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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아, 나의 친구가 되어다오!

새들아, 나의 친구가 되어다오!

: 6·25 참전영웅, 노인과 시대를 증언하다!

문명래 글그림 | 기록연 | 2021년 06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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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50*195*20mm
ISBN13 9791190658980
ISBN10 119065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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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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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이다. 인간 폐인이다. 그런 쓸모없는 놈이 바로 나다.
이와 같은 천박한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 요양보호사 나 선생님이 있고, 출판사에 임 선생님이 있다. 나 선생에 권고로 심심풀이 일을 찾아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며칠 몇 날을 두고 생각을 해봐도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나 선생에게 하소연했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요”
“왜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지요.”
“내 처지에 무엇이 할 것이 있나요.”
“자서전을 써보세요.”
“그런 것은 학식이 있고 배운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요. 나같이 무식하고 배운 것도 없는 놈이 어찌 감히 말도 안 되지요. 나 자신이 바보천치 머저리로 살아왔는데 소가 웃을 일이네요”
“그래요. 소를 웃겨보세요. 살아온 발자취, 좋았던 일 슬펐던 일, 생각을 더듬어 보면 있을 거예요.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나와서 이름 석 자는 남겨놓고 가셔야 흔적이 남을 것 아니에요. 한번 용기를 내보세요.”
그렇게 나 선생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임 선생의 제안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남에게 보이는 첫 그림이다. 글이랄게 뭐 있을까만, 생각해보면 지난날이 하도 절절하여 신세 한탄뿐이지만, 그것이 내 지난날의 모습이니 어쩌겠는가. 자서전도 아니고, 제대로 된 글도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것 같다. 이 글은 내 생의 마지막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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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이 초등학교 시절 못 볼 것을 보고 나서 한업시 울었다고 성년 후에 고백하였다. 어린애들이 한쪽 다리 없는 나를 놀리는 것을 본 몬양이었다.
말을 듯고 나서 자책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탄식하였다. 그 누구도 탄식하고 원망할 수도 업다. 남들은 활기차고 힘겹게 큰소리치고 희희락락하건만 내 꼴은 왜 이럴가. 소리업시 울어야 했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해야 했다. 가장 억울하고 분한 것은 꽃봉오리 그 시절, 피여보지 못한 체 꺾끼고 말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나에 잘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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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 후에 인민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총살을 당하기 위해 끌려가는 사람들을 내 눈으로 목격했다. 밧줄에 묵여 산으로 올라갈 때 터벅터벅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없이 걸어가다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인솔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인정사정 없이 매질을 했고,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서 힘없이 끌려갔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만천리의 공동묘지였다. 20명에서 30명 정도였고. 조금 있으니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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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전부라고 하는 요즘 시대에 팔이나 다리를 절단하는 대신에 억만금의 재물을 준다고 하면 어떨까. 바보, 천치가 아니면 자신의 팔, 다리를 재물과 교환하는 이는 업슬 것이다. 부귀영화 누리는 호의호식자들이여. 6월 한 달 동안만이라도 절망과 좌절 속에 고생하며 생을 유지하는 그들 앞에서 잘났다고 목에 힘주지 말고 뽐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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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원호법이 생기면서 冷待(냉대) 속에 거리를 누비며 구걸도 하고 哀怨(애원)도 하던 부상병들의 모습이 사라젓다. 직업훈련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여러 곳에 무느한 끝에 대전에 있는 직업훈련소를 차저갓다. 하지만 접수를 거절당했다. 당시 나는 상이등급 2급이었는데 1~2급은 취업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나는 앉아서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학력을 묻기에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했더니 머리를 저으며 않된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다고 떼를 쓰며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몄일을 버티자 미달이었는지, 내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입소 등록을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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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생 속에 살고 배운 것도 없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들어다오. 아버지 없는 설움, 배곯는 설움, 전쟁터에서 불구의 몸 되어 무시당한 설움. 쓴맛 단맛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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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 잠들어있는 선후배 용사, 유공자들이여.
국난에 구국의 일념으로 몸 밧치고 부모님 눈에 눈물 나게 한 그 심정 누가 알리요. 세상에 태여나 생을 닿하지 못하고 꽃다운 그 시절 영면하다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 어디에 하소연하리오. 혈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 생존자는 세상으로부터 천대받고 무시당하며 외면당하는 서러움 겪끄면서 살아가고 있담니다.
용사들이여 깊히 잠드시고 명예로운 공적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용사들이여, 용사들의 큰 공적 대대손손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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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나 보는 당신. 그림으로 그려봤어요. 실물보다 낫어요. 여보, 당신 염녀하지 마세요. 나를 생각하는 당신 알아요. 당신이 그랬지요. 눈 감기 전에 날 보고 나 없는 동안 눈물 짜고 울지 말라고 유언까지 남긴 뜻깊은 속마음 가숨 깊히 간직하고 있담니다.
큰며누리가 남편을 당신 곁으로 보내고 힘이 드나바요, 내가 좨가 많아서 그런 모습 보게 되나 봐요. 큰며누리 나무라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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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안쓰럽고 불상하다. 저 새들이 나에 마음을 알아준다면 창문을 열러주고 싶다. 추위에 떨고 있는 저 새들 눈이 쌓이면 먹을 것도 없을 텐데. 가엽써라.
새들아, 나와 친구가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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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첫 월급을 받았다며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한다. 나는 비도 오는데 짜장면이나 먹자고 한다. 손자는 그러면서 첫 월급이라며 봉투를 꺼내더니 내민다. 나는 받지 안으려 한다. 무슨 염치로 손자가 힘들게 번 돈을 받을 수 있나. 할애비라고 해준 것도 엄는 못난 늘그니인데.
실갱이를 하는 사이에 창밖으로 빗방울이 점점 굴거지고 있썼다. 한사코 주는 바람에 결국 받고야 말았다. 며느리에게는 한사코 주기에 받았다며 미안하다고 전화했다. 무릅에 앉아 재롱부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흘렀구나. 손자가 돌아가고 한참이나 울었다.

-
천치바보다. 바보 중의 바보다. 바보라서 당하고 또 당한다. 내가 사라온 세월이 그런 세월이다. 그래도 나는 산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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