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창문을 읽다
박덕은 | 서영 | 2021년 05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3,000
판매가
11,7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374g | 153*224*11mm
ISBN13 9788997180974
ISBN10 899718097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첫 번째 집 대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었다. 대문이 없는 두 번째 집을 기웃거렸다. 마당에서 한 남자가 돼지우리 앞에서 볏짚을 나르고 있었다. 마당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 아저씨를 불렀다.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쇠스랑을 손에 든 채 나를 돌아봤다.
그 순간 나는 섬찟 놀라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희멀건 표정으로 눈썹도 없이 나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 목사님을 만나고 싶다는 나를 미소로 반겨 주며 묵묵히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놀랍게도 손가락이 없는 뭉텅한 손이었다. 손바닥만 있는 손.
그때서야 이곳이 음성나환자촌임을 깨달았다. 당황한 마음을 눈치챈 듯 그는 내 손을 덥썩 잡으며 교회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미궁 속으로 빠져들 듯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올해 들어 마을을 찾은 두 번째 외부 손님이라며 그는 무척 반가워했다. 나의 경계심을 풀어 주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열아홉 살에 나병환자라는 낙인이 찍힌 후 불가촉천민으로 분류돼 그는 집에서도 쫓겨났다.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오염된 괴물로 취급받아 그는 서글펐다.
어우러져 살고픈 낯익은 순간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매순간 그는 춥고 어지러웠다. 사람들이 돌을 던지면 고개를 숙였다. 맞다가 얼굴에서 피가 흐르면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나병이 심해질수록 사람들에게 발길질을 당했다. 가도 가도 숨막힌 천리길, 그 막다른 골목에서조차 그는 내쫒김을 당했다.
동서남북 그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그는 살기 위해 비명 같은 길을 걸었다. 걷다 보면 죄 없는 발가락 하나가 툭 떨어져 나갔다. 그 발가락처럼 그도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었던 때가 수도 없이 많았다.
질기디질긴 것이 목숨줄이었다. 수백 번 수천 번 외로움이 숨통을 조여 왔다. 무너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이곳까지 왔다고 그는 덤덤히 말했다.
그에게서 칼자국이 가득한 나무도마처럼 아득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어느 날, 그의 병이 음성으로 판명된 후 그는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 상처로 움푹 꺼진 깊이에 파묻히지 않고 그 깊이만큼 높이를 쌓았다. 높아진 꽃대에서 그의 봄이 열리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짠하게 보였다. 분노에 휩싸여 악을 쓰는 사람도 내쫓김을 당해 도망가는 사람도 모두 가엾게 보였다. 폭발하기 직전까지 참아 본 사람만이 삶을 버티기 위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른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살기 위해 악을 쓰는 소리가 연민으로 느껴지려면 얼마나 외로워해야 했을까.
외로워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나무도마처럼 그도 찍히고 물어뜯기다가 그 끝에서 일어나 비관의 시각을 갖게 된 것일까. 예리한 칼끝 같은 아픔에 속절없이 무너져 본 자만이 타인에 대해 온기를 품을 수 있는 것일까.
슬픔의 눈길은 아픔을 오래 응시할수록 따스하고 깊다. 자고 나면 또 뚝 떨어져 나갈 몸, 그 몸으로 살얼음 어는 세상을 가로질러 온기를 길어 올렸을 것이다.
서러움이 왈칵 쏟아질 듯 그는 마른기침을 해댔다.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 잡고 있던 그의 손에서 아릿함이 느껴졌다. 나는 아침부터 명치 끝을 누르던 답답함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듯했다.
그는 자신이 입은 상처에 겁먹지 않고 세상을 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더이상 천민賤民이 아니었다. 하늘의 혈통을 이어받은 천민天民이었다.
--- 「나무 도마」 중에서


수술을 한 지 5년이 채 안 된 가을, 그녀는 다시 뇌수술을 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영영 나오지 못할까 봐 무서워했다.
수술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지상의 명단에서 이름 석 자가 영원히 사라질까 봐, 그녀는 울음을 쏟아냈다. 잘될 거라며 서로를 껴안는 아픔에 그날 오후는 숨죽이고 있었다.
수술 시간은 길어지고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에 숨통이 막혀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힘들어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지만 혈관을 막는 피떡 때문에 삼 일 넘게 혈전용해제를 써야 했다.
그녀는 산소 호흡기로 버티며 이겨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퇴원한 그녀가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사는 여자예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남편이 예쁜 자식을 셋이나 낳아 줘서 고맙다며 손가락 세 개를 번쩍 세우더니 힘내라고 응원해 줬어요. 어제는 유자차도 한 잔 마셨어요. 참 따스한 시간이었어요. 생각해 보니까 감사해야 할 것들이 참 많더군요. 그걸 그동안 잊고 살았더라구요.”
쌍골죽처럼 휘어지고 뒤틀린 삶의 뒤안길을 묵묵히 견디며 걸어온 그녀는 이제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산다고 웃으며 말했다.

