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소 거칠었던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다듬은 것으로 정도성 부사의 주된 의미인 정도의 등급을 정도 측정 방식과 관련된 의미 특성에 따라 체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정도 측정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 자질을 갖는 정도성 부사는 같은 선상에서 등급 분류될 수 없는 것인데 그간 정도성 부사의 등급 분류는 등급성 이외의 의미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이루어졌거나 의미 특성이 세분화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정도성 부사의 의미 특성이 세분화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일부로 제한된 정도성 부사 목록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가능한 한 모든 정도성 부사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자 하였다.
정도성 부사는 어떤 기준점을 기준으로 하여 상대적으로 측정된 정도값을 가지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부류가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전자를 ‘상대적([+기준점]) 정도성 부사’, 후자를 ‘절대적([-기준점]) 정도성 부사’로 나눈다. 정도의 등급은 의미 특성에 따른 분류가 선행된 후에 하위 분류될 수 있는 것으로 절대적([-기준점]) 정도성 부사의 등급은 ‘극단의 정도’, ‘상당한 정도’, ‘보통의 정도’, ‘약간의 정도’로 구분된다. 반면에 상대적([+기준점]) 정도성 부사의 정도 측정에 관여하는 기준점은 ‘비교대상’, ‘적정치’, ‘도달점’ 등으로 달리 나타나므로 기준점에 따른 의미 분류가 선행된 후에 정도의 등급 분류가 가능하다. 비교대상을 기준점으로 하는 정도성 부사는 비교대상과의 비교 정도를 나타내는데 결과적으로 이 부류의 정도성 부사가 표시하는 정도는 ‘순서의 정도’, ‘격차의 정도’, ‘정도의 고저’가 된다. ‘정도의 고저’라는 것은 서술 대상 상태의 정도가 비교대상 상태의 정도보다 높은지 낮은지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정도의 등급은 표시하지 못한다. ‘적정치’와 ‘도달점’을 기준점으로 하는 정도성 부사들은 각각 적정치로부터 ‘이탈 정도’와 도달점에의 ‘근접 정도’를 표시하게 된다. ‘정도의 고저’를 표시하는 정도성 부사를 제외한 각 부류의 정도성 부사들이 표시하는 등급은 모두 같을 수도 있으며 단계의 구분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이들 중에서는 ‘격차의 정도’, ‘이탈 정도’, ‘근접 정도’를 나타내는 정도성 부사는 ‘극단의 정도’와 ‘상당한 정도’로 등급이 구분되고 ‘순서의 정도’를 나타내는 정도성 부사는 등급의 구분 없이 모두 ‘극단의 정도’를 표시한다.
각 의미 특성에 따라 분류된 정도성 부사는 원칙적으로 표시하는 등급에 관계없이 서로 교체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유롭게 교체될 수 있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부류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등급성 이외에 개별 정도성 부사의 의미 자질에 의한 것인데 정도성 부사의 개별 의미 자질은 서술어와의 의미 호응 제약을 통해서 드러나게 된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가능한 한 정도를 표시할 수 있는 모든 부사를 아우르고자 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정도성 부사의 정도 측정 방식, 정도의 등급, 개별 의미 특성 연구에 주력하였다. 한국어에서 과연 ‘정도’는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연구이지만 정도 판단의 기준이라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생각하면서 오히려 필자 본인의 편견과 판단 기준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는 주제 이외에 미처 이 논의에서 다 품지 못한 질문들을 외면하지 않고 충실히 정진하여서 성장의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연구를 되짚어 정리하는 내내 이필영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외국인을위한한국어교육’으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 한국어 교육자로서 스스로는 채울 수 없는 부족함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국어국문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으며 이필영 선생님께 지도를 받아 왔다. 선생님께서는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동시에 내딛기 힘들어하는 필자를 독려해 주시고, 일일이 가르쳐 깨우쳐 주셨고 때로는 기다려 주시며 마침내는 나 자신의 한계를 넘게 해 주셨다. 감사의 마음과 선생님께 드리는 존경은 이 세상의 언어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기에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이 도리어 송구할 뿐이다. 하늘 아버지께 기도 드림으로, 더 유익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함으로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다시 다짐해 본다. 필자를 석사 과정에서부터 지켜봐 주신 조성문 선생님께도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린다. 논문을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해 주시고 완성도를 높여주신 김정남 선생님과 고성환 선생님, 김정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학문에 대해 마르지 않는 아름다운 가난함으로 모든 연구자들을 응원하시는 장경희 선생님께도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린다. 한양대 국제교육원 이영숙 선생님과 한국어에 대한 학습자의 시선을 지도해 주신 이유미 선생님, 격려해 주신 김정훈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부족한 필자에게 많은 분들이 주신 격려와 도전이 없었다면 이 연구의 시작도 마무리도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인도하셨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사랑을 올려드리고 영원히 그 선한 그늘 안에 거하기를 소원하며 들어가는 글을 마친다.
