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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 파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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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26쪽 | 200g | 130*220*8mm
ISBN13 9791185555539
ISBN10 118555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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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넋은 저승으로 가시고
육신을 황무지에 버렸습니다

새들이 날아 와 아버지의 눈알을
파먹고 있습니다
세계의 지붕인 이곳은
망자들의 무덤입니다

남쪽으로는 천상과 맞닿은
히말라야가 있고
부처의 땅인 카빌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광야에 바쳤지요
달라이라마의 나라 티베트
거기의 새들은 시신을 쪼아 먹고
사상도 이념도 자연으로 돌려놓는
조상들의 땅이었습니다
--- p.16, 「파미르 파미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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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석 시인의 직업은 철근 노동자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필자에게 다소 생소한 감이 있다. 노동의 순간, 근육과 힘줄과 땀구멍에 닿는 그 피로감과 고통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일 테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시인이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를 통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느낀 그의 직업은 적어도 철학자는 되어야 어울릴법하다. 일상에서도 시인은 사유의 편린을 돌팔매질하듯 툭툭 던지곤 한다. 그의 말은 때로 전혀 다른 세계에 촉수를 들이미는 연체동물 같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적 사유는 그의 시에 고스란히 담긴다. ‘비틀거리는 은륜’을 통해 ‘제 갈 길을 묵묵히 시위’하는 삶을 포착해내는 시인의 매서운 눈은 그의 삶의 전면에 머물다가 사유를 거쳐 이내 시로 내재된다.

그의 인간애가 발현되는 두 번째 지점은 친구들이다. 그는 특히 어릴 적 학교 친구들을 자신의 시에 자주 등장시킨다. 유년기와 청년기, 장년기를 지나 초로의 나이까지 동시대를 살아내온 친구들의 삶이 시인의 눈에 각별하게 각인되고 그것은 시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친구들의 삶의 축과 기울기와 거리를 가늠하다가 불현듯 자신의 삶의 문을 빼꼼히 열어보게 되는 식이다. 또한 ‘정장을 입고’ ‘처자식을 잃고’ ‘돈 많다고 으시대’며 ‘득도’를 하기도 한 각양각색의 친구들의 삶을 다시 ‘술레잡기’라는 본질로 회귀시키는 시적 구성은 읽는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시인은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 서 있는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관조해 보기를 시를 통해 권면하고 있다.
- 최은하 (수필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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