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영어는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할 때는 가정법을 사용한다. 방법은 실제로 나올 시제보다 이전 시제를 쓰는 거다. 말하는 이는 가정법을 통해 실제로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표현한다.
직설법 : 혹시나 할 때(실제로 가능)
다음 구절로 입을 연 미국 어머니가 있다고 치자.
'If you pass the exam, ~.'
뒷문장이 뭉서인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인지 관계없이 어머니가 자식이 시험에 붙을 가능성을 전제로 말을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법 : 택도 없을 때(실제로는 불가능)
그럼 이번에는 같은 구절을 가지고 시제를 한 단계 당겨보자.
'If you passed the exam, ~.'
지금 아들을 앞에 두고 말하는데 갑자기 과거시제가 등장했다. 즉 실제로 등장할 법한 시제인 현재보다 한 단계 이전인 과거시제를 쓴 것이다. 그럼 가정법이다. 그럼 뒷문장에 어떤 내용이 나오든 관계없이 '네가 시험에 붙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뉘앙스를 준다. 즉 불가능한 사실을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87
영어에서 동사는 공격적이다.
1)영어는 사역동사가 발달했다.
2)영어는 '~하게 하다' 동사가 많다.
3)영어는 '소유동사'를 많이 쓴다.
4)영어는 전치사를 삼킨 동사가 많다.
--- p.246
숫자에 대해 넉넉한 한국 사람들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단수와 복수를 철저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명확하게 단수와 복수를 구분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입장권들 두 개, 노트들 2권... 아무래도 어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한 개인지 여러 개인지 꼼꼼히 따진다. 그래서 여러 개일 경우 단어 뒤에 '-s'를 붙여준다.
1) 당연히 여러 개니까 복수인 것들
미합중국 → the United States (여러 주가 모여서 된 나라죠?)
성조기 → the Stars and Stripes (별과 줄이 엄청 많지요?)
2)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 (상호복수)
~와 악수하다 → shake hands with (악수는 혼자 못 하죠?)
차를 갈아타다 → change cars (같은 차를 갈아타진 못 하죠?)
3) 둘이 붙어서 하나가 된 것들
pants(바지), socks(양말), shoes(신발), scissors(가위), braces(멜빵)
우리 몸에도 둘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게 있는데 당연히 s가 붙어요. 남녀에게 공통으로 있는 buttocks, 여자면 두 개씩 있는 teats, 남자(내시 제외)만 있는 testicles.
--- 제1장 중에서
서양인들은 명확한 확률을 좋아한다. 옛날 일기 예보에서는 아나운서가 '오늘은 비가 옵니다', '내일은 첫 눈이 내리겠군요'처럼 말을 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오늘 비올 확률이 50%입니다' 혹은 '내일 눈이 내릴 확률은 30%입니다'처럼 확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영어식 표현의 영향이다. 영어가 가지는 큰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확률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는 확률을 표현하는 부사를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말은 꼬꼼하게 확률을 표현하는 어투를 싫어한다. 비올 확률이 75%이라니.도대체 우산을 들고 나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 어느 쪽 언어가 더 우수한지는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 중요한 건 영어는 확률을 밝히는 어법이 엄청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p.271
1. 한국과 일본의 위대한 동반 자살.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 월드컵을 개최한다? 생선을 회쳐 먹는다? 부끄럽게도 평생을 영어에 시달리면서 정작 제대로 하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 공부 시간까지 고려하면, 우리의 토플·토익 성적은 전 세계 꼴찌랍니다.
그 주범은 무엇일까요? 바로 현해탄을 넘나들며 과분한 사랑을 받아온 '5형식'이란 놈입니다. 도대체 5형식으로 'He walked me home.'이란 문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그는 나를 집으로 걸었다? 땡! '그는 나를 걸어서 집까지 바래다주었다.'가 정답입니다. 그런데도 한국과 일본은 '5형식'이란 놈한테 속아서 영어를 사이에 두고 동반 자살을 하고 있어요.
사실 미국 영문법 학자들 중에는 10개 이상의 형식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10개 이상도 된다면 굳이 5형식일 이유도 없겠지요? 게다가 효과도 없습니다. 벌써 백 년이나 속아오지 않았나요? 이제 과감히 5형식과 헤어집시다!
2. 실연한 친구에게 위로의 술잔을 주지 마라.
결별을 선언한 애인 집 앞에 텐트 치고 울던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포장마차 구석에서 '안 만나 주면 죽어 버리겠다.'며 꼼장어를 위협적으로 씹는 취객을 보았더니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물론 다른 여자 앞에서….
한 번 연애하던 사람은 계속 연애하게 마련입니다. 열흘 운 년은 보름도 운다?! 한 번 문법에 중독되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하루 빨리 5형식만이 아니라 영어에 대한 모든 '이론'을 버려야 합니다. 자꾸 수학 공식처럼 영어를 대하면, 머리가 희끗해져서도 영어는 남의 나라 말일 뿐입니다.
광복 이후 세대는 낱말을 외우면 사전을 씹어 드셨답니다. 필자의 세대는 <○○ 종합 영어> 시리즈를 달달 외웠습니다. 무슨 연애 편지처럼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쳐가면서요. 요즘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어학 연수 떠나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처녀봉을 등반하는 산악가보다도 비장하더군요. '자기, 꼭 영어를 정복하고 돌아올게.'
영어 실력은 바로 국가 경쟁력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공부하는 방식까지 심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질을 바꿉시다! 어깨 힘 빼고 즐겁게 배우면 스트라이크가 저절로 들어갑니다.
4. 이제 이렇게 해 봐.
'언어가 다르면 문법이 다르고, 문법이 다르면 논리가 다르다.' 하이젠베르크라는 물리학자가 한 말입니다.
문법만 배워 봤자 적응력이 없어요. 우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미국 사람들의 논리 자체를 익혀야만 문법을 정복할 수 있습니다.
5형식이 아니라 명확성, 간결성, 사회성, 이미지라는 영어의 커다란 특징을 이해해야 비로소 영문법을 효과적으로 길들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영어의 특징에 따라 크게 4부 1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첫 부분은 미국인 특유의 사고 방식과 영문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나옵니다. 이렇게 해서 영어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 이해를 마치고 나면, <여긴 좀더 실력이 쌓이면 보세요>에서 다루는 다소 까다로운 문법들도 쉽게 정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토익·토플·텝스에서는 어떻게 나오나?>에 나와 있는 기출 문제들을 풀어본다면, 영문법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과 함께 영어 문장의 참된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저자 머리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