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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 양장 ] 애지시선-097이동
김상배 | 애지 | 2021년 05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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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36g | 127*194*12mm
ISBN13 9788992219983
ISBN10 8992219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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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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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차 속을 정리하는데
과자 빈 봉지가 눈에 든다
아들이 먹고 버린
〈오징어 땅콩〉 빈 봉지,
차마 버리지 못해
꼬깃꼬깃 딱지를 접어서
안주머니에 넣고 있는
내 꼴이 마치
빈 봉지 같다

--- 「봉지」
――――――――――――――――――――――――――――

저 안개가 걷힐 때까지, 그대들은
그 동안 안개가 이루어놓은
신비의 성문城門 앞에서 서성거리게 되겠지만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길고양이 같은,
성문 안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들.
그것들을 막연하게 감싸고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안개여.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의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위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여.
저 안개가 걷힐 때까지, 우리는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 아니라
후배 조모상喪 부의금 액수에 관한 명상 같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해 궁리하고 있겠지.
오,
어쩔 뻔 하였느냐,
저 안개가 아니었다면.
정오의 햇살로도 결코 걷어낼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내 심중心中의 성문을
굳게 지키고 있는 이 무형無形의 안개와
안개 속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여.

* 김원일의 소설
--- 「아무것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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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시집 속에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래서 시집을 덮어도 그의 시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그는 산문가적 자질이 풍부하다. 입담도 세다. 그러나 그는 시에서 목청을 높이지 않는다.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이야기만 할 뿐. 그는 직관적이다. 작위적인 글쓰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시니컬하고 익살스럽다. 비겁과 비애가 해학과 풍자와 만나 비장하다. 일상의 자잘한 모습을 보듬는 그의 시는 순진무구하다.
- 김정호 (백제문화연구원장)
김상배 시인은 비유나 상징의 이미지는 최소화하고 서사의 여백을 활짝 열어둔다. 쉽지 않은 문제를 오히려 쉽게 말하고 가볍지 않은 일을 더욱 가볍게 표현하는 아이러니와 역설로써 독자들을 일상 속으로 안내하고 생을 성찰하게 한다. 그의 짧은 시들이 주는 여운은 길고 길다. 그의 시가 펼쳐 둔 여백의 크기 때문일 것이다.
- 권덕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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