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 건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가족계획은 오롯이 부부의 선택에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부부만의 선택으로 가족계획을 하기란 어렵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 부부는 ‘특이한 부부’, ‘요즘 사람들’ 혹은 ‘이기적인 사람들’로까지 분류되곤 한다. --- p.15, 「30대, 딩크가 되다」 중에서
나와 남편이 같이 만든 아이일 텐데, 당연하게 여성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것을 ‘모성’이라고 말했다. 여자에게는 모성이 있어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엄마가 키워야 아이가 반듯해진다고도 했다. 그런 말들은 모성이란 여자가 타고난 본능이어야 하고, 그것이 남편의 부성보다 강해서 자기가 이룬 것을 선뜻 포기하기 마련이라는 숙명처럼 들렸다. --- p.23, 「모성 권하는 사회」 중에서
나와 남편이 내린 결정이 가족들의 마음에 비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결정을 전하는 말을 꺼내면 그에 상응하는 말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또 ‘낳는다’는 행위의 주체로서 내가 남편보다 양가에 입장을 전할 때 조금 더 곤두서거나 혹은 조금 더 미안해진다는 아이러니도 마주해야 했다. --- p.62, 「딩크 선언에 김치 싸대기는 없었다」 중에서
“지금은 애가 없어도 청약 신청할 때 임신 중인 거 증명하면 된다니까!”
주택청약 신청 기간에 맞춰 임신하면 걱정할 게 없다는 소리가 다시 시아버지의 입에서 퍼져 나왔다. (...) 시아버지의 가치관에는 주택청약과 부동산 수익이 매우 중요하고, 부의 축적을 위해 시기적절하게 자녀를 갖는 건 흠도 아닐 것이며, 부모로서 아들 부부에게 임신 운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실 테니 말이다. --- p.100, 「주택청약에 필요한 건 아마도 ‘임신’」 중에서
육아 예능은 육아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화면에 드러난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표정과 사랑스러운 애교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인다. 하지만 육아의 어려움은 아이의 사랑스러운 웃음과 순수한 태도면 술술 넘어갈 수 있고, 어떤 난관도 아이 앞에선 극복할 수 있다고 귀결된다. 육아 예능을 보며 아이 없는 부부나 언젠가 결혼하고픈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이렇게 읊조릴지도 모르겠다.
“아, 나도 ○○이처럼 예쁜 아기 하나 낳고 싶다.”
육아 예능 속 즐겁고 사랑스러운 풍경이 추구하는 바는 결국 ‘출산장려’일 것이기 때문이다. --- p.139, 「비출산도 장려받는다면」 중에서
주변에서 저희에게 출산을 권유하는 분들이 낳는 사람의 행복만을 말하지, 아이의 행복을 말하진 않더라고요. 사실 부모라면 아이의 행복을 중시하겠지만 출산의 이유를 설명할 때 아이의 행복을 논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행복’을 강조하는 면이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 p.211, 「아이가 없어도 어른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중에서
“그래도 결혼했으면 아이는 있어야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하시잖아요. 그분들은 나름 진심 어린 조언을 주시는 거고, 나쁜 마음으로 괴롭히는 말이 아니니 가볍게 넘깁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페이스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 삶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요.
--- p.247, 「계획 없는 결혼 생활도 충분히 괜찮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