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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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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10g | 128*208*9mm
ISBN13 9788960215627
ISBN10 896021562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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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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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지른 기억이 있다


화상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호기심으로 몰래 숨어
성냥을 집어 들었던 순간이 있다

동네 골목길에서
뒷동산이나 공사장 귀퉁이에서
바퀴벌레들같이 모여
언 손과 몸을 녹일
신문지와 나무판자를 모아
깡통에 넣어 피워 올리던 불덩이

매캐한 비밀이 자라 젊은 날 품었던 열기에 대한 기억까지 피워 올렸다 가닿는 모든 것이 활활 타오르는 불이 되었던 때였다 타고 타도 잦아들지 않던 영원히 타오를 것 같던 시뻘건 불길 속으로 나조차도 불이 되었던 무차별한 방화의 시간 환상 따윈 없는

엄지와 검지 끝에 배어 지워지지 않는 냄새
미처 타지 못한 추억이 지문처럼 남아

자꾸 손끝을 코로 가져가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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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목월 시인의 외손자인 김준철은 외탁을 한 탓으로 시 잘 쓰는 시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후광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의 시는 슬프고 아프고 높고 외롭다. 그는 평지돌출과 굴곡 많은 요철의 시간을 살아온 시인이다.

김준철 시인의 시편들은 블랙코미디 같은 잔혹하고 통렬한 자기 풍자와 우울한 해학과 알레고리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그가 자의식이 매우 강한 시인임을 암시한다.

고통으로 점철된 그의 가족 서사를 읽으며 울컥, 하는 감정의 홍수에 휩싸이곤 하였다. 시집을 다 읽고 났을 때 문득 나는, 2019년 8월 미국 LA에서 그와 함께했던 6박 7일간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해 미주한국문인협회는 팜스프링스에 위치한 미라클리조트에서 문학 캠프 행사를 가졌는 바 그 자리에 나는 서울대 방민호 교수와 함께 초빙자로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서 새벽 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 우리 셋은 술을 마시며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이야기에 심취한 내가 엉엉 웃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시집은 그날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그의 개인사가 문자로 기록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참혹하도록 아름다운 시정의 물결이 독자 대중의 가슴을 흠뻑 적시길 기대한다.
- 이재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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