 기독교에서의 음주와 관련된 찬반론을 통한 문제제기로부터 고대근동, 구약, 그리스-로마, 기독교와 중세, 종교개혁과 청교도, 식민지, 금주운동시대, 마지막으로 한국기독교의 금주령의 시대까지를 다룬다.
결론적으로 본서를 완독한 독자라면 저자와 몇 가지 점에서 동의할 것이다. 첫째로, 음주문제는 오랜 기독교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유대교를 포함한 기독교의 기원, 수도원 운동, 개신교의 발흥과 발전, 심지어 부흥 운동과 기독교 선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로, 음주는 역사적으로 비본질적인 문제(아디아포라)다. 셋째로, 음주의 문제는 중요한 기독교신학들, 즉 창조신학, 그리스도론, 그리고 성찬신학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넷째로, 음주를 죄로 여긴 한국교회의 전통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불어 닥쳤던 세계적인 금주운동과 그 맥을 함께 한다는 점, 다섯째, 교회의 음주문제는 신학적으로나 특히 목회적인 측면에서 좀 더 심각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