삶은 우리가 꿈꾸는 방향으로 가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꿈과는 너무 멀어져서 도저히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런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내 인생의 이야기를 명주실의 흰빛으로 동여매듯 새롭게 써야 한다.
쌍골죽은 일반적인 대나무보다 속이 꽉 차 있는데 속살의 두께가 1.3~2.4배가량 더 두껍다. 그 두께만큼 상처도 깊어 쌍골죽으로 만든 대금은 희로애락의 감성을 잘 짚어낸다.
대나무의 안쪽 벽에 바람의 흐느낌과 달빛의 울컥임까지 새겼기에, 감성의 깊이가 남다르다. 병들며 커 가는 아픔을 안고 자란 탓인지 애처롭고 처량한 느낌을 쌍골죽은 잘 표현한다.
상처 깊은 아픔이 한에 짓눌리지 않고 그 한을 넘어선 소리에 다다를 때까지, 대금을 만드는 사람도 쌍골죽 스스로도 기도의 시간을 가지며 이겨냈을 것이다.

지천명을 넘기고 이순을 바라보는 그녀는 삶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며, 엄마이니까 자식을 지켜야 한다며, 그녀는 죽을 만큼 아프다는 통증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기도를 했다. 그러자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 「쌍골죽과 대금 소리」 중에서


창문은 ‘존중과 소통’을 상징한다. 방에 들어와 방문을 닫아 버리면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철저히 안과 밖은 차단된다. 하지만 창문은 닫혀 있어도 늘 안팎을 이어준다.
닫혀 있는 창문을 통해서 아침 햇살은 들어와 나의 볼을 간지럽히며 하루를 깨운다. 그러면서도 창문은 안과 바깥 모두를 존중한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공간을 침해하지 않는다.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일지라도 창문을 통해서 안의 공간을 존중해 주기에 우리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아버지는 결혼하기 전부터 어머니를 향해 창문을 달았다. 그 창문을 통해 펄펄 끓는 사랑을 보냈다.
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머물렀던 하숙집은 그 일대에서 덕망이 있다고 칭송 받은 선비 집안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성실함이 마음에 들어 일찍부터 아버지를 사윗감으로 낙점했다.
흙벽 아래서 봉창문을 통해 새어 나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가슴 설레였던 아버지는 달빛에 그리움을 실어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양반과 머슴, 주인집 딸과 하숙생이라는 안과 밖의 경계가 옅고 묽게 허물어졌다.
붉은 햇덩이를 들어 올리는 바다의 힘에 흠뻑 빠진 파도가 발뒤꿈치까지 온통 붉어지듯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마음의 창문을 열었다. 외할아버지의 지지 덕분에 어머니는 가난한 하숙생인 아버지와 결혼했다.
아버지는 주로 남해안 섬 학교로 연달아 발령 받아 교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보름 만에 한 번꼴로 집에 들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자리까지 대신하며 사시사철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다섯 마지기나 되는 참외 농사를 포함해 적지 않은 밭농사와 논농사를 지었다. 7명의 자식들까지 챙겨야 했는데도 어머니는 힘든 기색도 없이 잘도 꾸려 나갔다. 간혹 집에 들른 아버지는 못난 자신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안쓰러운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다보곤 했다.
아버지는 특히 어머니의 노란 저고리 닮은 참외를 좋아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어머니의 창문에는 꽃향이 스며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형제들은 참외처럼 달콤하게 무르익어 모두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다.
시골에 홀로 남게 된 어머니는 어느 날 당뇨병에서 시작된 합병증으로 그만 병석에 드러눕게 되었다. 퇴직을 한 아버지는 이때부터 눈에 띄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의 봉창문이 무너지지 않게 아버지는 봄볕으로 암팡지게 엮어 새 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도 계절에 따라 다른 감흥을 불러온다. 무더위 속에서 밀어붙이는 한낮의 열기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지만, 봄의 발걸음을 기억하는 늦겨울의 햇살은 차갑게 떨어야 했던 굽은 시간을 펴 준다. 봄볕 같은 아버지의 정성 덕분에 어머니는 다시 미소와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 「창문을 읽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1,7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