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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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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0g | 125*188*9mm
ISBN13 9791186557990
ISBN10 1186557990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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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진다는 것


미움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용서의 계곡도 가까워진다.

나같이 마음이 뚱뚱한 사람들에겐
내려가는 길이 더 멀고 힘들다.

울룩불룩 균형이 안 잡힌 마음의 관절이 자그락거려
계곡을 바로 앞에 두고 곧잘 주저앉는다.

까치처럼 가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것이리라.
마음에 구멍이 많아진다는 것이리라.
―――――――――――――――――――――

말들의 전쟁


말[馬]같이 내달려온 역사는
온갖 말[言]들의 싸움터다.
말을 거머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흰색, 붉은색, 검정색, 노란색 깃발을 든 말들이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죽자고 싸우고 있다.
정객들은 웃는 얼굴로 적과 악수도 하고
영혼 없는 말로 서로 포옹도 하지만,
시인은 말로써는 악수도 포옹도 하지 않는다.
시인의 말은 칼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혹 허리를 굽힐 수 있지만
시는 굽히지 않는다.
시인의 말은 벽돌이고 대들보이기 때문이다.
왕과 군사들은 싸우다 죽을지언정
말[言]은 결코 죽지 않는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말은
승리한 말이 끌고 다니는 역사의 말발굽에
짓밟히고 짓밟혀서 땅 밑으로 내려간다.
모반을 꿈꾸는 슬픈 노래가 되어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

나의 나타샤


잠결에 두들겨 쓴 글이 참 비뚤비뚤하구나
다 내려놓기로 하니 몸도 맘도
배추흰나비처럼 잘도 날아오르는구나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쇳소리로 높여가는 세상,
바람머리를 한 선배 시인은 홀로 북방까지 찾아갔건만
북방 끝 마가리에다 인생의 짐을 풀었지만
나타샤, 지금 내 곁엔 나와 같이
부여안고 울어줄 나귀 한 마리 없구나
바르샤바나 산티에고, 지구 끝에다 마가리를 짓고 싶은 내 마음,
갓 부화한 어린 나비처럼 바르르 떨며 날고 있구나
나타샤, 낡고 지친 심장은 죄어오고
감각도 없는 몸이 저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나타샤, 봄볕보다 함박눈 속으로 숨어 들어갔으면
내 마음, 배추흰나비처럼 네게로 날아 들어갔으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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