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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리뷰 총점9.6 리뷰 43건 | 판매지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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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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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98g | 137*197*26mm
ISBN13 9788984374256
ISBN10 898437425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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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할머니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 언니가 4주 전에 죽어서도 아니고 우리 엄마가 16년째 연락이 없어서도 아니며 심지어 갑자기 내 머릿속에 온통 섹스 생각뿐이어서도 아니다. 바로 집에서 기르는 화초에 반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내 열일곱 인생 내내 이 별 특징 없는 품종의 화초가 나의 정신과 영혼, 신체의 건강을 반영한다고 믿었다. 언제부턴가 나도 그렇게 믿게 되었다.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키 180센티미터의 할머니가 내가 앉은 자리 건너편에서 거뭇거뭇한 잎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번엔 가망이 없다는 게 무슨 소리냐?”
할머니가 빅 삼촌에게 물었다. 빅 삼촌은 수목 관리 전문가이자 마리화나 중독자, 사이비 과학자다. 만물박사까지는 아니지만 식물에 한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나를 응시하며 삼촌에게 질문하는 할머니가 남들 눈엔 이상하게, 어쩌면 살짝 무섭게 보이겠지만, 삼촌 눈에는 아니었다. 삼촌 역시 나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상태가 아주 심각해요.”
삼촌의 목소리는 마치 무대나 강단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빅 삼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워낙 무게가 있어서 소금 좀 건네 달라는 평범한 말조차 엄숙한 계명처럼 들린다.
할머니가 시름에 찬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나는 다시 《폭풍의 언덕》 지면 한 귀퉁이에 시를 쓰려고 소파 한쪽에 웅크리고 앉았다. 뭐라고 대꾸를 하느니 종이 클립을 입에 물고 있는 편이 나았다.
“이 화초는 예전부터 회복력이 좋았잖니, 빅. 레니가 팔 부러졌을 때처럼.”
“그땐 반점이 흰색이었잖아요.”
“작년 가을에 수석 클라리넷 오디션 봤다가 부수석에 머물렀을 때는?”
“갈색이었고.”
“아니면?.”
“이번엔 다르다니까요.”
내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슬픔과 걱정의 장엄한 이중주로.
할머니는 이곳 클로버의 명망 있는 원예가로, 북부 캘리포니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화원의 주인이다. 할머니가 키우는 장미는 1년 치 석양을 품은 것보다 붉게 피었고 향기는 너무 황홀해서 맡는 순간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전설 같은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할머니의 살뜰한 보살핌과 명실상부한 원예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이 화초는 아무래도 내 삶의 궤도를 따라가는 것 같다. 할머니의 노력이나 식물 자체의 생명력과는 별개로.
나는 책과 펜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할머니는 몸을 숙여 화초에게 삶의 환희에 대해 속삭이고는 소파로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빅 삼촌도 합류했다. 그 거대한 몸이 할머니의 옆자리에 털썩 내려앉았다. 우리 셋은 각자 헝클어지고 번들거리는 까마귀 머리를 하고 오후 내내 그 상태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것이 한 달 전 베일리 언니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리허설 중에 치사성 부정맥으로 쓰러진 이후 우리의 모습이다. 마치 잠시 한눈파는 사이 누군가가 지평선을 진공청소기로 빨아 없애버린 듯했다.
--- pp.9~11

학교 복귀 첫날은 예상대로였다. 복도에 들어서자 다들 홍해처럼 갈라졌고 소리를 낮춰 소곤거렸으며 눈빛들이 조심스러운 연민으로 일렁였다. 마치 내가 언니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있다는 듯이 바라봤다. 착각은 아니었다. 언니의 죽음이 내 온몸에 드리운 것은 나도 느끼고 남들 눈에도 보였으니까. 화사한 봄날에 새카만 코트를 걸친 것처럼 명백하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내가 자릴 비운 한 달 사이 전학 온 남자애 조 폰테인에 대한 전례 없는 소란이었다. 어딜 가든 마찬가지였다.
“걔 봤어?”
“집시처럼 생겼던데.”
“아니면 록스타.”
