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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3호 :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2021년)

문학/사상 3호 :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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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9쪽 | 292g | 145*225*20mm
ISBN13 9788965457329
ISBN10 896545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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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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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의 공화국

할 말 많은 새들이 잠을 깨운다 중구난방 회합장이 된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잠깐 물어보는 사이에도 날아오고 날아간다 한 뙈기 텃밭은 무료급식소, 옆집 굴뚝에 세 사는 참새들이 내려와 종종 끼니를 때운다 까치가 가끔씩 입맞춤해도 잔디들은 군말이 없다

황금조팝 겨드랑이에서 노란 혀들이 솟아나고 있다 납작 엎드려 한파를 견디던 잔디도 옆으로 손을 뻗는다 본격적으로 거주지를 넓혀갈 때다, 지도자의 진군 나팔소리 없어도 알아서들 기어간다 잔디는 횡렬종대로 어깨를 겯고 침울한 기분을 떨치려는 듯 부추가 허리에 힘을 준다 수심이 깊어진 마늘과 수태 중인 달래가 동거한다

등기권리증이 통하지 않는 거주지
텃밭 공화국엔 형형색색 깃발들이 진동한다
인민들이 기지개를 켠다 지렁이도 나비도
말없이 대화하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추위와 배고픔을 증명하지 않아도 기초수급은 된다

뿔이 나고 있다 안간힘으로 밀어올리는 푸른 비명, 숨어지내던 갓도 깃대를 세우고 사철나무에 더부살이하던 더덕도 혀를 내민다 잔디들이 어깨 겯고 으쌰으샤 웃음을 터트린다 뽕나무 그늘 한 귀퉁이에서 꽃마리가 흥분해 잎을 떨고 제비꽃이 수줍게 환호한다 잔디가 파고들어도 개망초가 밀어붙여도 집집이 일가를 이루었다

옹색한 지하방 붙어 잘 수록 따닥따닥 새끼들만 늘었다 단결심 좋은 잔뿌리들은 안온한 거주처, 온몸이 굴삭기인 지렁이들도 새끼를 쳤다 바위가 엉덩짝 하나 내주어 고향도 출처도 모르는 꽃양귀비도 돌나물도 문패를 달았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고 집행하는 이도 본 적 없지만 법은 지켜진다 아무도 찌르지 않는다 화살나무와 화살나무 사이 화살이 빽빽해도 상사화 잎과 긴병풀꽃은 무사하다

연푸른 혀들이 공중을 소요하는 사이
붉고 노란 꽃무데기들이 두세두세 산비얄을 내려온다
싸리순과 산고추나물 산달래 몇 덩거리가 내게로 이사왔다
덜퍽진 비닐봉다리와 내민 손 사이에 눈애리게 광막한 허공이 보였다
제 이름으로 땅 한 뙈기 소유하지 않아서 사시사철 산은 보살들 것이다
--- 권두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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