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
『성장의 한계: 30주년 기념 개정판』은 초판이 나온 지 30년을 기념해서 세 번째로 출판한 책이다. 초판은 1972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개정판은 1992년, 『성장의 한계,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30주년 개정판은 저자들이 처음에 분석한 내용 가운데 핵심 부분을 다시 한번 조명하고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관련 데이터와 지식을 두루 훑어본 성과로, 초판과 2판 이후 달라진 여러 상황을 업그레이드한 최신의 버전으로 인류의 문제를 보다 정밀하게 진단한다.
『성장의 한계: 30주년 기념 개정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한계를 초과한 생태계」에서는 지구 용량 초과량을 계산하기 위해 현재도 널리 쓰이고 있는 마티스 베커나벨의 ‘생태발자국 지수’를 설명한다. 생태발자국 지수는 각국 사람들에게 천연자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버리는 폐기물을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을 계산한 것이다. 생태발자국 지수에 따르면 이미 지구의 수용 능력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2장 「한계 초과의 원인: 기하급수적 성장」에서는 이 같은 지구 용량 초과의 원인을 밝혀낸다. 인구와 경제, 환경이 지구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인구, 식량 생산, 산업 생산, 자원의 소비, 오염이 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그러한 성장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것이 어떻게 결국 문명의 붕괴로 이어지게 되는지 밝힌다.
3장 「성장의 한계를 생각하다」에서는 지구의 자원 기반과 폐기물 처리 능력을 검토한다. 성장은 몇 가지 문제를 풀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것은 과학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밝힌다. 지구의 자원이 끊임없이 고갈되고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으며, 21세기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구의 물질적 성장은 급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4장 「월드 3: 미리 보는 가상의 미래」에서는 연구를 도와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형, 월드 3에 대해 살펴본다. 월드 3는 산업 자본, 지속성 오염물, 경작지 축적량 등의 많은 데이터를 한데 모아서 앞으로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질 지구 환경과 인류의 물질적 생활 수준 등을 예측하는 모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는 성장과 한계, 대응 지체가 나타내는 전체 시스템의 그림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5장 「희망의 불빛: 오존 사례의 경우」는 인류가 한계 초과에 대응하는 데 따르는 각가지 어려움과 복잡함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울러 앞날을 내다보고 한계를 깨닫고 대재앙이 오기 전에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인간의 지혜를 보여준 훌륭한 사례를 소개한다.
6장 「기술과 시장의 역할」에서는 현재의 정책들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여러 가지 변화를 추구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를 묻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이로써 인간 사회가 자신들이 소유한 여러 가지 자원들을 오염 방지와 자연 보존, 인류의 보건과 같은 곳에 나누기 시작하면 과연 어떠한 변화가 가능할지 살펴본다.
7장 「지속 가능한 세계에 희망이 있다」에서는 월드 3를 이용해서 산업계가 좀 더 지혜로운 조치들을 취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찾아본다. 이 장에서는 지속 가능성의 개념을 정의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이 과연 무엇과 같은지, 그리고 무엇과 같아서는 안 되는지를 설명한다. 아울러 지속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동시에 그에 대한 낡은 오해를 불식시킨다.
마지막 8장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데이터와 컴퓨터 모형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세계관을 중심으로 결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그 결론을 통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장의 처음 부분에서는 지구와 인간 사회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지구촌이 지속 가능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5가지 방법―꿈꾸기, 네트워크 만들기, 진실 말하기, 배우기, 사랑하기―을 제시한다.
낡은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붕괴 위기 지구를 구할 ‘지속 가능성 혁명’을
제시한 현대의 고전
『성장의 한계』의 예측은 한마디로 시대의 우상, 그것도 과학과 윤리학의 탈을 쓰고 ‘선한 것’으로 치장한 채 수많은 기술자와 하수인을 거느린 권력의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셈이다. 이 책은 우리의 물질적 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자각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우리의 정신적 역량과 성장에는 한계가 없음을 몸소 보여준다. 윌리엄 페티가 정치경제학을, 앙리 드 생시몽이 사회과학을 창시한 이래 『성장의 한계』는 예측의 정확성이나 그 의미와 중요성에서 가히 최고의 성과다.