“해적.”
“다이브라는 밴드 소속이라더라.”
“음악 천재라는 말도 있어.”
“누가 그러는데 예전에 파리에 살았대.”
“길거리에서 막 버스킹도 하고.”
“그래서 걔 봤어?”
봤다. 음악실에서 내가 작년 내내 앉았던 자리에 걔가 앉아있었다. 슬픔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내 눈은 그 애의 검은색 워커부터 출발하여 청바지로 둘러싼 긴긴 다리와 끝없는 상체를 지나 마침내 생기 넘치는 얼굴에 안착했다. 너무 활기차서 나는 혹시 내가 그 애와 내 악보대 사이의 대화를 방해한 건 아닌가 싶었다.
“안녕.”
그 애가 벌떡 일어났다. 키가 나무처럼 훤칠했다.
“네가 레넌이지?”
그 애가 내 의자에 붙은 이름을 가리켰다.
“얘기 들었어. 정말 유감이다.”
그 애는 자기 클라리넷을 마치 칼자루처럼 꽉 쥐고 있었다. 소중히 다루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고마워.”
내가 대답하자 그 애는 얼굴 근육을 있는 대로 다 써서 활짝 웃었다. 헐. 얘는 다른 세계에 있다가 돌풍에 섞여 우리 학교에 날아들었나? 핼러윈 호박처럼 헤벌쭉한 그 얼굴은 일부러 우울해 보이려고 만전을 기하는 클로버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그저 낯설기만 했다. 갈색 곱슬머리는 치렁치렁하고 속눈썹은 거미 다리처럼 길고 풍성해서 눈을 깜빡일 때마다 밝은 초록색 눈동자가 빔을 쏘는 것 같았다. 그 애의 표정은 펼쳐진 책, 아니 그라피티보다 선명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손가락으로 ‘와우’라고 쓰고 있던 걸 깨닫고는 이 뜻밖의 시선 대결을 끝내고자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레니라고 불러.”
참신하진 않아도 일부러 불쾌한 티를 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물론 그 대안도 요긴할 때가 있지만. 그 애가 잠시 눈을 발치로 떨군 사이 나는 다음 라운드를 위해 숨을 돌렸다.
“실은 궁금했는데, 존 레넌의 레넌이야?”
그 애가 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대로 기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화르르 타오르거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는 히피였거든.”
어쨌거나 이곳은 북부 캘리포니아에서도 최북부, 즉 괴짜들의 최종 변방이니까. 우리 11학년만 해도 일렉트리시티라는 여자애와 매직 버스라는 남자애가 있다. 꽃 이름은 셀 수도 없다. 튤립, 베고니아, 퍼피 등등. 모두 부모가 엄연히 출생신고서에 기재한 이름이다. 심지어 튤립이란 애는 풋볼팀 주전으로 뛸 만한 거구의 남자애다. 우리 학교에 풋볼팀이 있다면 말이지만. 우리 학교는 체육관에서 아침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계통의 학교다.
“아,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야. 실은 아빠, 고모, 삼촌, 형제, 사촌들까지……. 폰테인 집안 특성이랄까.”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안 봐도 그림 나온다.”
또다시 헐. 나 이렇게 쉽게 웃어도 되는 건가?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는 건가? 차가운 강물에 스르르 몸을 담글 때처럼?
--- pp.13~16

나머지 시간은 흐릿하게 지나갔고 나는 마지막 종이 울리기 전에 슬그머니 학교를 빠져나와 숲으로 향했다. 평소 하굣길을 밟기 싫었고 더 이상 학교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다. 특히 사라와. 사라는 내가 칩거하는 동안 상실에 대해 자세히 공부했다며, 여러 전문가에 의하면 이제 내가 얼마나 힘든지 누군가와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제라면 사라도, 전문가들도, 할머니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붕괴와 지각변동, 집어삼킬 듯한 암흑에서 탄생한 언어가.
