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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걷는사람 시인선-04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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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46g | 125*200*8mm
ISBN13 9791191262360
ISBN10 119126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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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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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지하철 순환선에서
칼갈이를 팔던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뒤집개를 들고 서서
바이올린을 켜듯 칼 가는 시늉을 하던

칼을 들고 다니면 안 되니까
칼갈이의 성능을 보여 줄 수가 없어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그곳에서
귀보다 먼저 가슴에 꽂힌 목소리를

한 번도 잊고
두 번도 잊었는데
칼을 쥘 적마다 떠오른다

홀로 답이 되는 날이면
손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칼갈이를 찾는다
--- 「칼날에 마음이 베일 때」
――――――――――――――――――――――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붉어진 앵두 같은 일

시다 달다 말도 못 하고
핏방울 맺힌 혀끝으로만 굴리다가

밤길에 홀로 선
빨간 우체통에 얼굴을 들이밀고

남몰래 중얼거렸지
사랑한다, 너만 알고 있어라
--- 「추신」
――――――――――――――――――――――

외로움과 누추하게 마주 앉을 때
두부만큼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던 게 또 있었던가

이렇게 묽어지려고 더 강해지는 길을
이렇게 사려 깊어지려고
흰 정성 한 톨 품어내는 끈기를
한 알의 콩은 알고 있었으니

고독은 부디
저 가을볕에 몸 섞는
단단한 콩알만큼만 여물어라
--- 「두부를 먹으며」 중에서
――――――――――――――――――――――

거문고에 줄이 없었다면
누가 줄을 튕겨 심연을 건드려 보았을까

어미가 줄을 놓아 주었으니
새끼도 그 줄을 타고 지상에 발을 들였겠지

탯줄을 감고 노래 부르고
탯줄을 타고 춤을 추고
한 올 한 올
서로를 튕겨 주는 믿음으로 즐거웠으나

약속에 매달리고
관계에 매달리며

그 줄 점점 얇아지고 가늘어졌으니
돌아갈 길이 멀고도 아득하여라

몸으로 엮었던 줄을 마음이 지워 버렸네
서로에게 낡고 희미해져
먼지처럼 가늘어진 사람들

요양원의 투명한 링거 줄에 매달려 있네
잃어버린 첫 줄을 생각하네
--- 「줄에 관한 생각」
――――――――――――――――――――――

날지 못하면 벌레에 가까운 생을 사는구나
바닥에 가까워지자 몸이 먼저 미천해졌다 나방들이 떼를 지어 몸에 달라붙었다 밤새 온갖 벌레들에게 몸뚱어리를 들볶이느라 사지가 뒤틀리고 가려웠다

벌레들의 세상에서 벌레들이 먹다 남은 밥 신세가 되자 가문 언덕의 나무 생각이 자꾸 아른거렸다 한 그루 나무의 일생으로 살게 될 거란 오래전 어느 예언도 떠올랐다

가지마다 잎을 틔우느라 저 나무들은 얼마나 목숨이 가렵고 아팠을까 자신의 육체로부터 달아나려다가잎들을 놓친 나무가 고요를 붙잡고 내려앉는다 오직 허공 하나를 꿈꾸며 꽃을 피운 게 나무의 죄가 되었나

그 숲에서 나는 터진 나무껍질 사이로 새어 나오던 나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 「허공은 나무가 꾸는 꿈」 중에서
――――――――――――――――――――――

지나간 진심들이 자꾸 무언가를 적어 보낸다 앞만 보고 걷는데 오늘의 진심이 자꾸 넘어진다

겨우내 눌어붙은 마음에 날개가 붙는 아, 지긋지긋한 진심들, 돌아서면 또 그만일 진심을 버리고 봄날의 오해를 택하는 건 아주 쉬운 일, 오해였다고 말할 시간은 오지 않을 테니 진심은 부디 사려 깊은 곳에서 견뎌라

진심의 입에서 냄새가 난다 순간의 일들이 뼈를 태우는 냄새, 그것은 오래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고통의 냄새, 기억이 열렸다 닫히는 곳으로 지난날의 내가 자꾸 거짓말을 보내온다 나는 지나간 진심들을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 「지나간 진심을 사랑하지 않았다」 중에서
――――――――――――――――――――――

배롱꽃의 이별은 배롱나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일
오래전에 싹이 트고 자라 온 인연이 간신히 뜻을 이루고 생의 거처를 옮겨 가는 일
우연히 강이나 한번 보자고 바람을 따라나선 건 아닐 겁니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모든 그리움도 태어나기 전부터 조각된 작디작은 꽃잎 같은 일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으니 어쩌면 꽃보다 못한 마음이겠으나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시간에서 시작된 인연을 마침내 완성하는 것이라고

미련이 바닥에 내려와 닿기까지 마음은 끝끝내 생각을 세워 둡니다
--- 「완연完緣」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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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하의 이번 시편을 읽는 것은 폐우물 속에 머리를 밀어 넣고 어둠을 주시했을 때 듣는 환청의 경험과 비슷한 값을 지닌다. 그 스산하고 아득한 울림은 기억나지 않아 안타까운 슬픈 꿈결 같기도 하고, 전생의 뒤안길을 배회하는 황폐한 영혼의 통점을 지시하는 성싶기도 하다.
“저 나무들은 얼마나 목숨이 가렵고 아팠을까”(「허공은 나무가 꾸는 꿈」)는 시집을 관류하는 생태의 비밀을 품는다. 이 낮은 톤의 음성은 타자를 향한 연민으로 가공되어 있을지언정, 과연 그것은 자기 연민의 시치미 떼기 형식이라는 점에서 막막한 자백과 다르지 않다. 때 되어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나무의 행위가 선택 이전의 것이듯, 그러한 인식은 배후에 숙명성의 징후를 짙게 드리울 수밖에 없다. 그녀의 자백은 시집 여기저기에서 다른 온도와 채도로 변형·생성된다. 때로 “읽자마자 잊히는 서문” 같은 날들 속에서 “먼저 저무는 법을 연습”(이상 「조용한 사람들」)하는 피로한 체념의 모습으로, 때로 “불 꺼진 방”에서 “집이 늦도록 슬픔(못-필자)을 빼”(이상 「사람의 집」)는 적막한 저항의 포즈로, 때로 자아를 지우기 위해 “더 깊이 어두워지는 맨발”(「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처럼 자의식의 위태롭고 하염없는 침전으로 나타난다. 또 그것은 “복사꽃 그늘 밑을 들춰 보”거나, “느릿느릿 끝나지 않는 환생을 기웃거리”(이상 「언젠가 왔었던 바닥」)는 장면에서 보듯이 체념도 저항도 자의식의 침전도 아닌, 그저 화려하고 덧없는 교란과 도착倒錯의 환상으로 물성화되기도 한다.
내성內省의 쓸쓸한 깊이와 처연한 환멸, 시집을 펼쳐 든 첫 번째 인상이다. 젊을 무렵, 어쩌면 화쇄류처럼 분류하는 운명에 가파르게 맞섰던 그녀의 그에 대응하는 자세가 이제 이처럼 외롭고 고즈넉하다. 인환人?의 봄날 저녁, 내부의 어둠을 응시하면서 전신으로 운명의 등피燈皮를 닦고 있을 박주하라는 텍스트와 개성은 더 화창하게 개어도 좋을 터이다.
- 오태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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