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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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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74g | 135*195*11mm
ISBN13 9791170360513
ISBN10 117036051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 독자들이여, 당신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사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뀐 경험이 있는가? 그때까지 당신이 보아온 모든 사물이 갑자기 당신이 알지 못하던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 여행길에서 그런 정신적인 변화가 나의 내면에서 처음으로 일어났다. 나는 바로 이 순간이 나의 소년시절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만, 우리 가족만 사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이해관계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며, 우리와는 공통점도 없고, 우리를 걱정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삶 또한 존재한다는 선명한 생각이 생전 처음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에도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알지 못했으며, 인식하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생각은 잘 알려진 하나의 길을 통해서만 확신으로 바뀐다. 그 길은 확신을 얻기 위한 다양한 지혜가 활보하는 여러 길들 중 대부분 완전히 예기치 못한 특별한 길이다. 내게는 카텐카와의 대화가 바로 그 길이었다. 그 애와의 대화는 내게 감동을 주었고, 나로 하여금 그 아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p.35

- 형제나 친구, 남편과 아내, 주인과 하인처럼 늘상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은밀한 미소, 동작 또는 시선 속에 드러나는 비밀스러운 무언의 관계를 알아차리지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 사람들이 항상 서로에게 솔직하지 않을 때는 특히 그렇다. 서로의 눈이 소심하게, 조심스럽게 마주쳤을 때, 단 한 번의 시선 속에 이해받고 싶다는, 말로 다하지 못한 열망과 생각 그리고 두려움이 얼마나 많이 고스란히 담겨 있겠는가!
--- p.40

- 나는 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온갖 노력을 다 해 보았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내 마음의 눈은 지독하게 어둡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먼 곳만을 바라볼 뿐이다. 또다시 나는 현실의 의식이 중단시킨 기쁘고 행복한 공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전의 공상의 궤도로 곧바로 들어가려 하면, 그 공상을 계속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공상이 이제 내게 어떤 기쁨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 p.107

- 머릿속과 상상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수많은 상념과 공상들 가운데 마음 속 깊이 각인되어 흔적을 남기는 것들이 있다. 생각의 핵심은 이미 기억하지 못하지만 머릿속에 무언가 좋았던 것이 있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그 생각의 흔적을 느끼며 다시 추억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실리와 결혼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 마샤를 위해 나의 감정을 희생하려 했던 생각은 내 마음 속에 그러한 깊은 흔적을 남겼다.
--- pp.128~129

- 사후에 인간의 영혼은 영원의 세계로 이동한다. 이것이 영원성이다. 그러면서 나는 타원형의 한쪽에서부터 흑판의 끝까지 선을 그었다. 그런데 왜 다른 쪽에는 그런 선이 없는가? 어떻게 한쪽에서만 시작되는 영원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가. 설령 우리가 그 기억을 잃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현세에서의 삶 이전에도 존재했을 것이다.
--- p.132

- 그런데 모든 철학 사조 중 회의론만큼 나를 매료시킨 철학은 없었다. 회의론은 한때 나를 광분하기 직전의 상태까지 내몰았다. 나는 온 세상에 나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무엇도 존재하지 않고, 사물은 사물이 아니라 내가 그것에 관심을 가질 때에만 비로소 나타나는 형상일 뿐이라며, 또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추는 순간 그 형상들은 사라질 거라고 상상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존재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과 나의 관계라는 셸링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였다. 나는 이러한 끊임없는 관념에 사로잡혀 내가 없는 저편에서 공허(neant)를 조우하게 될 거라 기대하면서 가끔씩 반대쪽을 재빨리 돌아다보는 광적인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때도 있었다.
하찮고 초라한 정신활동의 원동력이 인간의 지성이다!
--- pp.132~133

- 작가 알퐁스 카르는 모든 애착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좋아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이 입을 맞추는 것이고, 후자는 상대방에게 뺨을 내미는 것이다. 지극히 맞는말이다. 우리 두 사람의 우정에서 나는 입을 맞추는 쪽이었고, 드미트리는 뺨을 내밀었던 쪽이었다. 하지만 그도 내게 입맞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동등하게 서로를 좋아했다. 서로를 알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내가 그를 따르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네흘류도프의 영향으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성향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의 성향의 본질은 선행의 이념을 열정적으로 숭배하는 것과 끊임없는 자기 완성이라는 인간의 사명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때는 모든 인류를 교정하고, 모든 악과 불행을 제거하는 것이 쉬운 일처럼 여겨졌었다. 자기 자신을 교정하고 모든 선행을 체화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주 쉽고 간단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소년시절의 이러한 고귀한 꿈들이 정녕 우스운 것들이었는가, 그리고 그 꿈들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누구의 잘못이었는가? 오직 신만이 알고 있으리라….
--- pp.17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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