― 홍기빈(경제학자,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
『성장의 한계』는 인간과 자연, 경제 성장과 환경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국제 사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연구서다.
『성장의 한계』는 처음에 로마클럽의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이탈리아의 사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는 유한한 지구환경과 사회경제체계의 급속한 성장이 초래할 위기를 역설했다. 영국의 과학자 알렉산더 킹이 그와 의기투합하여 이 문제를 토론하였고, 로마클럽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했다. 1970년에서 1972년까지 MIT 슬로안 경영대학 산하 시스템 역학 그룹에서 프로젝트를 전담했으며, 세계 인구와 실물 경제의 성장을 낳은 장기적 원인과 그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시스템 역학 이론과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탐색하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행되는 정책들은 우리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붕괴시킬 것인가?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인간 경제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72년에 처음 발간된 『성장의 한계』는 20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책자였지만, 출간 즉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37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200만 부 이상이 팔려 학계, 산업계, 문화계, 공공 정책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구 용량의 한계’가 있다는 개념과 ‘지속 가능한 세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이 책이 출간된 뒤 1987년 유엔 브룬트란트 위원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제시했고, 하나뿐인 지구의 지나친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환경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사건들에서 이 책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다시 부활하는 『성장의 한계』
반세기라는 시간이 증명한 기념비적 저서
그러나 1972년 『성장의 한계』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 많은 기업가와 정치가,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적대적인 태도로 책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인구가 증폭되고 산업 발전이 이어진다면 인류 사회는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책의 주장이 전통적인 성장주의 경제 신념과 산업 윤리에 강력히 도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현재 이 책의 과학성과 현실성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50년 전 『성장의 한계』에서 예측했던 미래 시나리오에서 나타난 자원 고갈과 생태계 위기, 산업 성장의 추세는 현실의 시계열과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출간 이후 30년이 지난 2000년 미국 텍사스의 에너지산업 전문투자은행인 ‘시먼스 앤 컴퍼니 인터내셔널’의 CEO인 매슈 시먼스(Matthew R. Simmons)가 『성장의 한계』를 ‘존중할 만한 분석’으로 인정하면서 이 책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호주의 문화연구학 교수 그레엄 터너는 「30년 뒤 현실과 성장의 한계 비교 연구(A Comparison of the Limits to Growth with Thirty Years of Reality)」라는 논문이 있다. 그는 1970년에서 2000년까지의 인구, 공업제품, 자원, 오염, 식량 생산 등에 관한 데이터를 『성장의 한계』의 예측 시나리오와 비교, 검증했는데, 현실의 추세는 『성장의 한계』에서 예견된 시나리오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2년에는 권위 있는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 『성장의 한계』가 겪은 지난 시기 세간의 평가가 얼마나 크게 달라져 왔는지 그 일대기를 전하기도 했다.
경제학은 물론 사회과학 전체 역사를 통틀어 이 정도의 시간 지평에서 이토록 구체적으로 정밀한 예측이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성장의 한계』는 반세기라는 시간이 증명해 낸 실제적 예견서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을 위한 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다시 『성장의 한계』를 읽어야 하는 이유
지난 50년 동안, 야생동물 개체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1도 상승했고 세계적으로 인수공통전염병 코로나19에 1억 5천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다. 호주에서는 넉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초대형 산불이 이어졌고, 우리나라에는 57일이라는 기록적으로 긴 장마가 이어졌다. 이런 것들은 보이는 현상 자체로 머물지 않는다.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키며, 매년 엄청난 태풍과 가뭄, 토지 황폐화를 불러온다. 생물 종 다양성의 파괴는 생태계 자체를 무너지게 하며, 이는 결국 인류의 문명 붕괴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발과 성장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는 하나밖에 없다.
