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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가 익는 밤

무화과가 익는 밤

푸른사상산문선-3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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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54g | 148*217*14mm
ISBN13 9791130817910
ISBN10 1130817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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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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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긴 눈꺼풀 속으로 환한 빛이 들어왔다. 설핏 눈을 떴을 때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 뻔했다. 온 세상이 은빛이었다. 나는 아재의 바지게에 담겨서 된서리가 모다기로 쏟아져 내리는 길을 돌아가고 있었다. 멀리 외가가 보였다. 뒤꼍 대숲도 아재가 목말을 태워 올려주던 감나무도 마당도 꿈결인 듯 고요했다. 여우도 부엉이도 잠에 빠진 듯 산길엔 싸락싸락 갈잎에 서릿발 부딪는 소리만 났다.
오늘 밤에도 무서리가 내린다. 서랍 속 사진을 꺼내어 본다. 뚜벅뚜벅 시간을 걸어 나온 길두 아재가 그날처럼 나를 깨운다.
“자야, 니, 또 와 우노?”
--- p.17, 「길두 아재」

잘 때가 되어 할머니 집으로 올 때면 무화과나무 아래로 돌아왔다. 아그데아그데 열린 무화과를 올려다보기만 해도 마구간의 어린 말처럼 “어무이예에!” 소리가 나왔다. 그러면 나무는 가지를 열고 이파리를 젖혀 무화과를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누런 젖이 뚝뚝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발꿈치를 들고 무화과를 향해 손을 뻗으면 향란이네 고양이도 허기를 느꼈던지 내 기척에 귀를 쫑긋거리며 앞발을 돋우었다. “야옹!” 소리에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쥐들이 몰려나와 기겁을 하며 달아났다. 소스라쳐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젖물이 흥건할 무화과를 한 번도 손대보지 못한 채 그곳을 달음박질쳐 나왔다.
--- p.86, 「무화과가 익는 밤」

달팽이가 되었다. 낮이면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밤이면 거리를 활보했다. ……. 붉은 선으로 이룬 원고지 한 칸 한 칸이 밤새 내가 돌아다닌 길이었다. 아침이면 해독할 수 없는 문장들이 책상 위에 점액의 흔적으로 남았다. 달팽이가 온몸으로 써 내려간 상형문자처럼, 뜻을 알 수 없는 글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하기는커녕 더 선명해지는 것이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이런 은빛 문장을 보았다.
‘껍데기를 깨야 해!’
--- p.99, 「달팽이의 꿈」

비 오는 날,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두 마리 새가 떠오른다. 신학생의 품에 머물렀다 간 아기 새인 듯도 하고,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영원 속으로 날아가버린 푸르디푸른 영혼인 것 같기도 하여 오래도록 바라본다. 새가 나는 저 하늘길에도, 내가 무심코 걷는 이 땅의 길에도 그토록 많은 날갯짓이 있었다니…….
--- p.154, 「새」

밤새도록 동백꽃이 내리던 날이었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내려놓는 도도함이었을까. 낙화의 순간에도 동백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날 새벽, 병갑이 아지매는 다른 날보다 꼿꼿한 자태로 고기 상자 위에 앉아 있었다. 설핏 부처웃음이 비쳤던가. 두 눈을 내리감은 순백의 얼굴이 꽃송이를 다 떨구어 내린 한 그루 동백이었다.
--- p.173, 「동백꽃 피는 소리」

글자를 다 담아내지 못한 공책처럼, 제게 온 시간들을 온전히 보듬지 못한 채로 살았습니다.한 번도 내 안에 들인 적 없어 밖에서 떨고 있을 저의 한뎃것들에게 미안합니다.
신문사에서 소식이 왔던 그날 밤, 전화기가 고장났습니다.
“참 오래 버텼네요.”
수리공의 말에 짠해졌습니다. ‘쓰라.’는 한마디를 전해주려고 버텨온 듯했습니다.
--- p.221, 「다시 찾은 유년의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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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박금아의 수필을 읽노라면, 그 메시지에 몰입하게 한다. 그가 짓는 인간 존재의 문제들이 투명하고 선명하다. 그의 수필은 지적 언어의 만찬에 초대된 손님과도 같이 때론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노라면 변환의 기술, 그 상징적 의미와 함축 그리고 해석의 진중함에 숨 막히게 한다. 직관의 통찰이요, 창조적 공법일 것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미적 감수성과 함께 존재론적 사유와 인문학적 성찰이 빛난다.
- 한상렬 (수필가, 문학평론가)
박금아의 글은 소설 같고 시 같아서 더욱 수필 같은 수필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있고 시처럼 이미지가 넘쳐나서 더욱 수필인 수필이다. 과거를 복원하는 능력은 능숙한 소설가에 닿고 사물을 자연의 움직임에 비유하는 감각은 빼어난 시인에 닿는다. ‘들려주기’로 ‘보여주기’로, 우리네 삶이 이렇듯 많고 많은 사연을 쌓아오면서 이렇듯 자잘한 정들을 서로 나눠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니, 이는 한국 수필이 모처럼 크게 ‘쏘아주는’ 한 바구니 선물이다.
- 박덕규 (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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