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좋거나 싫거나 남의 말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상대가 없는 데서 주고받은 말이라도 대개는 그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법이다. 덕담을 하면 약이 되지만, 헐뜯고 깎아내리는 악담은 독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 사람의 짧은 세 치 혀는 비수가 되고 독화살이 되기도 하지만, 잘 쓰면 세상을 이롭게 한다. 남에게 덕담하는 것이 곧 나에게 덕담하는 것이다.
“침 뱉은 우물 다시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다시는 안 볼 듯 침 뱉고 돌아서지만, 나중에 다시 먹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말이다. 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고 한다. 말은 상처를 치료하는 영약(靈藥)이 되기도 하고 사랑을 일구는 묘약(妙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좋은 점을 말하기보다는 나쁜 점, 잘못된 점을 화제로 삼곤 한다. 무심코 뱉은 말, 악의 없이 한 말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 p.1, 「덕담하기」 중에서
흐린 안경이나 흐린 유리창으로는 사물을 확실히 보지 못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눈이지만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게 아니다. 생각이 흐리면 눈이 밝아도 세상이 어두워 보인다. 세상을 똑바로 제대로 보려면 생각의 창을 닦아야 한다. 농부가 밭을 갈 듯이 생각의 밭을 갈아야 한다. 밤낮없이 생각을 갈고 닦아야 새 곡식과 새 과일을 거둘 수 있다. 생각의 창을 닦으면 세상이 보이고 미래가 보인다. 막힌 길이 뚫리고 절망이 희망으로 변한다. 서정주 시인은 생전에 팔순이 넘도록 아침마다 세계의 산 이름을 1,600여 개나 외웠다. 고도의 정신 운동으로 시를 쓰시는 분이 머리가 녹슬지 않도록 산 이름을 외운 것이다. 우물물은 적당히 길어 주어야 맑은 물이 나온다. 우리의 생각도 쓰지 않으면 녹슬어 버린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하고 이를 닦듯이 생각의 거울도 갈고 닦아야 한다. 무딘 생각의 쟁기로는 가을의 풍년을 기대할 수 없고, 청명한 하늘이 보일 리도 없다.
--- p.22, 「생각의 창을 닦아라」 중에서
산다는 것, 그냥 이대로 좋은 것. 겨울 가고 봄 오는 것. 꽃 피고 꽃 지는 그냥 이대로. 바람 불고 비 오는 것, 그냥 이대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 그냥 이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아니 저 밖의 우주는 거대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그 질서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계절이 돌아가고, 해와 달이 바뀌어 뜨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우주의 섭리, 신의 섭리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냥 이대로 좋은 것’은 신에 대한 순응이며, 자연에 대한 순응이며, 시간에 대한 순응이며, 나에 대한 순응이다. 그게 바로 가장 큰 삶의 지혜임을 나는 늦게 알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 간다는 진실일 것이다. 대자연은 어느 한 순간도 멈춰 서는 일이 없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하나의 미세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 미세한 존재가 대자연을 알아차리고 우주의 섭리를 사유한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승격하게 된다. 당신이 잠자는 동안 누가 숨을 쉬게 하는가? 당신 스스로 의식하지 않는 동안에도 누가 당신의 심장을 박동하게 하는가?
--- p.60, 「그냥 이대로」 중에서
무쇠는 불과 물 사이를 오가며 담금질할수록 강철이 된다. 더 많이 두들길 때마다 보검으로 태어난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다. 일시적인 작은 성취가 아니라 값진 성공의 밑거름을 위해 실패하고 또 실패하라.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목적을 이루고 꿈을 성취한다면 보람 있는 일이 아니다. 값진 성공이 아니다.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 마라. 쓰러졌다는 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한 번 쓰러지고 일어날 때마다 정신과 육체는 더욱 힘을 얻으리라.