삼나무 사이를 걷다 보니 지난 며칠간 내린 빗물에 운동화가 흠뻑 젖어 들었다. 유족들은 뭐하러 굳이 상복이란 걸 입을까? 슬픔 자체가 이토록 분명한 의상을 제공하는데. 오늘 내게서 그걸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레이철은 빼자) 새로 온 전학생뿐이었다. 그 애는 언니를 잃기 전의 나를 영영 모를 것이다.
나는 마른 땅 위에 떨어져 있는 종잇조각을 주워들고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뒷주머니에 늘 꽂아두고 다니는 펜을 꺼내 언니와의 대화를 기억 나는 대로 휘갈긴 뒤 접어서 촉촉한 땅에 묻었다.
숲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자 안도가 밀려왔다. 집에 있고 싶었다. 집이 그나마 언니가 가장 살아있는 곳이니까. 언니가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빨리 와, 레니, 얼른 강에 가자.”라고 외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얼굴 주위로 마구 휘날리던 검은 머리카락도.
“어, 안녕.”
토비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언니가 2년 동안 만난 사람, 반은 카우보이, 반은 스케이트보드광, 언니만의 사랑의 노예는 최근 할머니의 숱한 초대에도 불구하고 감감무소식이었다. 할머니는 “우리는 지금 그 애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해.”라고 누누이 말했다.
토비는 할머니의 화원에 등을 대고 누워있었다. 그 곁에는 옆집 개 루시와 에델이 네 발을 뻗고 자고 있었다. 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브루그만시아와 라일락이 만개하면 할머니의 화원은 여지없이 최면 효과를 일으켰다. 이 꽃들에 잠시 둘러싸여 있다 보면 아무리 활력 넘치는 사람이라도 벌러덩 누워 구름을 세게 된다.
“나는, 어, 할머니를 도와 잡초 좀 뽑고 있었는데.”
드러누운 자세가 민망했던지 토비가 덧붙였다.
“괜찮아, 늘 있는 일이니까.”
한쪽으로 가르마를 타서 길게 내린 머리와 햇볕에 그을려 주근깨가 박힌 넓적한 얼굴을 보니 과연 토비는 사자와 인간의 후손이 맞는 것 같았다. 언니가 토비를 처음 본 것은 나와 함께 산책 독서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가족은 모두 길에서 책을 읽는다. 몇 안 되는 이웃들은 다 이 기벽을 알아서 우리 집 근처에서 운전할 때마다 최대한 서행한다. 혹시 우리 중 하나가 넋이 빠진 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언제나처럼 《폭풍의 언덕》을, 언니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을 읽고 있었다. 그때, 아름다운 적갈색 말 한 마리가 우리 곁을 또각또각 지나 숲길로 향했다. 멋진 말이군, 하고 생각하며 다시 캐시와 히스클리프의 이야기로 눈을 돌렸는데, 몇 초 뒤 언니의 책이 땅에 툭 떨어지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어야 했다.
언니는 내 옆이 아니라 몇 발자국 뒤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왜 그래?”
내가 갑자기 넋이 나간 언니를 살피며 물었다.
“레니, 저 남자 봤어?”
“무슨 남자?”
“와, 넌 진짜 왜 그렇게 둔해? 방금 말 타고 지나간 남자 말이야. 내 책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잖아. 그 남자를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이성에 무관심한 나를 향한 언니의 짜증은 이성에 심취한 언니를 향한 나의 짜증만큼이나 끝이 없었다.
“아까 우릴 지나쳐 가면서 고개 돌려 날 보고 씩 웃는데, 끝내주게 잘생겼더라고. 이 책에 나오는 혁명가처럼.”
언니는 땅에 떨어진 책을 집어 들어 덮개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 있잖아, 순간의 격정에 이끌려서 게르트루디스를 말 위에 휙 태우고 달아나는?.”
“관심 없거든.”
나는 뒤돌아서 독서를 재개하며 우리 집 현관 포치로 향했다. 곧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 영국의 황야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폭풍 같은 사랑에 금세 빠져들었다. 나는 내 소설 속 무해한 사랑이 언니의 마음속을 차지한 사랑보다 좋았다. 아무렴. 그 사랑 때문에 장장 몇 달이나 나를 방치했으니까.
