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없어 귓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 속으로 전하기 위해,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서 뱀처럼 이야기의 길을 묵묵히 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 구수경, 「이상적인 공동체를 탐색하는 맨발의 서사?장편소설 『유리』를 중심으로」
그의 낭만적 자아가 빚어내는 서사의 혁명성은 무엇보다 언어의 젊음에 있다. 그에게는 올라야 하고, 가 닿아야 하며, 마침내 하나로 합일되어야 하는 부재하는 충만(充滿)의 꿈이 있다.
--- 박철화, 「낭만적 자아의 현실적 서사」
이 작가는 ‘왜 쓸 수 없는가’라는 문제조차 소설이 되고, ‘왜 계속 쓰고 있는가’가 삶의 이유가 되는 천형(天刑)의 작가이다.
--- 김미현, 「문학 그 높고도 깊은」
작가를 천형으로 여기며 그 자리를 올곧게 걸어가는 고투가 여기저기 핏자국처럼 맺혀 있다.
--- 이재훈, 「청년 작가 박범신 문학의 현재성」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 때로는 감각적이고 화려하다. 서사 구성은 촘촘하고 단단하다.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원초적 욕망을 세밀화처럼 그려낸다. 인간의 쓸쓸한 내면을 천착하는 가운데 본연의 순수를 갈망한다.
--- 송준호, 「청년 작가의 문학적 자궁 혹은 상상력의 원천?초기 중편소설 『시진읍』을 중심으로」
『은교』는 완벽한 서사구조를 가진, 창작자에게는 교본과도 같은 작품이다.
--- 정유정, 「『은교』, 낯설면서 낯익은 욕망의 세계」
선생은 적막하고, 깜깜하고, 고독한 또 다른 산길을 걷고 있었다. 동행도 없고, 동반도 없고, 앞서는 이도 없는 길을.
--- 백가흠, 「그, 삶이 소설이 되는」
박범신은 문학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문학순정주의’라 부른다. 그것을 증명하듯 데뷔 후 40여 년간 매년 한 편 이상의 소설을 출간하면서 작가로서의 본분을 올곧게 지켜가고 있다. 그는 독자가 읽어주는 소설을 써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로서 끊임없이 자기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득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작가다. 그래서 그의 작품 세계는 특정한 사조와 유형에 가두기가 어렵다.
--- 구수경, 「이상적인 공동체를 탐색하는 맨발의 서사?장편소설 『유리』를 중심으로」
2000년 이후 박범신은 『촐라체』와 『고산자』 등을 통해 ‘인간 의지’와 같은 관념적 주제를 넘어 『은교』에서 사랑의 문제를 본격적인 사유의 장에 올려놓는다. 『은교』에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기폭제가 된 이적요의 유서에 적힌 “아, 나는 한은교를 사랑했다.”라는 진술은 작가의 사랑 실천에 대한 유토피아적 욕망을 보여준다. 그것은 축소된 개인에서 폭발하는 대중으로의 전환 시점에서 온전한 주체로서의 개인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 이평전, 「박범신 소설에 나타난 유토피아적 욕망과 실천의 의미 연구」
박범신은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매해 장편 1권 이상을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 왔으며, “끊임없는 ‘자기변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품 세계의 변화를 추구”해 온 작가다. 이런 왕성한 활동의 결과 ‘베스트셀러 작가’, ‘대중적인 인기 작가’라는 세평을 얻었지만, 이후, 그는 3년여의 절필을 거치면서 작가로서의 고뇌와 자기성찰의 진정성 있는 복원을 치열하게 천착했다.
--- 윤은경, 「박범신의 『은교』에 나타난 예술가 의식과 에로티즘」
박범신의 『흰소가 끄는 수레』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는 마치 청년 시인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문학적 광기를 내재하고 있었다. 자전적 연작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 내용은 한 작가의 개별적 세계라기보다는 보편적 세계로 확장되는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절필의 고통을 딛고 쓴 작품이며, 문학의 본질과 정면으로 응시한 처절한 문장들이 내게 각인되었다. 박범신에게 왜 ‘청년 작가’라는 레테르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이재훈, 「청년 작가 박범신 문학의 현재성」
작가는 소설의 서두에 독자를 홀릴 강력한 미끼를 걸어둡니다. 흔히들 ‘훅(Hook)’이라고 하죠. 이적요는 프롤로그에서 훅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일흔 살 노시인인 그는 자신이 죽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열일곱 살 처녀, ‘은교를 사랑했다’고 선언합니다. 제자인 서지우를 죽였다고 고백합니다. ‘관능적이다’라는 독백으로 마무리합니다. 솜털이 바짝 서는 기분이 되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왜? 어떻게? 그래서? 독자는 답을 찾기 위해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 정유정, 「『은교』, 낯설면서 낯익은 욕망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