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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 양장 ] 애지시선-098이동
김길녀 | 애지 | 2021년 05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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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34쪽 | 246g | 129*194*12mm
ISBN13 9788992219990
ISBN10 8992219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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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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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간
귀하의 가을을 만나러 가는
시간은 하루 한번
아침이 시작되기 전입니다

삐걱거리는 통나무 대문
밀치고 들어가서 빈집의 지난밤
안부를 살피며 익어가는 모과
한 번쯤 만져보는 게 전부입니다

공가라는 노랑 종이 탄탄하게 붙은 돌담
저물녘 귀하가 서성거리던
꽃밭에는 지금 과꽃이 한창입니다
굴착기 큰 입으로 뜯어내기 전
노래 속 누이 찾듯이 어느 날
불쑥 하양 대문 밀치며 오시겠습니까

오래전 떠났던 여행길
이름 모를 신전 기둥에 기대어
들려주던 그 문장
그네에 앉아 들려주시겠습니까

한때는 몹시 애정하였으나
이제는 무심해져 버린 이름에게
다시 온기 건네고 싶은 간절함
불어오는 하루하루를 위해

귀하께선 첫눈이 내리기 전에 오시렵니까
--- 「지워지는 집」
―――――――――――――――――――――――

듣고 싶은 말보다 하고 싶은 말
더 많았던 한때의 어떤 이
물그림자처럼 천변을 걷고 있다

밥과 사람 냄새 사라진 지 오랜 집터
나무에 핀 꽃잎들 희다

사랑채 있던 자리
어젯밤 봄비에 드러나는 사과나무
장작더미에 덮여 있던 가계의 내력
지쳐가는 돌담과
고양이가 지나간 길
빗물에 섞여 떠나간 것들
흘러가는 중이다

떠나기 위해서는
여기가 필요했겠다
빈터에서 부르는 오월의 노래
언덕배기 사과나무들
붉은 꽃눈 피워내고 있다

누구도 그들이 그곳에서 살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 「누구신가,」
―――――――――――――――――――――――

바람 무게 높게 쌓인 왕궁 회색 지붕 아래로
금발의 전사들이 느린 걸음으로 오고 있다
사내들 어깨위로 흘러내리는
바람의 황금물결
도마뱀 문양 실크 바지 아래로 죽창을 휘두르던
전쟁터의 아우성,
검은 꽃잎처럼 쌓여 가죽 부츠 발자국을 지운다

쓸쓸함이 사라진 거리마다
하루 종일 무거운 비가 내린다

아득한 기억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
진눈깨비 속 초록드레스의 여자들
속눈썹이 하얗게 변해버린 여자들이
가문비나무 숲으로 사라진다

연두왕국에서
노랑왕국에서
하양왕국에서
목이 긴 여자들의 얼굴이 으아리꽃 넝쿨처럼
천장 높은 창문 밖으로 휘어지고 있다

석양을 받아 담벼락으로 늘어지는 드레스의 긴 그림자
왕궁 뒤뜰, 왕관이 묻혀 있던 자리에서
금발의 남자들이 지고지고
안개처럼 따뜻하게
여자들이 피어나고 있다
--- 「여자들이 살았던 거리」
―――――――――――――――――――――――

제목 없는 당신의 시를 신에게 바치는 기도처럼 읽고 있는 오후라오

인도양 물결무늬 흘러드는 순다해협에서 맞이하는 적도의 저물녘은 붉게 타오르다가 맹그로브 나무 숲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소

미처 살아내지 못한 생의 행간이 있다면 낯선 땅에서 보내는 긴 휴가 속에서 기꺼이, 다시 시작해 볼까 싶다오

시대를 앞서갔던 당신의 문장들은 검은 꽃병에 꽂혀 대문 없는 폐허의 사원에서 뜨거운 햇볕 받아 푸르게 푸르게 피어나고 있다오

당신이 각혈하듯이 쏟아내던 검붉은 꽃의 노래는 지금, 여기의 일만 칠천 개 섬 곳곳에서 핏빛과 분홍 더러는 황금빛 햇살 부스러기로 쓰러지며 먼바다 심해로 빠져들고 있소