사각의 링 위에서 쓰러져 보지 않고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칠전팔기(七顚八起), 백절불굴(百折不屈)이라는 말이 왜 있는가.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고, 백 번 넘어져도 백한 번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영광스러운 성공이다. 무쇠가 보검이 되기 위해서는 불과 물을 수없이 넘나들며 담금질해야 한다. 사람도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면 할수록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을 얻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 서게 된다. 실패와 시련은 영광스러운 성공을 위한 담금질이라고 생각하자.
--- p.121, 「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다」 중에서
산은 높을수록 골이 낮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높아지려면 더욱 낮아지고, 낮춤으로써 더욱 높아지리라. 우주에 한 개의 점으로도 찍히지 않을 인간의 존재. 자랑하고 내세울 게 없으니 나를 더욱 낮추어야 한다. 자신을 높이는 오만은 추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높은 위치로 끌어올려 준다. 오만으로 남의 단점을 들추기보다 겸손으로 남의 장점을 먼저 보고, 매사에 배우는 자세로 임하면 사람들이 우러러 볼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도 하늘 넓은 줄 모르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이나 이익 앞에 비굴해지는 그 어리석음이 한 눈에 들어온다. 광대무변한 우주를 생각하면 겸손해져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자신을 낮추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다. 인간의 성품 중에 가장 뿌리 깊은 것이 교만이다. 분수를 알고 행한다면 낮은 자리에 있든 높은 자리에 있든 자기 할 바를 행할 수 있게 된다.
--- p.176, 「높아지려면 더욱 낮아져라」 중에서
길을 물으며 걸어왔어도 아직도 나의 길은 없다, 길인 줄 알고 걸어온 길. 돌아보니 길이 아니었네. 이제 어디로 가야 길이 있나, 들개처럼 울며 갈대처럼 흔들리며 길을 묻는다.
새들에게는 하늘을 나는 길이 있고, 물고기에게도 길은 있다. 하물며 사람이 사는 일에 길이 없을까. 성경이나 옛 성현들의 가르침 속에는 인간이 가야 할 길과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눈은 어두워서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거나 동쪽으로 가야 할 것을 서쪽으로 가기도 한다. 이 길이 바른길이라고 믿고 정신없이 달려왔다가도 잘못된 길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 p.235, 「길」 중에서
늘 혼자인 사람이 있다. 남이 부러워할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누리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줄 줄도 모르고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은, 어쩌다 어려움이 닥쳐도 손을 내밀어 주는 이가 없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외로운 섬처럼 쓸쓸한 사람. 외로운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다. 마음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나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때, 외로움은 멀리 떠나가고 행복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노래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지만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않아서 외로워진다는 것처럼 불행한 일이 있을까. 울고 싶을 때 함께 울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시련과 고난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보다 더 불행하고 슬픈 일은, 그럴 때 붙잡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자. 서로 손잡고 행복의 길을 걷기 위하여 사랑을 주고받자.
--- p.268, 「제대로 사랑하라」 중에서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 있다면 천만금을 주고라도 그 거울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거울이 없어서 자신을 알지 못하는가. 오락가락하는 생각에는 어떤 구름이 어디로 흐르는가. 세상의 바깥은 찬바람이 불고, 아군은 없고 적군만 득실거린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사나운 이빨에 물어 뜯긴다. 때 묻은 하루를 씻기 위해 나를 뉘우치며 나를 돌아본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살아가기 위해 남을 할퀴고 상처 주지는 않았는가.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상대를 불편하게 대하지 않았는가. 허리를 굽히고 자존심을 꺾지는 않았는가. 하루를 접는 시간에는 나를 돌아보고 미운 사람도 용서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함부로 흘려보낸 시간을 돌아보아야 한다. 거울 속 또 다른 나와 마주하여 마음에 걸리는 이름들을 용서한다. 모든 것은 시간 속으로 흘러가 정화될 것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조용한 시간은 두 손 모아 나를 돌아보게 한다.
--- p.316,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