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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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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40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1830833
ISBN10 89718308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낙타가 컴퓨터에서 실행 단추를 경쾌하게 누르자 뒷벽 상황판에 붉은 글씨가 줄지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니힐리스트 A+B 2호 작전
담당관 : 심학규
완료 시간 Minus 12mins
제1 대기실 수감
인수자 : 심청

그리고는 알겠다는 듯 화면이 몇 차례 깜박인 다음 다시 꺼졌다. 낙타는 책상 위에 흩어진 광고 암호문과 권총과 실탄 따위를 모두 가방에 넣었고, 명함만한 소형 녹음기와 비디오 테입은 대각봉투에 담았으며, 말끔히 치운 책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수갑을 집어들고 시문더러 손을 이리 내밀라는 시늉을 했다. "당신은 심사관을 만나게 될 거야." 시문의 양쪽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낙타가 설명했다. "당신은 다시는 나를 볼 일이 없을테니까 우리들의 문답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심사관한테 물어보도록 해." 시문은 심사관을 내가 만날 터이고 궁금한 사항들은 그에게 질문하라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다행증(多幸症, euphoria)에 빠져들었다. 여태까지는 낙타에게 일방적으로 몰리기만 했는데, 어쩌면 이제는 공평한 제3자가 등장하여 나를 다시 심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는 앞으로 만나게 될 심사관이라는 인물은 틀림없이 몽고에서 태어나지 않은 육당 최남선 교수이리라고 믿었다. 어디에서인가 이미 나타났어야 하는 최교수가 여태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제 나는 니힐리스트 작전이라는 승부에서 마지막 인물을 만나게 된 모양이니, 심사관은 정신나간 지식인일 수밖에 없었다. 시문으로서는 최교수라면 낙타보다는 내 편에 가까우니까 분명히 나에게 유리한 어떤 돌파구를 열어주리라고 기대할 만도 했다. 물론 정신나간 지식인에게서 합리적인 설명과 도움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문에게는 최교수가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다. "심사관은 언제 만나게 되나요?" 다행증의 뒷맛을 마음속으로 다시며 시문이 물었다. "당신을 심사관한테 안내하도록 내가 심청 수사관을 호출했으니까 곧 데리러 올거야." 미소를 짓는 여유까지 보이며 낙타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도록 해." 시문은 남궁진의 수갑을 찬 채로 마지막 희망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 p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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