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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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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26*188*30mm
ISBN13 9791191651003
ISBN10 11916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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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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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를 한 줄 요약하자면 아마 이 문장이 되리라. "페미니스트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 눈치채셨듯 몇 해 전 베스트셀러 제목 패러디다. 혹은 "보지와 굶주림과 머리의 굶주림 사랑의 평화를 유지하는 법에 관한 고민 기록서"라 해도 좋겠다. 과연 무슨 수로 여성의 욕망과 사랑, 독립적인 삶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1973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지속되는 고민 말이다. 미국 성해방 운동을 이끌었던 68혁명 세대 페미니스트 작가는 이사도라의 목소리를 빌어 고백한다.

"나는 평생 페미니스트로 살았다. (중략) 그러나 문제는, 페미니즘의 구호들과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남자 몸에 대한 갈망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였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 p.28, 「페미니스트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 에리카 종 『비행공포』 중에서

페르미나와 플로렌티노는 처음 만난지 무려 53년 만에, 드디어 첫 섹스 기회를 맞았다. 게다가 낭만적이게도 선상의 로맨스다. 과연 어떤 자세로? 어떻게? 나는 궁금해서 책을 열심히 넘겼다.
"죽었소."
아, 그랬다. 그랬던 것이었다. 80대의 섹스란 마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런 힘도 없는 그의 육체를 비아냥거리는 애무로 자극하기 시작했고, 그는 수난을 견디지 못하고 선실로 돌아가 버렸다. (중략) 새벽까지 그를 생각하던 그녀는 마침내 그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우와, 프로렌티노는 진정한 선수였다! 계획된 발기부전이라니!
--- p.43, 「포도는 발효되면 포도주가 되는데, 사랑은 발효되면 무엇이 될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중에서

책 마지막에서 러셀은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불행은 의식이 분열되거나 통합을 이루지 못한 데서 생긴다.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아 내부에 분열이 생기고, 객관적인 관심과 사랑의 힘에 의해 자아와 사회가 결합되어 있지 않으면 자아와 사회는 통합될 수 없다. 행복한 사람은 자아의 내적인 통합이나 자아와 사회가 이루는 통합의 실패로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의 인격은 분열되어 있지 않으며, 세상에 대항하여 맞서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 먹고살 만한데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사회가 요구하는 자아와 내가 욕망하는 자아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 p.204, 「러셀 선샌님, 우린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중에서

"잘해야 삼류 이상은 되지 못한다고 해 봐요. 그걸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내게는 이 질문이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가슴 깊이 박히고 또 기억되는 문장이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예술 지망자에게 이보다 더 잔혹한 질문이 또 있을까?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예술가의 길에서 수십 년 애쓴 끝에 도달한 결론이 "고작 이런 수준이라니. 나는 재능이 없었어"일 수도 있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
--- p.270,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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