권태와 우울과 불안의 나날이 창녀들의 춤과 노래와 죽음, 바다와 수부들과 부랑자들, 태양과 슬픔의 냄새와 뒤엉켜 당신이 남기고 간 시들의 묘지에서 오래된 돌담에 핀 이끼처럼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오
이곳은 천둥과 번개와 함께 소낙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오

처음엔 낯설던 천둥의 신 덴무도 건기인 지금은 기다려지기까지 한다오

당신을 처음 만났던 이십 대, 그 시절에는 그저 이별의 아픔에 젖어서 겨울밤을 지새우며 하얗게 울기만 했다오

나로부터의 자유가 두려웠던 그때는, 당신이 품은 바다를 찾지도 볼 수도 없었음을 이제야 고백하고 싶소

다시, 바다가 지천인 이곳에서 만나는 당신은 내가 살고 싶은 외딴섬의 나날 속에 사는 듯하여 마냥 부럽기만 하다오

당신이 건네주는 마지막 유리잔 안에 그득한 취기는 영혼을 저당 잡힌 유령의 입맞춤처럼 뜨겁고 달콤하오

당신의 시 「아름다운 배」에 나오는 포동포동 굵은 목과 퉁퉁한 그녀처럼 감미롭고 나른하고 느린 리듬을 타며,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양양하게 난바다로 떠나고 싶소

훗날, 또다시 당신을 만나는 시절이 오면 당신의 하룻밤 애인이 되어 외딴섬 빈집에서 밤을 새우며 밤새도록 술잔을 나누다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오

지금은 당신이 좋아하던 신전의 오래된 정원 작은 방, 녹슨 창문으로 스며드는 적도의 석양에 희미한 눈길 보내며 당신을 만날 어둠을 기다리고 있소
--- 「보들레르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는 저녁」
―――――――――――――――――――――――

비우고 비워서 속까지 훤히 드러낸
겨울 숲 나무들처럼
몹시 좋아하는 우울과 적막과 슬픔마저도 찰나의
행간 없이 벙글 벙글 벙글
맘껏 부풀어 오르시라
다만,
식물로 태어나 나무로 살아가는
오래된 생애처럼
아픔을 감춘 채 다가오고 있는 공포만은
느릿느릿 머뭇머뭇 주저하고
망설이며 둘러보고 헤매다가
온전히,
길을 잃어 주시면 좋으리라

지금은,
누군가 지독하게 아프다는 편지를 받고
긴 겨울 안에서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신의 영혼을 가득 품은 연두와 함께
절박한 기도가 담긴 초록 오로라를
기다리며 실어증에 잠겨 있습니다
---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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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시가 이래야지. 내가 잃어버린 것도 잊고 있던 원초적 시심도 고즈넉이 함초롬히 꽃 피우는 시집이다. 떨림과 설렘으로 술렁거리는 사랑 깊은 초록 눈빛 같은 시편들.
“남루하지 않아서 더 슬픈 누군가의/생애를 들여다보는 한낮”(「오후의 사과나무」), “아득한 기억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여자들이 살았던 거리」) 시선들, 숨결들, 발자국들에 독자는 에워싸인다. 옛집, 빈집들, 고궁들에 시인이 이끌리는 건 시간을 이어 그 공간을 채우던 사람들의 첩첩 겹겹 자취가 시인의 가슴에 아리게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그 아린 아름다움을 시인은 노래한다. “한때는 애정하였으나/무심해져 버린 모든 이름에게/다시 온기 건네고 싶은 간절함”(「지워지는 집」)으로. “꼭꼭 숨겨놓은 그 자리”(「낙운재」)를 나무들의 조용하고 집요한 생동감으로. 지순하고 아름다운 시집이다.
- 황인숙 (시인)
친구 길녀네 과수원에서 머위 새순을 끊다가 지난해 밤송이에 오른쪽 가운뎃손가락 끝을 찔렸다. 만만한 것이 성을 냈다. 곪은 자리에 노란 양지꽃 고름이 찼다. 시를 읽는 봄 내내 만만찮은 세상에 Fuck you!를 날렸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다.
- 권선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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