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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기원 명상소설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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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58g | 135*200*19mm
ISBN13 9791165343521
ISBN10 116534352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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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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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유서를 쓴 것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그 유서의 첫 문장이 “내 피는 더럽다”였다.
--- p.11

서른을 갓 넘긴 딸이 치료약이 흔하지 않은 악성 바이러스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생명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벼락을 맞은 듯이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더러운 피가 바이러스가 되어 딸에게 전이되었다.’
--- p.20

딸의 유골을 다 뿌렸을 때, 어느새 남해안 일대에는 이른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바닷가 낮은 언덕마다 샛노랗게 피어나는 유채꽃이며 수선화를 뒤로하고, 딸의 유골과도 헤어졌다. 당장 딸을 따라서 죽는 대신, 섬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엉뚱하지만 딸의 유골을 품고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딸의 섬망에 차츰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 p.27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사마타의 선정이 다름 아닌 딸의 섬망과 하나로 여겨졌다. 딸의 섬망을 옆에서 지켜본 나의 눈과 귀에 들어온 것은 사마타의 삼매와 그 삼매를 넘은 곳에 있다는 선정뿐이었다. (…) 나는 사마타 선정의 세계가 섬망의 세계와 뿌리가 같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록 그 뿌리가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빛과 그림자 혹은 선과 악이라는 명암으로 뚜렷하게 나누어질지라도.
--- p.33

파욱명상센터에서 가부좌한 나는 어쩔 수 없이 괴물과 마주앉은 셈이었다. 내 안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똬리를 튼 채 꿈틀거리는 추악한 괴물. 그 괴물은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훈련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방치했던 마음이리라.
--- p.47

들숨과 날숨을 흉내 내기는 했지만, 눈을 감은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들숨과 날숨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 내 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괴물뿐이었다. 괴물은 자신이 꾸며낼 수 있는 온갖 형상으로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났다. 그리하여 내 시야를 아예 놀이터로 삼아버렸다.
밤늦게 꾸띠에 돌아와 침대에 무거운 몸을 던지면, 내 작은 눈에서는 구정물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런 자신에게 한마디를 빠뜨리지 않았다.
‘울지 마라, 괴물아. 결국 네 자리를 찾은 것이니.’
--- pp.51-52

이승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는 놀랄 것이 없는데도, 나는 아빠를 따라 덩달아 놀랍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내가 아빠에게 보이는 거지?’
그때까지 아빠와 나는 달리는 평행선처럼 서로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시공간에 존재한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그렇다. 존재의 부재라는 시공간과 실존의 흔적이라는 시공간.
--- p.82

명상센터를 찾은 여행자 중 몇몇은 반드시 명상홀에 앉은 지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울부짖고, 소리치고, 욕설을 내뱉고, 미친 것처럼 날뛰다가, 끝내는 맨발로 뛰쳐나간다는 것이다. 미쳐서 날뛰다가 맨발로 명상센터를 뛰쳐나가는 누군가는 나처럼 자기 안에 꿈틀대고 있는 추악한 괴물을 본 것이 틀림없다.
‘저건 절대로 내가 아니야. 어떻게 내 안에 저렇게 끔찍한 살기와 분노와 질투와 증오와 성욕 따위가 들어 있단 말인가?’
--- p.100

나에게 ‘몸의 서른두 부분을 바라보는 명상’이란 결국 늙은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바로 그 문을 지나쳐서 늙은 괴물을 만나야 진정으로 딸과 하나가 되고, 딸의 실존의 흔적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 p.189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온몸의 뼈들이 차츰 하얗게 바뀌더니 드디어 깊고 맑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가부좌하고 있는 나의 온몸에서, 결가부좌한 모습 그대로 한 덩이가 된 뼈들이 빛을 내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그 빛은 새벽별이라기보다는 손으로 건들면 청아한 방울 소리를 낼 것 같은, 푸른빛이 감도는 새하얀 빛이었다. 온몸의 뼈에 달라붙은 힘줄이며 지방, 뼛속에 든 느글느글한 골수마저 새하얗게 빛나는 것이었다.
--- p.23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소설이라고 다 소설은 아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도의 궁극을 직접 제 몸뚱어리로 생생히 겪고 그 체험을 피로 기록한 수행일지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살아서 두 눈 부릅뜬 채 중음(中陰)의 딸과 함께 그 아득한 바르도를 찬연하게 건넌 한 아비의 지극한 천도재다. 이 책은 더 이상 소설이 아니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아니 생사와 유무중도(有無中道) 따위마저 초월하고, 그 초월의 굴레마저 넘은 자의 백골처럼 형형한 축문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알 것인가. 그 참혹하고 독한, 그 죽음의, 그 망자(亡者)들의 세계에 침잠하기 전까지.
그리고 작가는 다시 살아 돌아왔다. 다만 눈은 옆으로 째졌고, 코는 세로로 서 있다는 사실만 깨달은 채. 오늘도 묻고 묻는다. 몸이 있는가, 몸이 없는가. 이것이 나인가, 내가 아닌가……. 그리고 그는 본다. 서리는 누렇게 시든 잎을 벗기고 파도는 썩은 뿌리에 철썩이는데, 누군가 벌써 자신의 시체에 술이며 과일을 차리는 것을.
- 박규리 (시인,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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