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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의 이야기

작은 사랑의 이야기

안의정 | 블루패밀리 | 2000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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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9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844045
ISBN10 898884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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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오는 노래를 모두 암기해 버렸다.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가사를 적어 주고 해석도 해주었지만 여주인공이 예쁘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쥴리 앤드류스가 예쁘다고 말한 녀석이 있었다. 나는 성질을 버럭 내면서 얼굴이 말 같이 긴 그 여자가 뭐가 예쁘냐고, 눈깔이 단단히 삐었다고 무안을 주었다. 나만이 쥴리 앤드류스를 좋아해야 하는데, 저런 어처구니없는 녀석마저 좋아한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밤을 무서워하는 사내애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귀신이 나올까봐 불을 켜놓아야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쥴리 앤드류스를 사랑하고부터는 전등불이 싫어졌다. 귀신은 저 멀리 가고 머릿속에는 온통 쥴리 앤드류스뿐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그녀를 만나 사랑을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담. 잡지에서 텔레파시에 대해 쓴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무언가를 가지고 자꾸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중얼거리면 정말로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꼭 쥴리 앤드류스를 만날 거야. 그녀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라고 기도하듯 독백하면서 다녔다.
--- p. 46
'기록에 의하면 그 여자를 보고 있으면 척추가 흐물흐물 녹아 내렸다고 하더군. 세상의 모든 남성들 위에서 군림하는 듯했던 그 뇌쇄적인 눈빛, 치렁치렁한 갈색머리, 그리고 보석처럼 소중했던 자그마한 발, 궁전 속을 날아다니던 탄력있는 목소리... 일찍이 한 여성이 그처럼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은 없었을 거야. 비록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수많은 백성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녀와 같이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었던 루이 16세를 부러워했을 거야.'
--- pp.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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