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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숨마다, 너 2

모든 숨마다, 너 2

김결 | 황매 | 2021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1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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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674g | 140*210*26mm
ISBN13 9791196762254
ISBN10 119676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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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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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도 놀라게 할 거 같아서.’
‘여자 피부가 이렇게 연할 줄은 몰랐거든.’

울긋불긋한 흔적이 새겨진 몸을 보면서 순간 가볍게 지나쳤던 지헌이 남긴 말들이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폭풍에 휩쓸려 몸이 제멋대로 떠내려갔다. 상상도 되지 않는 배경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를 피부 반응 중 뭐가 더 나를 놀라게 했는지 우열을 가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지헌이 나를 뚫어질 듯 보았다.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어떤 말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시공이 멈춘 것만 같은 순간, 흔들리는 눈동자와 까맣게 타오르는 눈동자가 극렬하게 부딪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빛이 사라지듯 뚝 끊겼다.
--- p.97

“그만 좀…… 아프게 해요. 심장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아.”
더는 참지 못하고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내 울음을 지헌의 입술이 삼켰다.
“고쳐 줄게.”
그는 뜨겁게 안도하며 나를 끌어안고 뺨을 비볐다.
“치린아.”
긴 한숨 끝에 내 이름을 속삭이듯 불렀다.
“이치린.”
사람이 쉬는 숨도 중량을 잴 수 있는 거였나.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토해 내는 이 묵직한 숨결의 무게가 왜 나를 이토록 울게 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같았다. 자꾸만 내 눈을 사로잡았던 이유를, 모든 걸 다 가져 놓고도 때때로텅 비고 위태로운 눈으로 나를 보던 당신을.
“나비야.”
나를 부르는 뜨거움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수많은 것들이 나를 훑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 p.100

광활한 우주 공간에 비하면 겨우 티끌만 한 이 지구에 70억 명의 인간이 살아 숨 쉰다. 그러나 그중 자신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인간도, 이해하고픈 인간도 평생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삶이 온전히 흡수되는 것처럼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 찰나의 경이가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부탁이에요. 나 좀 여기서…… 제발.”
여자가 된 아이는 그날과 똑같은 절박한 얼굴이었다. 그날과 다른 게 있다면 얄팍한 어깨 위에 얹은 작은 머리통이 쉽게 꺾인다는 거였다. 그게 그의 기분을 사납게 했다.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손을 뻗을 만큼.
생생한 고동이 울려 퍼지는 작고 따스한 몸을 안아 드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의지가 피어났다. 너를 가져야겠다. 이곳에 있어야겠다. 그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 맹렬한 독점욕에 머리가 아찔할 만큼 뜨거워졌다. 그는 새카맣게 죽어 있는 눈빛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이 눈에 생기가 돌고 푸릇한 뺨이 붉게 달아오르면, 나는 너를 가진다. 내게 유일하게 허락된 존재인 너를.
서늘한 칼과 같은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불과 가까웠던 적 없던 그는 난생처음으로 맞닿은 타인과의 촉감에 뇌수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몸이 달아오른다.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어디든 닿고 싶다.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맥을 온몸으로 확인하며 더 깊이 들어가고 싶었다. 적나라한 욕망과 감정이 용암처럼 끓어올라 통제 불능의 날짐승처럼 맹렬하게 들끓었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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