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중에 mistake와 error가 있다. 영어 교육학에서 mistake는 알고 있는 것을 조심하지 않아 잠시 착각한 것이다. 말 그대로 단순 실수다. 반면, error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오류는 뭔가 잘못 알고 있고,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반복해서 저지르는 것이다.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오류를 점차 줄여가는 게 핵심이다.
---「1 들어가기」중에서
아이가 영어로 말하다 틀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틀린 것을 고쳐주는 게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예상보다 아이가 영어를 틀릴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실제 아이의 영어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냐고 물으면, 확신에 찬 대답을 못 한다. 막연히 그렇게 하는 게 아이에게 도움일 될 것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아이가 영어를 틀리면 고쳐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영어로 말하다 틀리면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혹시 창피해서 아이를 다그치는 건 아닐까?
아이가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 계획을 세우고 진도에 맞춰 우리말을 배우지는 않는다. 아이는 자기 페이스에 맞춰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배운다. 조금 빨리 배우는 아이가 있고, 조금 천천히 배우는 아이가 있다. 이런 배움의 속도를 무시하고 무리하면 탈이 난다. 엄마가 옆에서 틀린 걸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준다 해도 아이의 우리말 실력이 급격히 늘지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아이가 영어를 틀릴 때마다 내버려 두라는 얘긴 아니다. 다만, 우리말을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영어를 틀릴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주는 건 아이의 학습 의욕을 낮추고 아이가 영어할 때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아이가 영어로 말하다 틀렸다는 것은 그동안 배운 것을 용기 내어 시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어를 틀리는 건 영어를 배울 때 거쳐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말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내 둘째 아이의 우리말은 완전하지 않다. 불완전한 문장을 만들며,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고 문장을 마무리 짓지 못할 때가 많지만 내버려 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가 다른 아이와 얘기하면서, 또는 엄마나 아빠와 얘기하면서 불완전한 문장을 조금씩 스스로 고쳐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영어를 우리말처럼 늘 사용하지 않으므로 아이가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과 같이 스스로 불완전한 문장을 고쳐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이가 틀릴 때마다 지적해줘야 고쳐야 할 부분을 알게 되므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가 영어를 틀렸을 때 고쳐주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가 틀렸을 때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얘기다.
그럼 영어를 틀릴 때 어떻게 고쳐주는 게 좋다는 건가? 틀린 것을 고쳐주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어떤 것을 고쳐줄지, 어느 정도 고쳐줄지, 누가 고쳐줄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틀린 것을 고쳐줄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한 번의 부적절한 ‘지적질’로 아이가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을 수 있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영어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아이가 영어를 틀릴 때, 우선 순간적으로 틀린 것인지, 아니면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실수는 말 그대로 이고, 오류는 이다. 실수는 아이가 순간적으로 영어를 잘못 사용한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대부분 스스로 고칠 수 있다. 오류는 아이가 뭔가 잘못 알고 있거나, 아예 뭘 몰라서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오류는 일시적이지 않으므로, 누군가가 틀린 부분을 알려주고 고쳐줘야 한다. 안 그러면 계속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잘못된 표현이 굳어진다.
오류는 아이의 언어 발달 단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며 의미 전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오류는 아이가 도움을 받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도 굳이 장난치는 게 아니라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알면 일부러 잘못된 표현을 계속 쓰려 하지 않는다(물론 내 첫째 아이와 같이 예외는 늘 있지만) 아래 영어 선생님과 우리집 첫째인 소호의 대화를 살펴보자. 1) 어떤 것이 고쳐졌는지, 2) 어떤 것이 실수인지, 3) 어떤 것이 오류인지 구분해보자.
---「2 아이가 영어를 틀릴 때마다 고쳐줘야 할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