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과 노동, 그리고 그 안에서 심리학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다룬다. 첫 번째 주요 논지는, 오늘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기술 발전과 경제적 고려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큰 혜택을 얻는 방식으로, 자본, 천연자원, 노동이라는 세 가지 주요 생산 요소를 이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세 가지 생산 요소, 그중에서도 노동을 잘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의해서도 상당히 좌우된다.’
---pp.8~9
이러한 배경에서, 이 책은 두 가지 포괄적 질문이 핵심이다. 첫 번째는 ‘왜 우리는 지금의 방식으로 일하는가?’의 문제로, 업무 현장의 설계를 이끌어 온 통찰력, 이론, 연구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박의 여지가 없던 예전 시대의 진리가 이와 반대되는 현재의 의견에 밀려 폐기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과거 연구들은 여전히 일의 설계 방식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어떻게 하면 업무 성과와 노동자의 웰빙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이다. 이 질문은 책 주제의 응용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성과와 노동자 건강 사이의 바람직한 균형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다.
---pp.13~14
당시 노동자들은 경영진보다는, 현장 감독이 행사하는 권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는데, 현장 감독들은 상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대체로 독립적으로 일했다. 경영자들은 현장 감독의 손에 기꺼이 권한을 위임하였기 때문에, 현장 감독들은 서툴고, 난폭하고, 미개한 노동자들을 자신의 자유재량에 따라 고용하고, 해고하고, 징계했다. 부패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적게는 당시 주급에 상당하는 5달러에서 많게는 25달러에 이르기까지, 현장 감독이 돈을 받고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파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현장 감독들은 급여 지급일이면 ‘향응’을 제공받았고 이미 계산이 끝난 맥주 상자와 담배 상자가 이들의 집에 은밀히 전달되곤 했다. 현장 감독을 매수한 대가로, 노동자는 자신의 근무 환경에서 일정 정도의 통제력을 획득했고, 최소한의 급여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으려는 경영자와 소유자에게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았다.
---pp.26~27
호손 실험에서 사용된 전제와 접근법, 결론에는 오류가 있을지 모르지만, 흠이 있는 통찰력이나 생각도 파급 효과 면에서는 상당히 유의미할 수 있다. 호손 연구는 오늘날의 ‘인간관계 운동’을 뒷받침해주었으며, 피고용인과 고용자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현대의 조직 행동, 산업 심리 학문 분야의 출발이 되었다. 이런 면에서, 호손 실험은 조직의 생산성 증가를 위한 최상의 방법에 대한 테일러식의 지나치게 단순한 관념에서, 노동 생산성 증진을 위한 보다 사회 심리학적인 접근법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호손 연구의 가치는 연구의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 것이다. 호손 연구의 가치는 새로운 생각과 질문, 가설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있고, 일반적 관점에서는 노동의 동기 부여, 관리 감독, 일터에서의 사회적 관계와 의사 결정의 연관성, 특정하게는 업무 만족도와 업무 성과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여러 생각이 제시되었다.
---p.58
노동자의 건강과 웰빙에 투자하는 사업 사례가 있지만 그 효과는 바라는 만큼 강력하거나 확실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투자는 임금 인상을 대신하는 값싼 대안이 아니며, 조직에서 직원의 웰빙에 투자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금전적 이익도 아니다. 국내 및 국제법에서는 피고용인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장을 제공하는 것이 고용주의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주들은, 당연히 인센티브가 제일 효과가 좋다고 믿고 있겠지만, 피고용인의 안전과 웰빙에도 투자해야 한다. 고용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언제나 인간의 품위에 대한 문제가 고개를 들게 된다. 아무리 단순하고, 저숙련의, 반복적인 생산직이라 해도 우리와 마찬가지의 사람, 우리가 알고 있는 ‘인격체’가 수행하는 일이다. 나라면 어떤 이유로 열심히 일하고 싶을까? 일이 도전의식을 일으키고, 기쁘고, 심지어는 재미있어서일까, 아니면 오로지 일을 마치고 나서 몇 푼 챙겨 갈 수 있어서일까?
---p.82
(…) 선발과 평가 분야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들은 직원의 기능과 관련한 특성을 크게 지식, 기술, 능력, 기타 특성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누고 KSAO로 명명했다. 때로는 ‘주요 역량(competencies)’을 의미하기도 하는 다음의 네 가지 범주의 특성들은 뮌스터베르크가 사용한 용어보다 더 공식화되고 확장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성공적인 직원 선발의 핵심은 수행될 업무와 가장 잘 맞는 지식, 기술, 능력, 기타 특성(KSAO)의 조합을 보유한 지원자들로 특정 직무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사실상, 지원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직무에 적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도록 설계된 면접, 심리 및 지능 테스트, 평가 센터, 기타 등등, 모든 종류의 수단을 거쳐야 한다.
---pp.128~131
노동은 온갖 종류의 생리적, 정신적 반응을 유도하며, 이런 반응들은 충분한 회복의 기회를 가져 보상해야 한다. 이제 노동자가 긴 시간 일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해보자. 한편으로 이때는 노동 스트레스 요인(…)에 오랫동안 노출된다. 사실, 장시간 노동 자체가 특히 유능한 직원들이 부족하여 이미 근무 중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 때문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장시간 노동은 회복할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암시한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여가와 휴식을 위해 남겨지는 시간은 적어진다. 중요한 사실은, 일하느라 피곤했던 날을 보낸 후 회복의 기회가 부족해서 생긴 부정적 효과는 그다음 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날의 피로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노동자가 다음 날 적절히 일을 수행하려면 ‘보상성 노력’을 기울여야, 즉 추가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pp.161~162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의 성격’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점이고, 따라서 ‘평균적인’ 직업의 특성들도 계속해서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로, 경제 선진국들은 서비스 부문 노동의 폭발적 증가와 이에 상응하는 제조업 부문 일자리의 감소를 목격했다. 이런 현상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육체적 직무 특성에는 신경을 덜 쓰고 정신적 요구를 더 많이 강조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노동자와 조직이 중요한 지식과 기술에 계속해서 투자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KSAO를 최신으로 유지할 수 있게 스스로 투자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방법을 찾고, 노동자와 그들이 일하는 조직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신들이 제공한 직원 선발 과정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조정하고, 직무 특성이 노동자의 건강, 웰빙,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몫이다.
---pp.193~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