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같은 교통소음에 무감각하거나 적응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스스로 의도를 갖고 일으킨 소음에 대해서는 성가시게 느끼지 않는다. 예컨대 자기 집 앞을 내달리는 남의 차가 내는 소음은 ‘소음’이지만 남의 집 앞에서 내 차가 일으키는 소음은 ‘소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성가신 소음, 짜증 나는 소음이라고 말할 때는 당사자가 노출된 시점의 상태가 소음이 의도한 행위와 불일치하다고 느낄 때이다. 노출 상황이 당사자의 관점과 의도한 행위 내지는 수행 과제와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지가 소음의 정부正否를 결정한다. 같은 전투기 소음도 공군 부대 근방에 사는 학생과 전투기 정비사에게 달리 들리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1870년대부터 철도 기관사의 청력 손상이 알려지면서 작업장 보건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했고, 1908년에 지식 노동자들이 공장 소음과 교통소음에 대해 성토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소음 방지협회Antilaermverein를 창립했기 때문이다.[123] 그 직후에 주거위생과 직업병에 대한 학술대회가 개최되어 공장 소음과 교통소음 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1914년까지도 소음과 건강의 상관성에 대한 평가 방법이 없었던 데다 의사와 판사가 내리는 소음의 위해성 평가 및 민사 판결의 주관성 개입을 이유로 진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전원생활에서 도시 생활로의 대이동에 따른 도시 음향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당대의 지식 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산업 도시의 형성 시기에 귀청을 울리는 마차꾼 채찍 소리, 석재 포장길을 굴러가는 쇠바퀴의 덜컹거리는 소리, 도로 점용 공사장의 둔탁한 소리, 길거리 상인의 고성, 거리 연주자의 미숙한 음악 등 도시 교통량의 증가와 함께 교통소음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여 고요함을 흔들고 고귀한 정신의 창의적인 활동을 방해한다는 민원과 소송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소음의 투쟁사」중에서
교통소음이 야간 시간대 수면을 깨우지 않더라도 수면의 깊이 내지는 품질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50dB(A) 백색 소음에 일시적으로 노출되어도 깊은 수면 단계를 단축할 수 있다.[116] 피부 전기 저항도, 근육 긴장도, 엄지손가락 맥박 진폭 등 자율신경계 반응을 관찰한 결과 도로 교통 피폭 소음은 깊은 수면 단계와 렘REM 단계 시간을 단축하고, 깊은 수면의 부족을 불러와 아침까지 늘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교통소음이 수면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문제와 관련해서 등가소음도가 39dB(A) 조건에서도 노출 인구의 5%가 수면 장애를 호소할 수 있으며, 38dB(A) 이하에서는 수면 품질의 저하에 따른 민원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음 불면증」중에서
교통소음에 노출된 환경에서 우리가 어떤 행위나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수행하는 행위나 과업의 구조적인 요소(고3의 기출문제 풀이, 만둣가게 사장의 만두피 공정 등)가 무엇인지에 따라 소음 평가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흥미로운 연구 사례가 있다. 슐츠Schulz와 바트맨Battmann은 도로변 오피스 근무자를 대상으로 교통소음이 회계 장부 검수와 주문장 처리의 오류율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였다.[165] 과업의 구조는 검수 및 처리할 정보의 종류와 순서, 검수 및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정확도로 정의하였다. 그 결과 교통소음이 덜한 시간대의 정보 탐색 시간이 소음이 가중되는 시간대에 비해 단축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작업자의 숙습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운드스케이프」중에서
교통정온화 구역의 설계 과정에서 주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지점은 설계 워크숍이다. 여기서는 교통소음 민원 지역의 피해 현황, 시설 결함, 발전 비전, 개선 욕구, 보행 안전, 휴양과 체류, 교통소음과 미세먼지, 녹지대, 도로 이미지, 도시 매력도, 공동체 정체성 등을 파악하여 설계 워크숍의 방법과 절차를 수립하고 교통정온화 설계 기법에 대한 학습, 주민의 개인적 기여와 역할을 정의한다. 소음 방지 전문가는 교통정온화 구역의 요구 특성, 소음 방지 대책의 장단점, 혁신적 아이디어 등 설계 이슈를 보고하고, 주민과 현장 실사를 통해 공학적 단서를 도출하며, 설계 주제별(예: 수면 품질, 학습 성과, 휴양/만남, 상가 방문) 관점을 이해하고 발표?토론한다. 또한 소음 방지 전문가의 피드백(워크숍 전후 찬반 비율 변화) 등 주민 참여 플랫폼을 운영하여야 한다.
---「교통소음 방지의 주체와 역할」중에서
교통정온화의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교통안전의 향상이다. 보행 밀도가 높은 12m 이하 이면도로에 자동차 통행의 최소화 및 운행 속도 억제, 차도 폭 축소 및 보도의 확충 등을 통해 교통소음, 미세먼지 등 환경 공해를 완화하거나 해소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한 긴급 구난 차량의 통행 지장 요인의 해소로 방재 기능을 확보하고 주민 참여에 의한 공동체 생활권 회복으로 사회적 연대 의식을 꾀할 수 있다. 교통정온화는 도시 재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부합한다.
---「교통과 환경의 통합적 접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