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변화는 과거에 이미 예견되었고, 현재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서울시 도시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조직을 혁신하고 공무원의 역량을 개발하여야만 서울 시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변화에 직면한 서울시 도시정부의 역할과 대응 전략을 논한다. 특히 시민의 역할이 강화되는 새로운 거버넌스 하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유연한 조직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서울시는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 끊임없는 개혁과 과감한 혁신으로 세계 인류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도시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 p.34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량 등의 무인·자동화 기술, 홀로그램, 가상·증감 현실 기술, 블록체인을 필두로 한 통신과 신뢰의 기술 발전은 미래사회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농업, 산업, 정보혁명에 이은 제4차 기술혁명으로 명명되는 ‘인공지능 혁명’과 ‘블록체인 혁명’은 인류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특이점으로 간주된다. 무엇보다도 빠르게 진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중간 매개자 없는 탈중앙화되고 분권화된 신뢰 시스템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문명사적 기술 발전의 변곡점은 근대 정치체제와 정부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정치 시스템과 정부형태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문명의 근간인 ‘도시’로부터 발현될 것이다. 이 장의 목적은 21세기 최신 기술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시 거버넌스와 정부형태를 구상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거시사적 맥락에서 거버넌스와 정부형태의 진화를 살펴보고 근대 정부, 관료제, 정당, 거버넌스가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파악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위 ‘거번테크(govern-tech)’라 불리는 와해적 기술의 진화가 어떻게 도시 거버넌스와 도시정부 설계에 활용될 수 있을지를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도시 거버넌스와 정부 설계의 대안으로 중간 매개자 없는 시민들의 자율적인 거버넌스, 즉 ‘정부 없는 거버넌스’를 제안하고자 한다.
--- pp.43~44
전자정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직과 관료, 부처 간 칸막이, 비능률성, 저생산성 등 기존의 관료제와 계층제가 갖고 있던 병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존의 행정 체제에 기술만 덧칠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정부라는 새로운 정부의 형태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조직 운영체제는 거의 관료제를 유지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짐 데이터(Jim Dator)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 끄는 마차에 내비게이션을 설치한 것”과 같은 형국이다.
--- p.46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블록체인을 통해서라면 모든 권력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리인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블록체인은 정당을 축소시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며, 나아가 국가와 정부라는 권력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과거로부터 가장 자연스러운 사회형태의 하나인 마을공동체로 구획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은 ‘디지털에 스며든 아나키즘’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유동 민주주의(Liquid Democracy)’ 기반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유동 민주주의는 이제까지 고안된 민주주의 중에서 가장 민주적인 시스템이다. 유동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국민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직접 투표할 수 있고, 만약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면 전문가에게 편리하고 신속하게 그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유동 민주주의에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 p.64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서울시는 지역사회의 발전적 ‘미래’를 견인하기 위해서 세밀한 문제점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할 책무를 가진다. 현재와 같은 진보와 혼돈의 변곡점에서 서울시는 여전히 옳은 선택을 할 의무가 있다. 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차적 책임을 지는 명예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시장이나 시민사회는 공공 부문의 관료처럼 공동체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질 수 없기, 아니 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제점에 대한 대응, 그 문제의 해결에 대한 무한한 책임은 물론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서울이란 거대한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책임은 그 무게를 견딜 만큼 명예로운 일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 pp.102~103쪽
최근 공유경제, 핀테크 등 새로운 비즈니스와 신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운수업체와 신규 카풀업체 간의 갈등, 기존의 금융권과 ICT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기업과의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신기술 도입에 따라 피해 받는 집단과 신규로 진입하고자 하는 집단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갈등은 지능정보기술 발전이 심화됨에 따라 기존의 산업과 서비스를 지능정보기술 기반의 서비스가 대체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단 간 갈등관계를 개선하고 기술 때문에 소외당하고 피해 받는 약자를 대변하는 업무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p.157~158
이제까지 정책결정자의 직관이나 경험, 암묵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행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객관적 증거 기반의 행정으로 변화하면서, 정부의 신뢰성을 높이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관련 기술은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서 확대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 p.168
관료제에 바탕을 둔 조직구조와 문화가 여전히 공무원 문화의 근간이 되는 상황에서, 어쩌면 이 글의 제언들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 다양성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서울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금 서울시가 지닌 역량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 서울은 얼마나 큰 상상력과 풍부한 변화의 가능성을 포용하고, 그러한 변화를 위한 역량을 얼마나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 p.206
이처럼 미래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의 종류는 다양성과 함께 그 지식의 수명도 수년 이내로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 부문 교육훈련은 현재의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과 함께 향후 도입될 지식에 대한 신속한 반영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래의 공무원 교육훈련은 민첩성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318
또한 미래 인재는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기계와 협업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통한 체험형 교육과 훈련이 AI, 로봇, 드론 등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인간 본연의 사색 능력과 공직자로서의 소명과 가치에 대한 역량 또한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기술 발전 때문에 반복적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경우 공직 가치와 사회적가치에 대한 소양을 지닌 참된 공직자의 모습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