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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비밀을 알고 있어

나는 너의 비밀을 알고 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3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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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32g | 138*205*10mm
ISBN13 9791156753032
ISBN10 115675303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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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기 좋은 날]

부모님의 이혼 결정으로 익숙한 집, 학교, 친구를 하루아침에 떠나게 된 미켈레는 모든 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낡은 아파트는 빛바랜 요양원 같고, 고풍스러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동네에는 그 흔한 자판기조차 찾기 힘들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가장 들지 않는 건 냄새나고 거지 같은 학교와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 언제 봤다고 친한 척하며 종일 쫓아다니는 아이에, 쓰레기 잘못 버린 걸로 사사건건 따져 드는 아이, 자기 구역을 넘보지 말라며 쓸데없이 으르렁거리는 아이까지……. 새로운 곳은 정말 최악이다.

아버지는 미켈레의 팔을 당겨 힘껏 끌어안았다. 지금 미켈레가 가야 할 곳은 오늘 아침에 자고 나온 그 집이 아니었다. 앞으로 부모님은 함께 살지 않기로 했으니까. 이마 끝이 아버지 어깨에 톡 닿았다. 미켈레는 아주 잠깐 동안 가만히 있다가 망설임 없이 아버지에게서 떨어졌다.
“지금 내가 몸을 얼마나 구부렸는지 봤지? 다음에 만날 때는 지금보다 키가 더 커 있어야 해.”
아버지가 미켈레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숙였던 몸을 바로 세웠다.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기분이 묘해졌다. 아버지 말이 꼭 자신과 몇 달 뒤에나 만날 거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곧 다시 만날 건데요, 뭐. 그렇죠?”
(...)
미켈레는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서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앞으로는 사진첩을 열어야만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그건 참 이상한 기분일 듯했다. _22~23쪽에서

[시스템 오류]


어디 하나 마음 털어 놓을 곳이 없다고 느낀 미켈레는 집으로도, 학교로도 가지 못하고 동네를 방황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휴대폰에서 ‘마이 셀프’라는 앱을 발견하고 다운받는다. 마이 셀프는 흔하게 있는 일상 공유 앱이지만 다른 SNS와 달리 누가 올렸는지 알 수 없게끔 ‘익명성’을 내세운다는 면에서 반응이 좋은 앱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글을 올린 계정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야 하는데, 미켈레의 휴대폰에서는 글쓴이의 이름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것 아닌가?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와 근처에 있는 사용자들의 프로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지도 위의 깃발을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중 하나를 눌렀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다. 튤립을 찍은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 아래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테사 콜롬보’라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 또렷하게.
눈에 보이는 이름을 읽고 또 읽었다. 앱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 보기도 했다. 그래도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켈레는 앱을 닫고 구글에 접속해서 마이 셀프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참신성, 불만 사항, 기술적 특징 등 쓸모없는 내용이 줄줄이 나와 있었지만,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인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나 오류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앱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미켈레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남은 피자를 집어 들었다. 불안할 때마다 뭔가를 먹는 건 미켈레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은 너무 끔찍하고 정신이 없었던지라 약간 마음이 풀어진 상태였다. 좀 쉬어 가라는 하늘의 계시 같기도 하고. 미켈레는 잠깐 망설이다가 테사의 프로필을 꾹 눌렀다. 가장 최근에 올린 것은 학교 복도와 노란 쓰레기통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밑에 짧은 글도 덧붙어 있었다.

오늘 3학년 C반에 전학생 등장. 소름 끼치게 못된 아이, 하지만 소름 끼치게 매력적인 아이. _55~57쪽에서

[아버지 잘 둔 놈]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은 이상한 오류를 눈앞에 두고 미켈레는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범죄인 것 같아 두려운 마음도 잠시, 미켈레는 마이 셀프가 알려 주는 비밀을 읽는 재미에 빠진다. 그리고 끊이지 않는 루카의 괴롭힘을 참다못해 결국 앱으로 비밀을 알아내 루카를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한순간에 역전된다. 기세등등함을 잃고 홀로 남겨진 루카를 보는 마음이 통쾌하고 시원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테사와 바질의 비난에 찝찝함이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미켈레는 코트 한가운데로 돌아가 다시 경기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루카가 슬쩍 발을 걸어 가로막았다. 미켈레가 넘어질 듯 비틀거리자 주변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시합을 하다 보면 상대 선수와 몸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행동은 최악이었다. 아버지는 늘 수준 낮은 도발에 걸려들어 상대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려들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네 문제가 뭔지 알겠어.”
미켈레가 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루카에게 소리쳤다. 이곳에는 마티아처럼 미켈레를 말려 줄 사람이 없었다.
“나? 내가 왜? 내가 뭘 어쨌는데?”
루카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순진하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과장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너, 정말 불쌍하다. 네가 하고 있는 연극도 마찬가지고.”
선생님이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다가왔지만, 미켈레는 잽싸게 루카 쪽으로 몸을 붙였다. 그리고 나직이 속삭였다.
“‘꿈만으로는 내 지갑이 두둑해지지 않아.’라고? 다들 속고 있어. 너희 아버지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부자가 아니잖아.”
루카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미켈레는 그 얼굴을 무시하며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들, 얘 발바닥 핥는 짓 이제 그만해. 그런다고 요트 파티 같은 데 초대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_67~68쪽에서

[사진 유출]


앱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도, 지우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온라인상에 루카의 여자 친구인 프란체스카의 나체 사진이 퍼진다. 그 충격으로 며칠 째 학교를 결석 중인 프란체스카의 마이 셀프 계정에, 안 좋은 생각과 행동을 암시하는 듯한 글이 계속 올라온다. 미켈레는 ‘비밀을 알 수 있는 그 앱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해 보라’는 테사의 말을 떠올리며 바질, 테사와 함께 프란체스카를 도울 방법을 궁리하는데…….

미켈레는 황급히 다른 알림들을 확인했다. 모든 곳이 미켈레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탈의실에서 근육을 자랑하려 잔뜩 힘을 주고 찍은 사진, 얼굴에 멍이 들었을 때 찍은 사진……. 짧게 비명을 지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꿈이었다. 협탁 위의 시계가 여섯 시를 지나고 있었다. 꿈이 맞나 싶어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자기 전 그대로였다. 미켈레의 비밀스러운 사진들은 사진첩 안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러 욕실로 갔다. 하지만 친구들의 비웃음에 짓눌리던 기분, 그 느낌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은 고작 꿈에도 이렇게 놀랐는데, 프란체스카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게다가 미켈레의 사진은 놀림거리이긴 해도 남들이 보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프란체스카처럼 나체 사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테사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의 행동은 뭐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정말 어리석었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테사가 미켈레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네가 말한 프란체스카의 사진을 봤어. 아,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야…….”
미켈레는 서둘러 변명을 덧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아마 그 사진이 맞을 거야. 멍청이 같은 롭이 억지로 휴대폰을 보여 주는 바람에…….”
“미켈레…….”
테사가 미켈레를 위로하려는 듯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 네 잘못이 아니야. 게다가 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잖아.”
“그 사진을 퍼뜨린 게 루카라고 했어. 루카는 완전히 개자식이야. 하지만 너한테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던 나도 만만치 않게 멍청했어.”
“내가 화낸 이유를 이제야 이해한 것 같아서 기쁘네.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을 우리가 어쩔 수는 없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지.”
미켈레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테사가 이어 말했다.
“마이 셀프에서 프란체스카의 상태를 알아보는 거.” _129~13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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