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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고는 다녀 본 일이 없는 것처럼

학교라고는 다녀 본 일이 없는 것처럼

낮은산 키큰나무-22이동
설흔 | 낮은산 | 2021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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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08g | 153*210*14mm
ISBN13 9791155251447
ISBN10 11552514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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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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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다시 찾은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명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확연히 달라졌으므로. 신관의 절반 크기인 반달 외양의 건물 한 동이 본관과 신관 사이의 미레로(미친 레몬 나무 로드)에 새로 들어섰고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에는 인조 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깔렸다. 외관은 바뀌었으나 학교가 주는 고유의 느낌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학교의 본질은 신축 건물과 인조 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닿지 않는 곳에 꼭꼭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본관 지하 3층 방공호 안 철제 금고 속, 혹은 신관 옥상 창고 벽면에 걸린 터너의 항구로 귀환하는 돛단배 풍경 뒤에.
--- p.45

- 뭔지는 몰라도 무서우니까 그만하자. 난 거친 농담에 취약해. 내가 2019년 말고 도대체 어디서 왔겠어?
- 뭐라고?
소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 쑥덕대는 사이를 뚫고 또다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 아무래도 교실 벽에 시간 구멍이 뚫렸나 보네. 이달만 벌써 두 번째야.
- 시간 구멍이라니 도대체 무슨 청개구리가 파리 씹어 먹는 소리야?
질문하며 뒤돌아보는 소년들 사이로 장동건을 편파적으로 닮은 커다란 얼굴이 나타났다. 구원군인 줄 알았던 짝퉁 장동건에게 예상치 못한 발길질을 당하기 전 재섭이 들은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 2019년의 어느 또라이 새끼가 1982년의 학교에 새대가리를 잘못 내밀었다는 뜻이지.
--- p.57

지루한 시간을 줄이는 것, 끔찍한 50분을 열락의 1분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Db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재서는 애리조나에 2주간 머물면서 프로그램의 세부 기술을 익혔다. 남들이 보기엔 멀쩡히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딴생각하는 소년들 특유의 얼빠진 표정을 지어서도 안 되며,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적당히 대답할 수 있는 각성 수준에 도달하고서야 이 명상 프로그램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재서는 2주 내내 한 문장만을 외우고 또 외웠다. 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노력하고 또 노력한 재서는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2년 동안 사용하기에 충분한 777개의 알약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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