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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이 호강한다

똥구멍이 호강한다

: 박종영 서정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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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23*190*20mm
ISBN13 9791190526333
ISBN10 11905263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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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제비

바닷가에 사는 제비는
갈매기 우는 바닷가에 살아서
모양새는 제비지만 갈매기 소리를 낸다.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자란 새끼제비는
갈매기 소리가 제 소리인 줄 알고
모양마저 갈매기를 닮아간다.

반쯤 갈매기가 되어 파도타기와
먹이 낚는 법을 배우고 있는 바다제비는
시나브로 흘러오는 제비 제 소리에
가끔은 강남이 그리울 때가 있다.
――――――――――――――――――――

파스

성능만 좋으면 그만 아니냐 하지만
파스에서 파스 냄새가 나지 않으면 이상하지.

때론 짐승 같은 사랑도 하고 싶지만
사람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으면 이상하지.
――――――――――――――――――――

등대

그대를 지켜 주고 싶다
까맣게 타들어간 그대 가슴에
인어의 비단옷을 입히고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시간을 낚으며 어둠을 낚으며
파도와 싸우고 있는 그대를
밤낮없이 지켜 주고 싶다.
――――――――――――――――――――

등나무

쌀장사 작은 할머니의
등처럼 굽은 등나무는
부강역 맞은 편
선로반 앞에 서 있었다.
쌀자루를 짊어진 작은 할머니는
등나무에 기댄 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등나무에는
아카시아 형 같은
등나무 꽃이 피었다
비둘기 열차가 서면
여학생 서넛은 서둘러
등나무 꽃을 찾았다.

통학 열차에서 내린 우리들은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하며
등나무 그늘 밑이나 선로반 처마 밑에서
어머니의 살대 부러진
비닐우산을 기다렸다
문드러진 침목처럼 세월은 흘러
선로반은 철길 건너편
벽오동나무 옆으로 이사를 갔고,

아주까리기름으로 문지른
교실 바닥처럼
반질반질 윤나던
등나무의 등허리는
알콜 중독 된
만돌이 아저씨의 얼굴처럼
바싹 말라 있었다.
――――――――――――――――――――

탑골 공원


먹이 주는 사람 많아도

사람
먹이 주는 사람 드물다.
――――――――――――――――――――

을지로 골뱅이
-사춘기 아들에게

야가 워째 배배 꼬여부렀냐?
고춧가루 같은 승질머리 워디 가겄슈.
뻘짓 그만허라고 혀. 파 무쳐볼팅께!

그 소리에 골뱅이는 움찔,
국수면발처럼 풀어지고 말았습니다.
친구 황태도 근주자적입니다.
――――――――――――――――――――

천원
여름 초저녁
현관문 열어 놓고
간편한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있는데
똑똑
젊은 아줌마가
실례를 한단다.
그러라고 했더니
104호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부녀회에서
성의를 모으고 있단다.
천원씩 걷고 있단다.
동장이란 아줌마에게
천원을 보내놓고
천원어치 생각을 해 본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9백원
누가 죽고 사는지도
모르는 곳이 아파트다.
――――――――――――――――――――

산수유

봄의 귓속말

웃으면 더 작아지는
노란 눈

춘향(春香)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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