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한옥_전통의 주춧돌 위에 현대를 세우다》
주변과의 조화는 물론 햇볕과 바람의 자리까지 설계한 자연친화형 주택인 한옥은 여유와 지혜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도시화에 따른 서구식 생활방식이 우리네 삶 깊숙이 파고들면서 한옥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생활하기 불편하고 겨울에는 춥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서구식 다세대주택을 짓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이 주는 아쉬움은 단장한 새것보다 더 큰 감회를 불러일으킵니다. 변화의 물결에 밀려난 시간의 뒤안길에는 우리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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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종로구는 오진암이 문화재로서 보존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했지만 개인 재산이라는 한계 때문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진암은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상업용 도시한옥으로서의 희귀성을 감안할 때 보존가치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보존 필요성의 지속적인 제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진암이 철거에 들어가자 종로구는 독자적인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사료적 가치가 충분한 오진암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장소로 옮겨 복원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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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나무, 흙, 돌을 이용해서 집을 짓기 때문에 한옥을 시공할 때에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여러 분야의 전문가, 즉 장인이 필요합니다.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장인은 주요 구조체를 시공하는 목수이며, 목수는 대목수大木手와 소목수小木手로 구분합니다. ‘대목수’는 목재를 다듬어 기둥, 보, 도리, 공포를 짜고 추녀 내기, 서까래 걸기 등 한옥의 구조체에 해당하는 공사를 합니다. ‘소목수’는 가구를 꾸미는 사람으로 창, 창살, 반자, 마루, 난간 짜는 일 등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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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명품도시_도로와 계단, 주차장에 친환경을 입히다》
보도는 공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을 잇습니다. 집을 나서고 사무실을 나서고 마트를 나서고, 일상의 모든 공간을 나설 때 마주하는 도시의 첫 번째 공간이 보도입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 때 공공 건축물이나 자연환경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 발길이 가장 처음 닿는 곳은 언제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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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집으로 향하는 푸근한 귀갓길,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놀이터 삼아 놀던 추억의 길, 누군가에게는 몇 번을 쉬어가며 올라야 하는 고갯길. 도시의 골목길 계단은 개인들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옵니다. 불도저로 밀어붙여 만들어진 신도시와 달리, 수백 년의 역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심 종로에는 언덕을 그대로 살려 만들어진 주거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탈을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든 골목 계단도 많습니다. 종로구는 세월과 함께 노후화하는 계단을 정비하며, 거주자에게는 조금 더 깨끗한 골목이, 노약자에게는 조금 더 편안한 이동로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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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도심에 열이 갇히면, 마치 섬처럼 그 지역만 온도가 올라가는 ‘열섬현상’이 발생합니다. 그 영향으로 도시 중심부 온도는 주변 지역보다 3~4℃ 정도 높게 나타납니다. 열섬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아스팔트나 시멘트와 같이 열을 쉽게 흡수하는 바닥 포장재입니다. 친환경 명품도로를 조성하고 있는 종로구는 콘크리트 가득한 도심 속 주차장을 안전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녹색의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열섬현상뿐 아니라 미세먼지도 줄이고 도시 미관까지 개선하는 종로의 녹색주차장은 미래형 주차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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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도서관_사람, 문화, 마을을 잇다》
도서관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도서관이 정보를 모으고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21세기에는 정보를 생산하는 기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이나 영화, 음악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얻으면 이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비판하면서 또 다른 정보가 만들어집니다. 이 정보가 제3의 사람과 만나 새로운 정보로 만들어지는 것이 정보 생산기지의 요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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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쪽 자하문로에서 통인시장 가까이 작고 소담스러운 골목 안 가게들을 지나다 보면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붉은 벽돌 건물의 도서관이 있습니다. 언뜻 2층 양옥주택처럼 보여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잔디와 보도블록이 깔린 마당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정돈된 서가에 꽂힌 여러 책들에 책상과 의자, 깨끗한 강화마루 바닥 등이 보여 일반 가정집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아담하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의 면목을 볼 수 있는 이곳이 바로 ‘통인 어린이 작은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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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유의 문학, 역사, 철학, 예술, 풍속 등을 일컫는 ‘국학’을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 의식과 한국인의 자주정신을 심어주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지역민이 관심사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체적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는 ‘홍익弘益정신’의 발현입니다. 전쟁이나 홍수 등 재난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 공동체 문화의 집단정서는 국가와 국민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공통의 가치입니다. 이것이 홍익정신이자 국학의 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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