--- pp.24~27

태양이 어느 틈에 산마루를 넘어갔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빅 삼촌이 태양을 등진 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혹시 토비와 내가 함께 잠시 의식을 잃었던가?
“꼭 오즈 외곽의 양귀비밭에서 도로시와 허수아비, 토토 두 마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착한 마녀 글린다가 된 기분이군.”
삼촌이 말했다.
봄꽃 몇 송이의 마취성이 빅 삼촌의 나팔 같은 음성을 이길 순 없었다.
“안 일어나겠다면 비를 내려주마.”
나는 삼촌을 올려다보며 맥없이 웃었다. 풍성한 콧수염이 가지런히 덮인 입술이 마치 운명을 예고하듯 엄숙해 보였다. 삼촌은 빨간 호스를 서류 가방처럼 들고 있었다.
“나눔은 잘 되고 있어?”
나는 발로 호스를 툭툭 치며 물었다. 현재 우리 집은 햄 난리를 치르고 있었다. 장례식 이후 클로버에는 각자 햄 하나씩을 들고 우리 집에 방문하라는 행동 지침이 있었던 것 같다. 집안 곳곳에 햄이 넘쳐났다. 냉장고와 냉동고를 가득 채우고 난로 위, 싱크대, 차가운 오븐까지 차지했다. 빅 삼촌은 사람들이 조의를 표하려고 들를 때마다 문 앞에서 그들을 맞았다. 할머니와 나는 삼촌의 우렁찬 목소리를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었다. “어이구, 햄이네요. 감사해라. 잠깐 들어오세요.” 날이 갈수록 삼촌의 반응은 우리를 위해 더 과장되었다. “오, 햄!” 그때마다 할머니와 나는 눈을 맞추고 부적절한 웃음을 눌러 참아야 했다. 이제 빅 삼촌은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이웃에게 하루에 한 번씩 햄샌드위치를 배급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삼촌은 호스를 땅에 떨구고 손을 뻗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며칠만 지나면 드디어 햄 없는 집이 되겠어.”
삼촌은 내 정수리에 가볍게 입 맞춘 뒤 토비에게 손을 뻗었다. 토비가 제 발로 서자 삼촌이 토비를 끌어당겨 안았다. 덩치가 작다고 할 수 없는 토비도 삼촌의 거대한 품에 쏙 가려졌다.
“잘 버티고 있냐, 카우보이?”
“별로요.”
토비가 대답했다.
빅 삼촌이 포옹을 풀고 한 손을 토비의 어깨에, 다른 한 손을 내 어깨에 얹었다. 삼촌은 우리 둘을 번갈아 봤다.
“우리 누구도 벗어날 수는 없어. 그저 통과하는 수밖에…….”
모세의 예언처럼 들리는 삼촌의 말에 토비와 나는 큰 지혜를 얻은 양 고개를 끄덕였다.
--- pp.33~35

조 폰테인이 밴드 연습에서 처음으로 트럼펫 솔로를 펼쳤을 때 벌어진 상황은 다음과 같다. 내가 가장 먼저 레이철 브라질 위로 쓰러지고, 레이철은 캐시디 로젠 위로, 캐시디는 재커리 퀴트너 위로, 재커리는 사라 위로, 사라는 루크 야코부스 위로 고꾸라졌다. 어느새 밴드부 전원이 어리벙벙한 상태로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뒤이어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무너졌으며 밖을 보니 근처의 삼나무숲이 뿌리를 쳐들고 교정을 지나 우리가 있는 교실로 진군하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 인간들이 나뭇가지를 부딪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레인강 강물이 둑을 넘어 좌우로 굽이치며 이곳 클로버고등학교 음악실까지 찾아와서는 우리 모두를 휩쓸어 갔다. 조는 그 정도로 잘했다.
음악적 재능으로는 보통 인간에 지나지 않는 우리 나머지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곡을 끝마쳤지만, 악기를 모두 내려놓을 때쯤 교실은 텅 빈 성당만큼이나 고요했다.