팬데믹 시대, 우리는 성장의 한계와 문명의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는지 모른다. 이미 인류는 지구의 생태발자국 수용 능력의 150퍼센트 이상을 초과했고, 이전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생태계 위기에 대면해있다. 낡은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책이 경고한 묵시록적 예견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정말 한계 아래로 연착륙해서 붕괴를 피할 수 있을까? 인간의 생태발자국은 제때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 세계에는 충분한 꿈과 기술, 자유, 공동체 정신, 책임감, 통찰력, 돈, 금욕, 사랑이 있나? 이것들은 이 책이 제기한 질문들 가운데 가장 답하기 어려운 것이면서 우리가 반드시 답해야 할 것들이다. 세계 지도자들은 의례적으로 쾌활한 모습을 보이며 세상에는 문제가 될 만한 한계는 없다고 하면서 심지어 그런 질문들이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지구 문명의 붕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우리 또한 쉽게 냉소에 빠지고 비관하게 된다. 내일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지금, 과연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 지금이라도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세계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지만, 지구의 한계 초과라는 문제를 초래했다. 이제 지구는 시스템의 변화를 만드는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혁명의 성공이 또 다른 혁명의 필요성을 창조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명, 그것은 ‘지속 가능성 혁명’이다.
끝없는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세계를, 붕괴가 아닌 삶의 회복을 위해
앞으로 올 ‘지속 가능성 혁명’에 관하여
우리는 절망에 쓰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직도 이따금씩 희망의 빛이 깜박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사우마
그러나 오직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만이 시스템을 바꾸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정보와 규칙과 목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소통하고 실험한다. 이 중요한 지적은 마거릿 미드가 한 말로 널리 알려진 인용문에서 분명하게 표현된다. “세상을 바꾸려고 마음먹은 개인들로 구성된 소집단의 힘을 절대 부인하지 마라.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산업혁명의 성공이 불러온 문명의 붕괴와 성장을 숭배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즉 시스템을 바꾸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지속 가능성 혁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계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데 유용한 5가지의 도구를 설정한다. 그것은 바로 꿈꾸기, 네트워크 만들기, 진실 말하기, 배우기, 사랑하기다.
① 꿈꾸기: 지속 가능한 세계는 많은 사람이 마음속 깊이 그 꿈을 아로새기지 않는 한 절대로 완전하게 실현될 수 없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 꿈이 자라나야 한다.
② 네트워크 만들기: 네트워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네트워크의 가장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인식시켜준다. 제대로 된 네트워크라면 우리 각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깨달은 것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다.
③ 진실 말하기: 거짓은 정보의 흐름을 왜곡한다. 정보의 흐름이 거짓 때문에 오염된다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시스템 이론의 가장 중요한 교의 가운데 하나는 정보가 왜곡되거나 지연되거나 고립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④ 배우기: 배우기는 열정과 용기를 갖고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 것이며, 누군가 목표에 좀 더 빨리 도달하는 길을 찾았다면 기꺼이 그 길로 갈아탈 줄 아는 것을 말한다.
⑤ 사랑하기: 개인주의와 근시안적 사고는 우리가 보기에 오늘날 사회체계의 가장 큰 문제이며 지속 불가능성의 가장 뿌리 깊은 원인이다. 그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랑과 동정을 제도화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이런 도구를 잘 활용하면 지속 가능성 혁명은 충분히 가능하며 마침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이야기한다. 시스템 역학 이론과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통해 인류가 처한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은 결국 인간의 노력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여전히 낙관적 메시지를 전하지만 현실은 매우 비관적 상황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성장지상주의, 성장중독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성장지상주의가 많은 파국을 불러왔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많았다. 최근 금융 위기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탐욕과 자만은 어쩌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간의 뇌는 ‘도마뱀의 뇌’로 전락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인간의 뇌’로 돌아와야 할 때다. 성장이 반드시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주지 않고,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또 성장을 한다면 어떠한 성장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뼛속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 통찰이 잠시라도 유보되지 않는 구체적 실천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한 지혜와 기술을 동원해 파국을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성 혁명의 요체일 것이며, 이 책이 끊임없이 되뇌며 전달해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