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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1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1

[ 2판,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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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30*200*20mm
ISBN13 9791185923307
ISBN10 118592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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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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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이가림(1943~ )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시와 사랑을 찾아 떠난 한 사내가 있었다. 목숨처럼 시와 사랑에 붙들린 사내. 봄날 담장 곁에 나무 한 그루 심어두고 지성으로 제 사랑의 소원 빌던 사내 있었다. 그 산맥 같은 가슴 안에서는 언제나 시를 삼던 사내. 사내는 아침저녁 나무에 물을 주며 지성으로 빌고 빌어, 그때마다 먼 산의 뻐꾸기소리 달려와 안기곤 했다. 사내의 사랑이 전해져 나무에 꽃이 피면 그때 사내 가슴엔 붉은 시가 솟으리라 했다.
그 나무가 사내 키 훌쩍 넘어 담장 위로 목을 뺄 즈음, 사내는 담장 밖 오가는 긴 머리 처녀에게 마음 빼앗겼다. 어느 눈매 깊은 한 처녀를 가슴에 새겨두고 끓이며 애태웠다. 치렁치렁 그 긴 머리칼에 확, 확 가슴 뜨거웠다. 나무는 사내 마음 먼저 알고 더 몸이 달아 무진장, 무진장으로 꽃피워 열매 붉어서도, 처녀는 사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마침내 그 열매의 선홍빛 가슴은 터져 붉은 핏물로 번져 갔거니. 오, 그대 석류여. 제 가슴 한 쪽을 허공으로 갈라내 핏물 뚝, 뚝 듣는 속살 펼쳐내는구나. 어느새 사내의 시는 쌓여 산을 이루고 그 위로 가을은 무너져 내린다.
고통 없는 사랑 어디 있으며, 고뇌 없는 사랑이 또 어디 있으리. 가을 따라 그대 사랑도 깊어 가는가. 이 세상 여기저기 담장 위로 목을 빼고 오가는 사랑 찾는 그대들이여. 한 사내가 저 농익은 석류 속에 아로새겨놓은 격정의 시와 사랑이여!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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