2021년 5월 장은화
---「머리말」중에서
1.1. 연구 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정도 측정 방식에 따른 정도성 부사의 의미 자질을 밝혀 의미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어 정도성 부사의 등급 체계를 밝히는 것이다. 정도성 부사는 부사를 의미로 분류한 하위 유형을 일컫는 것으로 어떠한 상태가 지니는 정도의 등급을 표시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하여 정도성 부사의 의미 연구에서 주된 과제가 되어 온 것은 정도성 부사가 나타내는 등급과 ‘무엇의 정도를 표시하느냐’의 문제인 정도성 부사의 호응 대상이다.
정도성 부사의 호응 대상과 관련하여서는 정도성 부사가 상태나 속성을 표시하는 형용사 이외에 일부 명사와 일부 관형사, 일부 부사, 심리 동사와 일부 동사와도 호응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이러한 호응 현상에 대하여 정도성 부사와 호응하는 대상의 의미 자질로 설명하거나 정도성 부사의 개별 의미 자질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치된 결과를 얻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을 정도성 부사로 볼 것인가의 문제인 정도성 부사의 범위에 있다. 연구자들마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정도성 부사 항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대체로 일부 정도성 부사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으므로 정도성 부사의 일부 다른 품사 호응 현상이 부분적인 것이지 전반적인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현상이 정도성 부사의 의미 자질에 의한 것인지 호응 대상의 의미 자질에 의한 것인지조차 합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도성 부사의 등급에 대해서는 2단계에서 6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으나 정도성 부사의 등급 분류에 앞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정도의 측정 방식과 관련된 정도성 부사의 의미 자질이다. 즉 정도의 측정 방식에 따라 표시하는 정도의 내용이 달라지는 정도성 부사들을 일렬 선상에 놓고 등급으로 구분하는 것은 타당한 분류 방식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정도성 부사의 등급은 정도 측정 방식에 따라 다른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함이 밝혀지기는 했으나 정도 측정 방식에 따른 의미 특성이 세분화되지 못하여 의미 자질에 따른 등급 분류가 온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한계점 역시 정도성 부사의 범위 설정과 무관하지 않아서 일부 정도성 부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서는 정도 측정 방식에 따른 의미가 체계화되지 못하고 개별 정도성 부사의 의미 특징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연구 목적이 일부 정도성 부사에 한한 것이 아니라 한국어 정도성 부사의 등급 체계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최대한 많은 정도성 부사를 대상으로 해야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정도성 부사의 범위를 일부로 제한하지 않고 정도를 표시할 수 있는 모든 부사를 연구 범위로 확장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정도 측정 방식에 따른 의미 체계를 세우고 한국어 정도성 부사의 등급 체계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1.2. 연구 범위와 방법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정도성 부사정도성 부사의 범위를 성분부사성분부사로 한정하여 ‘ 정도부사정도부사’로 칭하여 왔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절대로, 결단코, 도대체, ... ’ 등과 같이 문장 전체의 의미를 한정하는 문장부사문장부사도 서술어서술어가 지시하는 상태의 정도를 표시할 수 있는 부류로 보았다. 문장부사는 문장 전체의 의미를 한정하는 부사이지만 문장 의미의 핵심은 서술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도 표시의 기능이 있다면 문장부사를 정도성 부사의 범주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간 성분부사로 한정되어 고찰되어 온 ‘정도부사’에 대해서 본 연구에서는 ‘정도성 부사’로 칭하고 ‘절대로, 결단코, 도대체, ... ’ 등의 문장부사를 포함하여 정도 표시의 기능 있는 모든 부사를 연구 대상의 범위로 최대한 확대하였다. 또한 본고에서는 정도성 부사의 호응 대상을 형용사로 한정하였는데 호응 대상이라는 것은 통사적 차원이 아니라 의미적 차원에서 정도성 부사와 호응 가능한 의미 자질을 가진 대상을 말하는 것으로, 정도성 부사의 범위를 성분부사로 한정한 연구에서는 ‘피수식어’라는 범주로 논의되어 온 것이다. 정도성 부사는 형용사 이외에 일부 명사, 일부 관형사, 일부 부사, 심리 동사를 포함한 일부 동사와 호응할 수 있으나 연구 범위를 형용사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2.1’에서 자세히 밝히기로 한다.
---「서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