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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숟가락 - 날마다 어머니를 낳는
2. 거울의 비밀 - 당신의 뒤편 3. 의자 - 꿈꾸기를 즐기는 종족 4. 반지 - 우주의 탁자 5. 촛불 - 마음이 가난한 자의 노래 6. 못 - 황홀한 통증이 뿌리 7. 시계들 - 꽃피는 모든 심장 속의 8. 바늘 - 숨은 자의 글썽이는 꿈 9. 소라 껍데기 - 몽유의 문 10. 부채 - 집 속에 든 날개 11. 손톱깎이 - 송곳니의 기억 12. 걸레 - 저물고 뜨는 것들의 경계를 흐르는 입김 13. 생리대 - 깃발, 심연의 꽃자리 14. 잔 - 속의 꽃과 술과 차와… 15. 쓰레기통 - 부정된 것들을 긍정하는 자의 힘 16. 화장대 - 아름다운 꿈 17. 지도 - 시간과 공간이 함께 잠드는 뜨락 18. 수의 - 어둠과 빛 사이의 찬란한 배내옷 19. 사진기 - 빛의 방을 떠도는 헛것들을 위하여 20. 휴대폰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저김선우
관심작가 알림신청Seon Woo Kim,金宣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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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관찰의 결과로 빚어진 통찰의 힘
숟가락은 뜬다. …… 뜬다는 것은 모신다는 것이다. 양손 혹은 한 손을 둥글게 오므려 샘물이나 약수를 떠 마실 때, 그 행위는 단순한 ‘먹기/마시기’를 넘어선다.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켤 때와 행위의 결과는 같다 하더라도 과정은 다르다. 찰나일지라도 그 순간에는 어떤 경건함이 스며있다. 무엇인가 숟가락으로 떠서 입속에 넣을 때 우리는 반드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무엇인가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속에 넣을 때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할 필요는 없다. 손을 오므려 약수를 떠먹을 때처럼, 숟가락은 공경을 내포한다. -본문 ‘숟가락’ 중에서 이것은 오랜 관찰의 결과로 빚어진 통찰의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은이의 사물에게 말걸기는 아주 독특하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산문의 틀을 벗어나 시인 듯하면서도 잠언인 듯 소설인 듯하고 그러면서도 산문인 듯하다.” 더구나 시인의 사유는 여성의 문제, 삶과 죽음의 문제, 노소·미추의 경계, 대량생산, 물신주의와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현시대의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윽하고 섬세한 통찰의 힘으로 ‘여기’를 돌아보며 ‘거기’를 꿈꾸게 하는 시인의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말랑말랑한 힘’을 지녔다. 제 7차개정교과서 ‘비상교육’과 ‘창비’ 중학교 국어에 본문이 실리게 된 것도 이런 ‘힘’을 반증하는 것일 테다. 할 수만 있다면, 프루스트가 사랑한 마들렌 과자 맛의 신비처럼, 저 얄쌍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휴대폰을 맛있는 커피 한잔과 함께 먹어치웠으면 좋겠다.…… 관계 맺기의 떨림과 설렘을 야금야금 먹어치워 온 휴대폰을 커피에 적셔 부드럽게 으깨어 먹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킬킬거린다. 그간 우리 생활 속에서 휴대폰이 먹어치워 온 감각의 세부들이 내 혓바닥 위에서 살금살금 다시 살아난다. 내 상상은 내친 김에 한 발짝 더 나간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 마땅하다고 믿어지는’ 휴대폰을 폭신폭신하거나 말랑말랑한 질감의 소재로 모조리 바꿨으면 좋겠다. -본문 ‘휴대폰’ 중에서 블로거들의 한마디 작가는 사물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새로이 보았고, 그런 시각은 내게 큰 자극제가 되어 사고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로디안(miyuuki) 『김선우의 사물들』을 읽는 것은 왁자지껄한 장터 같은 사람 중심의 글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온 물(物)과의 대화에 동참하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알음알음(midoriblue) 김선우의 글에는 견고하고 억센 힘이 아니라, 가슴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난 시인의 감각에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황홀감을 느낀다. -느림(jooha21) 한 문장 한 문장이 정성스럽게 잘 지어진 언어의 사원 같다. -에고이즘(ddinne) 사소한 일상의 사물들에게서 따뜻한 인간미를 발견해내려고 노력하는 인본주의적, 또는 생태주의적 관점이 아름답다. -고구마(prk200) 접기 |
『김선우의 사물들』을 아주 많은 시간을 들여 또박또박 천천히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시면 온몸을 기울여, 내 온 귀를 어머니의 말씀에 집중해야 했다. 아버지의 말씀은 너무나 크고 또렷한데 어머니는 그러지 못하셨다. 그렇지만 이윽고 어머니의 말씀을 다 듣고 났을 때, 나는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바로 그 말씀이셨구나! 그러면서 때로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 슬몃, 눈가가 젖어오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가 바로 그 말씀을 하시려고 그다지도 힘겹게 입을 여셨던 거구나. 무슨 말씀이건 한참 뜸을 들이고 그러다가 수줍게 한마디 하시곤 하던 우리 어머니.
《김선우의 사물들》이 그렇다. 오래오래 생각하고 생각해서 힘겨웁게 나오는 어머니의 한마디 한마디 같다. 김선우가 오래 뜸 들여 내놓는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조용히 웃기도 하다가 조용히 눈물짓기도 하였다. 아, 김선우가 그다지도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말랑말랑한 힘’ 말이다. - 공선옥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