타조라도 본 듯이 넋 놓고 조를 바라보던 제임스 선생님이 마침내 언어 능력을 되찾고 말문을 열었다.
“이런, 이런. 소문대로 정말 형편없구나.”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라의 표정을 살폈다. 커다란 무지개 색 비니 아래로 한쪽 눈만 보였다. 사라는 입 모양으로 초대박이라고 말했다. 나는 조를 응시했다. 트럼펫을 닦는 조의 얼굴이 불그스름했다. 모두의 반응에 멋쩍어서인지 연주를 끝낸 직후라 숨이 가빠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고개를 든 조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썹을 의미심장하게 들어 올렸다. 마치 그 트럼펫에서 갓 뽑아낸 폭풍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듯이. 왜일까? 그리고 내가 연주할 때마다 왜 자꾸 빤히 쳐다보는 걸까? 나한테 관심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니까, 그런 쪽의 관심은 확실히 아니었다. 조는 나를 진찰하듯 바라봤다. 한창 레슨 받을 때 내가 어디에서 실수하는지 파악하려고 주시하던 마거릿 선생님처럼.
“오르지 못할 나무야.”
내가 고개를 바로 하자 레이철이 말했다.
“저 트럼펫 연주자 말이야, 레니. 애초에 너랑 노는 물도 다른걸. 네가 마지막으로 사귄 남자애가 누구였더라? 아, 맞다. 아예 없었지.”
저 머리 위로 번개를 쳐 머리카락을 홀라당 태워버릴까.
중세 고문 기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팔다리를 잡아 늘이는 고문대.
아니면 작년 가을 수석 선발 오디션 때의 진실을 얘기해 줄까. 그 대신 나는 1년 내내 그래왔듯이 레이철을 무시하고 클라리넷의 물기를 닦았다. 솔직히 말하면 토비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느니 차라리 조 폰테인에게 정신이 팔렸으면 했다. 내 몸에 지그시 와 닿던 그 감각이 떠오를 때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 pp.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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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와우. 눈물을 짜다가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이렇게 흠뻑 빠진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근사하고, 가슴 아프고, 유머러스하다.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이야기다.
- 안나 (마이클 프린츠상 수상작이자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작 『천국에서 한 걸음』의 저자)
좋아, 인정하겠다. 나는 이 책에 푹 빠졌다. 아름답고, 찬란하고, 열정적이고, 웃기고, 매혹적이고, 깊이 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 책과 결혼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 소냐 손즈 (『니가 제일 좋아』의 저자)
진솔함, 기발함, 아름다운 문체까지.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는 그저 빛난다.
- 뎁 칼레티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작 『백마 탄 왕자님의 비밀스런 사생활』의 저자)
상실이라는 가혹한 진실을 직시하면서도 인생의 황홀함을 예찬하는 로맨스다.
- 사라 자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작 『어느 소녀의 이야기』의 저자)
욕망과 고통이 충돌하는 모습을 숨 막힐 만큼 또렷하게 묘사한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당신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길 것이다.
- 수잔 콜라산티 (『그럴 때』의 저자)
지독한 상실을 겪은 어느 소녀의 이야기. 인생의 통찰력과 가슴 아픈 로맨스에 거침없이 빠져들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읽어보시라!
- 게일 포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네가 있어준다면』의 저자)
개인적으로 로리 할스 앤더슨의 《스피크》 이후 최고의 울림을 준 영어덜트 소설이다. 잰디 넬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자.
- 제인 욜런 (『부엉이와 보름달』의 저자)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는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게 되는 책이다. 나는 첫 페이지부터 멋진 괴짜 캐릭터들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레니의 웃기고도 절절한 목소리가 여전히 귓전에 생생하다. 놀라운 데뷔작. 내가 썼다면 얼마나 좋을까!
- 사라 웹 (『에이미 그린 시리즈』의 저자)
책뿐만 아니라 작가를 추천하고 싶다. 잰디 넬슨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사로잡는 영어덜트 소설가다. 넬슨의 작품들은 아름답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아주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과 삶에 대해 아주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 크리스티나 로런 (『뷰티풀 시리즈』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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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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